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곳은 OTT 시장이다. 구글(유튜브), 넷플릭스, 디즈니, 아마존 등 글로벌기업뿐 아니라 방송사와 통신사가 합작한 웨이브, 티빙 등이 각축전을 벌인다. 해당 OTT 플랫폼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방구석 1열’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을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다.
이들 플랫폼을 대형 온라인 서점에 비유하면 OTT 플랫폼 ‘퍼플레이’는 주인의 뚝심이 담긴 작은 동네 서점에 가깝다.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를 지향하며 직접 만든 기준을 통과한 여성영화나 성평등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하고 있다. 한 달에 1만 원 정도만 내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여타 OTT와 달리 콘텐츠도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장사가 될까”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2년간의 베타 서비스 기간을 거쳐 2019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퍼플레이는 차츰차츰 성장해 3만50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2021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OTT 플랫폼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뒤, 2022년 8월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기업 8곳 중 하나로 뽑혔다. 조일지(36) 퍼플레이 대표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넘어서 앞으로 여성 영화인들과 관객을 연결하는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퍼플레이의 시작이 궁금합니다.
퍼플레이를 운영하기 전 영화제에서 5년간 일했어요. 심사 위원에게 보낼 작품을 미리 선별하는 역할도 맡았는데, 많게는 1년에 1000편이 넘는 영화를 보기도 했죠. 그러면서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다양한 영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영상 구독 플랫폼이 대중화되는 시기였는데,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를 온라인으로 유통해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왜 여성영화였나요.
서울여성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친구에게 추천했는데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전부터 극장에 걸리는 영화 중에 여성 감독이 만든 작품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당시 영화계 내 다양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는데, 우리가 여성영화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사업 아이템으로 확정하게 됐습니다.
OTT 플랫폼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사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웃음). 돌이켜보면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영화제 스태프라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한 직후여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는 있었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표로서 개발자와 기본적인 소통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6개월간 하루에 12시간씩 코딩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베타 서비스 기간이 길었습니다.
사업적인 측면이나 모든 것에 초보였기 때문에 피드백을 듣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대로 된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팀원들은 다른 본업이 있는 채로 일했고요. 다행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퍼플레이를 많은 분에게 알릴 수 있었어요. 후원금은 선물로 제공하기로 한 티셔츠를 만드느라 다 써버렸지만요(웃음). 베타 서비스 기간엔 회원이 1000명 정도였는데 정식 오픈한 뒤에는 1만 명이 가입해주셨죠. 그렇게 회원이 늘다 보니 지금까지 운영해올 수 있었습니다.
구독형이 아니라 왜 작품 개별 결제 방식을 택했나요.
물론 처음엔 구독 모델을 생각했죠. 하지만 구독 방식을 택하면 창작자와의 수익 분배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유명하지 않은 영화는 소외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콘텐츠에 합당한 가격을 매기고 싶었습니다.
후회는 안 합니다(웃음). 대신 퍼플레이는 박리다매로 콘텐츠를 많이 팔아서 수익을 얻자는 생각이었어요. 콘텐츠 업계에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요. 제가 분배 구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건 다른 창작자들도 “저기는 이만큼 준다더라” 하면서 제대로 된 계약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예요.
시청자층은 주로 여성인가요.
퍼플레이를 시작할 때는 2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잡았어요.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소비로 연결하는 세대니까요. 그런데 유료 결제를 한 회원을 매달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성비가 5:5로 나와요. 처음엔 호기심에 여성영화를 한번 본 남성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1년간 자료를 보면 그 데이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요. 봤던 분들이 또 찾아주시고요.
사업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사실 상업 장편영화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개별 단편영화를 온라인에서 돈 주고 본다는 것 자체에 많은 분이 낯설어했어요. 그래서 상업영화를 홍보하는 것처럼 잘 포장해서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퍼플레이는 스트리밍하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 매거진 ‘퍼줌’과 뉴스레터 ‘퍼플레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성 감독의 영화 제작기, 여성 평론가의 영화 비평 등이 담긴다. 독립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을 위해 장르 구분 이상의 특별한 큐레이션도 제공하고 있다. 전여빈, 류혜영 등 지금은 유명 배우가 된 이들의 초기 작품이나 여성 감독의 데뷔작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보고 쉽게 영화에 접근할 수 있다. 현재 퍼플레이가 제공하는 영화는 350여 편, 이 중 90%는 오로지 퍼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다.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고르나요.
