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더 비트는 보아를 필두로 소녀시대 태연과 효연, 레드벨벳 웬디와 슬기, 에스파 윈터와 카리나로 구성된 프로젝트 유닛이다. 데뷔 23년 차 보아와 SM엔터테인먼트 세 걸 그룹 메인 보컬과 메인 댄서를 뽑아 구성한 조합이다. 2022년 1월 ‘Step Back’을 공개하더니 올해 1월 두 번째 싱글 곡 ‘Stamp On It’으로 돌아왔다.
전반적인 가사는 후배 가수를 깎아내리는 꼰대 선배를 떠올리게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한 격려도 들어 있다. 혹독한 무대 경쟁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K-팝 시장을 담았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중이다. ‘내 심장이 뛰게 가진 걸 다 보여줘’ ‘빛나도 돼, 넌’이 그 예다.
흔히 K-팝을 두고 “한국어를 모르면 더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지나친 문법 파괴가 주는 애매한 의미 전달이 혼란을 가중하기 때문이다. 위 가사 뒤에 연결된 ‘더 환하게 타올라도 돼, 넌’ ‘이건 파워 게임이 아냐’ ‘거친 세상에 나와라’ 같은 맥락과 문법이 모두 흐트러진 의미 모를 말을 봐도 그렇다. 다만 이 곡은 ‘You must better watch out’ 같은 구절로 영어 화자에게도 그 느낌을 선사한다. 심경이 복잡해지는 건 가사뿐만이 아니다. 구성도 곡의 난해함에 한몫을 더한다. 2절이 나올 법한 구간에 ‘포스트 코러스(K-팝에서 후렴을 강화하기 위해 쓰는 곡 구성 기법)’ 섹션이 등장해 감상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
각 멤버는 흐트러짐 없는 안무와 안정적인 보컬로 자신의 실력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찬란한 멜로디 브리지와 사이사이 흩날리는 애드리브도 짜릿하다. 숱한 무대 경험에서 나오는 완급 조절도 인상 깊다. 멤버 각각이 자신의 개성으로 은근한 협박과 솔직한 도발 사이, 혹은 싸늘한 으름장과 격렬한 자신감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청자에게 경이에 가까운 감상을 선사한다.
K-팝 세계에서는 화제성 강한 인물이 우수한 퍼포먼스를 펼치면 곡의 음악성은 상관없는 걸까. 오히려 퍼포머가 뛰어난 경우에 ‘멀쩡한’ 곡과 함께 등장해도 괜찮지 않을까. SM엔터테인먼트가 그런 노래를 만들지 못하는 프로덕션도 아닌데 말이다. 의도가 어찌 됐건, ‘Stamp On It’은 퍼포머의 역량이 뛰어난 드림 팀이라는 이유 때문에 곡의 기이함을 극단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 세계관 속에서 보아(2000)부터 에스파(2020)까지 아우르는 갓 더 비트의 정체성은 SMCU의 ‘레거시’ 그 자체다. SM엔터테인먼트가 K-팝의 표준이라고 주창해온 ‘SMP(SM Performance)’가 옳았다고 증명할 기회인 셈이다. 암울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난해하고 어지러운 구조, 충격적이고 낯 뜨거운 가사가 감상자의 멘털을 부수고 휩쓸어 3분가량의 무대에 몰입하게 만드는 금단의 레시피 말이다.
기이한 조합의 음식을 설득력 있게 내놓으려면 대단한 요리 실력과 요리사의 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푸아그라, 샤인머스캣, 한우, 마라, 버터를 조합했지만 탈(脫)인간급 실력의 요리사가 만드니 맛있다’ 같은 의미다. 나 같은 범인(凡人)의 상상력에선 이 재료를 함께 나열하는 것으로 속이 울렁이지만 실제 SM엔터테인먼트는 꾸준히 이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 요리를 선보여왔다. 대중도 이런 행태에 치를 떨면서도 이들이 준비한 기이한 만찬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갓 더 비트는 선공개한 ‘Stamp On It’을 타이틀로 1월 16일 첫 미니앨범을 발매한다. 연초 ‘에스엠타운 라이브’에서 ‘광야’의 문이 열릴 때 한정으로 컴백하는 유닛이다. 갓 더 비트의 신곡으로 심란하게 매해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SMP에 조련당한 중생의 비뚤어진 욕망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시작한 한 해는 현실에서 진짜 심란한 일이 잔뜩 일어나도 조금은 무던하게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갓더비트 #StampOnIt #SMCU #여성동아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거칠게 破(파) 모나리자 스마일”
가장 센세이셔널한 건 가사다. 초반부터 ‘허세 쩔어, 넌’으로 인상을 남기고 후렴에서는 뜻도 짐작하기 힘든 ‘거칠게 破(파) 모나리자 스마일’ 같은 가사가 난무한다. 청자를 거칠게 부순 뒤 은은한 미소를 짓겠단 뜻으로 추측할 수 있는 이 가사는 노래 전반에 자리한 무형의 경고조를 나타낸다. 절정부에 등장하는 ‘엔간히 독한 맘 아니면 너 시작하지 마 이 일’에서는 의외로 표준어인 ‘엔간히’가 주는 강렬한 구어의 감각과 자유분방한 문장구조 도치가 나타난다. 분노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 듣다 보면 묵직하게 가슴이 철렁이는 가사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2020년 역주행한 가수 비의 ‘깡’이 떠오른다는 반응도 나온다.전반적인 가사는 후배 가수를 깎아내리는 꼰대 선배를 떠올리게 하지만 자세히 보면 은근한 격려도 들어 있다. 혹독한 무대 경쟁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한 K-팝 시장을 담았다는 분석이 잇따르는 중이다. ‘내 심장이 뛰게 가진 걸 다 보여줘’ ‘빛나도 돼, 넌’이 그 예다.
