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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두 딸과 함께 피어오르는 봄 예쁘게 맞고 싶어요”

더욱 단단해진 배우 사강

전혜빈 기자

2025. 04. 01

시련을 딛고 피어난 꽃은 더욱 아름답다. 두 딸과 함께 씩씩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강의 2025년 봄 이야기. 

어느새 4월, 겨울을 지낸 싹이 흙을 뚫고 꽃을 피우는 계절이다. 그 강한 생명력을 보고 있노라면 오늘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 지난해 1월 남편과 사별한 소식을 전했던 사강을 만났다. 그는 지난해 11월 SBS Plus ‘솔로라서’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을 공개해 대중의 응원을 받았다. 방송에서 사강은 두 딸과 함께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를 시청하는 등 친구 같은 모습을 보여 많은 이의 공감을 샀다. 사강은 드라마의 명대사 ‘오늘은 살아봐요. 날이 너무 좋으니까’를 들으며 하루를 살아낼 용기를 얻었다고.

사강은 1996년 KBS 드라마 ‘머나먼 나라’로 데뷔해 통통 튀는 매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MBC 인기 드라마 ‘인어아가씨’ ‘발칙한 여자들’과 SBS 예능 프로그램 ‘일요일이 좋다-대결! 반전 드라마’ 등에 출연하며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다. 2007년 결혼 후에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방송 활동을 잠정 중단했다. 2015년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SBS ‘토요일이 좋다-오! 마이 베이비’, E채널 ‘별거가 별거냐’에서 두 딸, 남편과 함께하는 행복한 결혼 생활을 보여줬다. 지금은 골프용품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며 두 딸을 키우는 슈퍼맘으로 살아가고 있다.

싱글맘으로서의 일상을 공개한 이후 사강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안해져 다행”이라며 “두 딸과 함께 피어오르는 봄의 시작을 잘 맞이하고 싶다”고 말했다. 꽃을 피울 나무들처럼 사랑스러운 두 딸과 함께 하루를 알차게 살아내고 있는 사강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쉴 틈 없는 슈퍼맘, 사강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방송에 나온 것처럼 회사에 잘 다니고 있고, 건강식품 사업도 열심히 키우고 있습니다. 방송이나 인터뷰 스케줄도 이렇게 소화하고 있고요. 또 아이들을 돌보는 일과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죠.

지난해 연말 ‘솔로라서’를 통해 사는 모습을 진솔하게 공개했는데요.

당시에 처한 상황이 많이 무거웠잖아요. 주변 사람들이 저를 대하는 태도도 그랬고요. 이런 상황을 무언가로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방송을 통해 제 상황을 알리고 무거움을 덜고 싶었죠. 다행히 ‘솔로라서’라는 방송에서 어떻게 지내는지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방송 전보다는 마음이 편안해졌고요. 또 저를 바라보는 시선도 훨씬 가벼워진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많은 이들이 응원하고 있어요.

저와 비슷한 상황에 계신 분들이 인스타그램 DM을 많이 보내주셨어요. 겪어보지 않은 일은 잘 모르잖아요. 저 또한 마찬가지고요. 2~3년에서 길게는 10년 전 저와 비슷한 일을 겪으신 분들이 조언과 위로를 많이 건네주셨어요. 이 일을 직접 겪으신 분들의 말이 가슴에 많이 와 닿더라고요. ‘제가 앞으로 겪을 일이 이런 것이겠구나’ 하는 예측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위로와 조언을 받으셨나요.

아직도 남편이 제 곁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10년이 지난 분들도 똑같더라고요. 항상 자기 옆에 있던 사람이니까 지금도 공기처럼 곁에 머무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감출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여전히 가족이잖아요.


SBS Plus ‘솔로라서’에 출연한 사강과 그의 딸 신채흔. 왕복 35km 거리의 초등학교로 딸을 데려다 주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SBS Plus ‘솔로라서’에 출연한 사강과 그의 딸 신채흔. 왕복 35km 거리의 초등학교로 딸을 데려다 주는 모습이 화제가 됐다.

‘솔로라서’에서 번아웃 진단을 받았는데요.

일에 몰두해서 힘든 기억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다양한 일을 하면서 제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것 같아요. 스스로는 못 느끼고 있었지만 힘에 부쳤던 모양이에요. ‘솔로라서’ 프로그램에 출연해 심리상담센터 선생님을 만나 번아웃 진단을 받고 쉬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죠. 그래서 쉬는 시간과 일하는 시간을 분리하는 습관을 들였고, 요즘은 이전보다 많이 괜찮아졌어요.

그동안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없었나요.