여성 감독의 영화이거나 여성의 서사를 담고 있는지가 우선입니다. 감독의 성별과 상관없이 성평등을 다룬 이야기도 대상이 되고요. 벡델테스트(영화 줄거리상 성평등을 측정하는 기준)나 F등급(여성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영화에 개입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도 봅니다. 물론 재미도 중요한 요소죠. 이를 포함해 20가지 기준이 있어요. 퍼플레이 구성원들끼리 그 기준을 놓고 논의를 통해 스트리밍할 영화를 결정합니다.
퍼플레이를 보면 여성영화의 흐름도 알 수 있겠네요.
흐름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장 자체가 작긴 해요. 다만 상업영화까지 확대해서 본다면 스크린 속 여성들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게 느껴져요. 과거에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떠올려보면 범죄의 피해자로 그려지거나 누군가의 엄마인 경우가 많았잖아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봐도 여성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이 점차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아직 여성 영화인의 공간이 너무 작다는 점이 안타깝죠.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스트리밍 외에도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이용해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걸 계획 중입니다. 유통뿐 아니라 영화 배급 일도 시작했어요. 영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오프라인 상영 등을 통해 부가 콘텐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이건 창작자뿐 아니라 퍼플레이 회원들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퍼플레이가 단순히 콘텐츠를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창작자와 관객, 관객과 관객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온라인뿐 아니라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예전 오프라인 상영회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라요. 영화의 주제가 ‘털’이었어요. 여성이 항상 체모를 다듬어야 한다는 억압에 대한 내용이었죠.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한 남자분이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영화를 보면서, 자기도 수염을 안 깎은 날 지저분하다는 핀잔을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며 공감했다는 거죠. 저는 영화가 끝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각자의 시각이나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사회적인 갈등도 이런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퍼플레이의 목표가 있나요.
OTT를 넘어 문화 다양성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요. 더 큰 꿈이 있다면 사회적기업 최초로 증시에 상장해보고 싶어요(웃음).
#조일지 #퍼플레이 #여성영화 #여성동아
“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3명의 피해자를 전형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모두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죠.”
-synopsis
하경은 경수를 통해 별안간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남자 동기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자 친구들의 몸 사진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 우연치 않게 자신도 피해자임을 알게 된 하경은 분노에 휩싸이고, 같은 피해자인 지안과 다인을 만나 함께 고소를 준비하려 하지만 이 과정이 조금 묘하다. 답답함에 속이 막히는데 떡볶이는 맛있고, 이 상황을 빨리 끝장내고 싶은데 함께 있는 시간이 재밌다.
‘그려서 만든 세상’ 시리즈(김소윤·김승희·우진·임채린 감독)
“각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모아 총 네 편으로 구성한 시리즈입니다. 애니메이션 길이가 길지 않고, 감독님의 작업 의도가 담긴 인터뷰도 들어 있어서 처음 퍼플레이에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편하게 보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퍼플레이
이들 플랫폼을 대형 온라인 서점에 비유하면 OTT 플랫폼 ‘퍼플레이’는 주인의 뚝심이 담긴 작은 동네 서점에 가깝다. ‘언제나 가까운 여성영화’를 지향하며 직접 만든 기준을 통과한 여성영화나 성평등 영화를 스트리밍 서비스하고 있다. 한 달에 1만 원 정도만 내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여타 OTT와 달리 콘텐츠도 개별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장사가 될까” 우려 섞인 시선에도 불구하고 2년간의 베타 서비스 기간을 거쳐 2019년 12월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퍼플레이는 차츰차츰 성장해 3만5000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2021년 3월 고용노동부로부터 OTT 플랫폼 최초로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뒤, 2022년 8월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사회적기업 8곳 중 하나로 뽑혔다. 조일지(36) 퍼플레이 대표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는 걸 넘어서 앞으로 여성 영화인들과 관객을 연결하는 새로운 장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소외되는 영화 없길 바랐다”
OTT 퍼플레이 홈페이지.
퍼플레이를 운영하기 전 영화제에서 5년간 일했어요. 심사 위원에게 보낼 작품을 미리 선별하는 역할도 맡았는데, 많게는 1년에 1000편이 넘는 영화를 보기도 했죠. 그러면서 극장에 걸리지 못하는 다양한 영화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당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영상 구독 플랫폼이 대중화되는 시기였는데, 극장에서 보기 힘든 영화를 온라인으로 유통해 관객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이었어요.