흔히 K-팝을 두고 “한국어를 모르면 더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지나친 문법 파괴가 주는 애매한 의미 전달이 혼란을 가중하기 때문이다. 위 가사 뒤에 연결된 ‘더 환하게 타올라도 돼, 넌’ ‘이건 파워 게임이 아냐’ ‘거친 세상에 나와라’ 같은 맥락과 문법이 모두 흐트러진 의미 모를 말을 봐도 그렇다. 다만 이 곡은 ‘You must better watch out’ 같은 구절로 영어 화자에게도 그 느낌을 선사한다. 심경이 복잡해지는 건 가사뿐만이 아니다. 구성도 곡의 난해함에 한몫을 더한다. 2절이 나올 법한 구간에 ‘포스트 코러스(K-팝에서 후렴을 강화하기 위해 쓰는 곡 구성 기법)’ 섹션이 등장해 감상자가 갈피를 잡지 못하게 만든다.
#퍼포머 역량으로 ‘하드 캐리’
‘Stamp On It’의 소구력은 탁월한 퍼포먼스에 있다. 선공개 무대인 ‘스테이지 비디오(Stage Video)’만 봐도 갓 더 비트 7인조의 눈빛과 손짓에 금세 매료된다. 가사와 곡 구성이 주는 난해함 대신 SM엔터테인먼트 드림 팀 유닛의 각 잡히고 정제된 퍼포먼스만 머릿속에 남게 된다. 드림 팀 칭호에는 이유가 있다. 보아를 주축으로 모인 세 걸 그룹의 메인 보컬과 메인 댄서 조합 자체가 화제를 불러 모았기 때문. 멤버 간 커리어 차이는 최대 20년에 달한다.각 멤버는 흐트러짐 없는 안무와 안정적인 보컬로 자신의 실력을 남김없이 보여준다. 찬란한 멜로디 브리지와 사이사이 흩날리는 애드리브도 짜릿하다. 숱한 무대 경험에서 나오는 완급 조절도 인상 깊다. 멤버 각각이 자신의 개성으로 은근한 협박과 솔직한 도발 사이, 혹은 싸늘한 으름장과 격렬한 자신감 사이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청자에게 경이에 가까운 감상을 선사한다.
K-팝 세계에서는 화제성 강한 인물이 우수한 퍼포먼스를 펼치면 곡의 음악성은 상관없는 걸까. 오히려 퍼포머가 뛰어난 경우에 ‘멀쩡한’ 곡과 함께 등장해도 괜찮지 않을까. SM엔터테인먼트가 그런 노래를 만들지 못하는 프로덕션도 아닌데 말이다. 의도가 어찌 됐건, ‘Stamp On It’은 퍼포머의 역량이 뛰어난 드림 팀이라는 이유 때문에 곡의 기이함을 극단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푸아그라와 샤인머스캣을 섞은 요리
SM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소속 아티스트와 그 역사를 종횡으로 엮은 ‘SMCU(SM Culture Universe)’ 세계관을 펼치고 있다. 1월 1일 ‘Stamp On It’이 처음 공개된 ‘SMTOWN LIVE 2023(에스엠타운 라이브 2023)’도 SMCU를 바탕으로 조합된 유닛들이 퍼포먼스를 보이는 무대다. 그룹의 틀이 절대적인 아이돌 세계에서 그 벽을 허무는 ‘크로스 유닛’을 시도한 것. K-팝 시장에서 연말연시란 흥행, 커리어, 시상식 같은 평가지표에서 한 발짝 떨어져 평소와 다른 시도가 허용되는 핼러윈데이 같은 시기다.이 세계관 속에서 보아(2000)부터 에스파(2020)까지 아우르는 갓 더 비트의 정체성은 SMCU의 ‘레거시’ 그 자체다. SM엔터테인먼트가 K-팝의 표준이라고 주창해온 ‘SMP(SM Performance)’가 옳았다고 증명할 기회인 셈이다. 암울하고 강렬한 사운드와 난해하고 어지러운 구조, 충격적이고 낯 뜨거운 가사가 감상자의 멘털을 부수고 휩쓸어 3분가량의 무대에 몰입하게 만드는 금단의 레시피 말이다.
기이한 조합의 음식을 설득력 있게 내놓으려면 대단한 요리 실력과 요리사의 명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푸아그라, 샤인머스캣, 한우, 마라, 버터를 조합했지만 탈(脫)인간급 실력의 요리사가 만드니 맛있다’ 같은 의미다. 나 같은 범인(凡人)의 상상력에선 이 재료를 함께 나열하는 것으로 속이 울렁이지만 실제 SM엔터테인먼트는 꾸준히 이 방식으로 기억에 남는 요리를 선보여왔다. 대중도 이런 행태에 치를 떨면서도 이들이 준비한 기이한 만찬을 즐길 수밖에 없었다.
갓 더 비트는 선공개한 ‘Stamp On It’을 타이틀로 1월 16일 첫 미니앨범을 발매한다. 연초 ‘에스엠타운 라이브’에서 ‘광야’의 문이 열릴 때 한정으로 컴백하는 유닛이다. 갓 더 비트의 신곡으로 심란하게 매해를 시작하는 것은 어떨까. SMP에 조련당한 중생의 비뚤어진 욕망일 수 있겠지만, 그렇게 시작한 한 해는 현실에서 진짜 심란한 일이 잔뜩 일어나도 조금은 무던하게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갓더비트 #StampOnIt #SMCU #여성동아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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