배우로서의 삶은 늘 그립죠. 그런데 지금은 직장 생활과 아이들을 돌보는 일로 너무 바쁘기 때문에 연기에만 집중할 수는 없어요. 첫째는 중학생이고, 둘째는 초등학교 5학년이라, 두 아이 모두 중학생은 돼야 여유가 좀 생길 것 같아요. 그때는 방송이나 드라마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지난해 ENA 드라마 ‘나미브’에 출연했는데, 카메라 앞에 배우로 다시 섰을 때 기분이 남다르셨을 것 같아요.

촬영장에 있으면 편안해요. 어렸을 때 방송 일을 하다가 결혼하고 오래 쉬었잖아요. 그런데도 그 공백 기간이 느껴지지 않고 예전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요. 특히 ‘나미브’에서 아버지 역할로 나오셨던 이효정 선생님과 20여 년 전 같은 작품에 출연했었거든요. 그때 이야기를 하니까 더욱 예전 같더라고요. 오히려 나이 어린 후배들과 있는 게 더 긴장되고 어려워요. ‘나미브’ 촬영 현장에는 이효정 선생님, 고현정 선배님이 계셔서 편안한 기분이 들었죠.

방송에서 두 딸과 ‘선재 업고 튀어’를 시청하며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평소에는 친구같지만, 엄한 부분도 있어요. 엄마라면 아이들에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을 잘 가르쳐줘야 하니까요. 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제가 매일 밤 빼놓지 않고 하는 기도가 있어요. 제발 지혜로운 엄마가 되게 해달라는 거예요. 아직은 지혜로운 엄마라기보다는 지혜로운 엄마가 되고 싶은 엄마인 거 같아요. 아이들을 위해 좋은 엄마가 되기를 항상 바라고 있죠.

아이들은 사강 씨에게 어떤 존재인가요.

아이들을 보면 항상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은 제가 끊임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고, 삶의 강한 원동력이 되는 존재이기도 하죠.

두 딸이 모두 사춘기에 접어들었는데 트러블은 없나요.

이해가 안 되는 순간이 하루에 한 번씩은 있죠. 가끔 제 딸이 아닌 전혀 다른 아이가 되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어떤 방송에서, 사춘기에 하는 행동은 전두엽 문제라고 하더라고요(웃음). 그렇게 받아들이니 좀 나아졌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솔직히 다 이야기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지금 네가 전두엽에 문제가 생긴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해요. 그러면 딸들도 같이 웃어요. 딸들이 저를 닮아서 좀 쿨한 구석이 있거든요. 그런 부분은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배우·직장인·엄마 1인 3역

두 딸을 키우는 육아 경험이 연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배우는 인생을 살면서 다양한 것을 배우고 그것을 연기에 접목하곤 해요. 그런데 저는 어렸을 때 발랄하고 통통 튀는 역할만 하다가 갑자기 아이 엄마가 됐잖아요. 제 인생과 연기가 나란히 가진 못해서, 꾸준히 연기를 해오던 동료들에 비해 혼란스럽긴 해요. ‘내가 성숙한 연기를 선보여야 하는데 너무 어려 보이는 연기를 하는 걸까’ 하는 고민이 든 적도 있고요. 그런데 배우 오만석 선배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너 아무도 어리게 안 본다”고요(웃음). 그리고 요즘은 과거 전형적인 엄마의 모습보다는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잖아요. 저도 제 나름대로의 개성을 담아 연기하면 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어요.

과거에 맡았던 배역 중 다시 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요.

사극을 하고 싶어요. 예전에 ‘왕의 여자’라는 사극에서 어진 왕비 역할을 했었거든요. 당시에는 왕비 역할을 맡기에 어리기도 했고 사극에 대한 이해도도 낮았죠. 이젠 사극에 어울리는 나이가 됐으니 욕심이 좀 나더라고요. 요즘은 다양한 스타일의 사극도 많이 나오니까요. 그런 세련된 사극에서 왕비 역할을 맡아보고 싶습니다.

과거의 자기에게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면요.

선택을 잘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왜 안 했을까, 후회되는 일들이 많거든요. 연기 배역도 그렇고, 가수 제안도 많이 들어왔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많이 망설였던 것 같아요. 그때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이었는데, 지금은 후회로 좀 남죠.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도전할걸’ 이런 후회가 듭니다.

배우 일을 하다 직장인이 됐는데 힘들진 않은가요.

배우 경험이 직장 생활에도 기반이 되는 것 같아요. 회사 이사로서 세미나에 가거나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자리에 참석하면 ‘직장인 배역’을 맡아 일하는 자리에 왔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제가 맡은 역할을 잘해내면 된다고 생각하면 처음 하는 일인데도 오히려 잘하게 되더라고요. 직장 생활과 배우 생활, 1인 2역이 아니라 배우 사강이 다양한 역할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기분이에요.

카메라 앞에 서다 여러 사람과 부딪히며 일하는 게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저는 골프용품 회사의 이사와 더불어 건강식품 사업도 병행하고 있어요. 박람회에 가서는 제가 직접 시음 행사에도 참여하는데, 가끔 “연예인인데 이런 일을 해도 괜찮냐?”고 물어보는 분들이 계세요.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서 일하는 거라 정말 아무렇지 않고, 어려운 점도 없어요. 가끔 예능 프로그램 찍는 듯한 기분이 들어 즐겁기도 하고요.

SBS Plus ‘솔로라서’에서 사강의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이 공개됐다.

SBS Plus ‘솔로라서’에서 사강의 직장인으로서의 모습이 공개됐다.

사강, 다시 봄

골프와 건강식품은 크게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두 회사와 연이 닿게 됐나요.

남편과 함께 일한 지인이자 골프용품 회사 대표님 도움으로 그곳의 이사로 가게 됐어요. 건강식품 사업의 경우 친한 지인들과 함께 시작했고요. 두 곳 모두 제 관심사와 잘 맞아떨어져요. 골프 치는 걸 즐겨 하고, 나이가 들다 보니 건강식품에도 많은 관심이 갔거든요. 특히 산양유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돼 많은 사람에게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바빠 아이들이 서운해하지는 않나요.

시간을 쪼개서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챙겨주는 데 많이 할애하고 있어요. 일 때문에 바쁘긴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없애진 않았어요. 아이들을 학교나 학원에 데려다주기 위해 하루에 5시간씩 운전을 할 정도지요. 이동하면서 아이들과 대화를 많이 나눠요. 제 손길이 필요한 지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렇게 아이들을 돌보겠어요.

올봄은 사강 씨에게 어떤 느낌인가요.

이 질문이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여전히 바쁘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새로운 시작을 잘하고 싶죠. 저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다시 마음을 굳게 먹고 새로운 꽃을 피울 수 있는 봄이 됐으면 좋겠어요.

봄을 맞아 장바구니에 추가된 아이템이 있나요.

미러리스 카메라를 어제 장바구니에 담아뒀습니다. 예전부터 사진 촬영을 좋아했거든요. 친구들 결혼식이나 만삭 사진도 찍어주곤 했죠. 첫째 아이가 태어난 뒤에는 아기 사진도 많이 찍었고요. 그런데 둘째가 태어난 뒤 두 아이 육아에 전념하다 보니 여유가 없어지면서 카메라를 손에서 놓게 됐어요. 카메라보다는 휴대전화로 사진 촬영하는 경우가 허다했고요. 하지만 휴대전화와 카메라 사진은 정말 다르답니다. ‘좋은 시간 동안 우리 아이들 안 찍어주고 뭐 했지?’ 이런 후회가 들더라고요.

미러리스 카메라에 가장 많이 담을 피사체는 두 딸이겠네요.

그렇죠. 지금도 휴대전화 사진첩의 80% 이상이 우리 아이들 사진인걸요. 제 인생에 남기고 싶은 대부분이 아이들이었던 것 같아요. 다만 너무 아이들 사진만 촬영한 건 조금 후회로 남아요. 남편과 이렇게 빨리 이별할지 몰랐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는 더 후회하지 않도록 가족들과 있는 시간을 잘 기억해보려고 합니다.

인간 사강으로서 이루고 싶은 삶의 목표는요.

직장인이 된 지는 채 1년이 넘지 않았는데, 회사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또 둘째가 중학생이 되면 저의 마음 한편에 자리한 연기와 방송을 향한 열정을 좀 더 펼치고 싶습니다.

대중에게 배우 ‘사강’ 하면 어떤 이미지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그동안은 드라마보다는 예능으로 이름을 더 많이 알렸었어요. 예전 예능에서는 ‘댄스 신고식’이 필수였고, 속된 말로 오디오가 비면 안 됐잖아요. 그래서인지 ‘푼수’ 이미지로 저를 기억해주시는 팬들이 많아요. 그런 관심도 정말 감사하지만, 제 안에는 진지한 부분도 많답니다. 주변 지인들은 ‘솔로라서’를 통해 보여준 모습들이 정말 제 모습이라고 좋아해주더라고요. 저의 차분하면서 자연스러운 모습도 대중에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사강 #솔로라서 #여성동아

‌사진 홍태식
‌사진출처 SBS Plu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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