왜 여성영화였나요.
서울여성국제영화제에서 좋은 영화를 보고 친구에게 추천했는데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전부터 극장에 걸리는 영화 중에 여성 감독이 만든 작품이 너무 적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당시 영화계 내 다양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었는데, 우리가 여성영화에 주목해보면 어떨까 생각해서 사업 아이템으로 확정하게 됐습니다.
OTT 플랫폼을 만든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요.
사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했어요(웃음). 돌이켜보면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다만 영화제 스태프라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한 직후여서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는 있었죠.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대표로서 개발자와 기본적인 소통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6개월간 하루에 12시간씩 코딩 공부를 하기도 했어요.
베타 서비스 기간이 길었습니다.
사업적인 측면이나 모든 것에 초보였기 때문에 피드백을 듣는 기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대로 된 수입이 없었기 때문에 팀원들은 다른 본업이 있는 채로 일했고요. 다행히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퍼플레이를 많은 분에게 알릴 수 있었어요. 후원금은 선물로 제공하기로 한 티셔츠를 만드느라 다 써버렸지만요(웃음). 베타 서비스 기간엔 회원이 1000명 정도였는데 정식 오픈한 뒤에는 1만 명이 가입해주셨죠. 그렇게 회원이 늘다 보니 지금까지 운영해올 수 있었습니다.
구독형이 아니라 왜 작품 개별 결제 방식을 택했나요.
물론 처음엔 구독 모델을 생각했죠. 하지만 구독 방식을 택하면 창작자와의 수익 분배가 복잡해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또 유명하지 않은 영화는 소외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콘텐츠에 합당한 가격을 매기고 싶었습니다.
“20가지 기준으로 영화 선별”
퍼플레이는 시작할 때부터 스트리밍 수익의 70%가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적지 않은 비율인데 결정을 후회하지 않으시나요.후회는 안 합니다(웃음). 대신 퍼플레이는 박리다매로 콘텐츠를 많이 팔아서 수익을 얻자는 생각이었어요. 콘텐츠 업계에서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요. 제가 분배 구조를 구체적으로 밝히는 건 다른 창작자들도 “저기는 이만큼 준다더라” 하면서 제대로 된 계약을 맺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예요.
시청자층은 주로 여성인가요.
퍼플레이를 시작할 때는 20대 여성을 주 타깃으로 잡았어요. 페미니즘과 같은 사회적 이슈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소비로 연결하는 세대니까요. 그런데 유료 결제를 한 회원을 매달 분석한 자료를 보면 성비가 5:5로 나와요. 처음엔 호기심에 여성영화를 한번 본 남성분이 많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1년간 자료를 보면 그 데이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어요. 봤던 분들이 또 찾아주시고요.
사업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사실 상업 장편영화도 아니고, 유명하지도 않은 개별 단편영화를 온라인에서 돈 주고 본다는 것 자체에 많은 분이 낯설어했어요. 그래서 상업영화를 홍보하는 것처럼 잘 포장해서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퍼플레이는 스트리밍하는 영화를 홍보하기 위해 온라인 매거진 ‘퍼줌’과 뉴스레터 ‘퍼플레터’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여성 감독의 영화 제작기, 여성 평론가의 영화 비평 등이 담긴다. 독립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용자들을 위해 장르 구분 이상의 특별한 큐레이션도 제공하고 있다. 전여빈, 류혜영 등 지금은 유명 배우가 된 이들의 초기 작품이나 여성 감독의 데뷔작 등 다양한 카테고리를 보고 쉽게 영화에 접근할 수 있다. 현재 퍼플레이가 제공하는 영화는 350여 편, 이 중 90%는 오로지 퍼플레이에서만 볼 수 있는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다.
어떤 기준으로 영화를 고르나요.
여성 감독의 영화이거나 여성의 서사를 담고 있는지가 우선입니다. 감독의 성별과 상관없이 성평등을 다룬 이야기도 대상이 되고요. 벡델테스트(영화 줄거리상 성평등을 측정하는 기준)나 F등급(여성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영화에 개입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도 봅니다. 물론 재미도 중요한 요소죠. 이를 포함해 20가지 기준이 있어요. 퍼플레이 구성원들끼리 그 기준을 놓고 논의를 통해 스트리밍할 영화를 결정합니다.
퍼플레이를 보면 여성영화의 흐름도 알 수 있겠네요.
흐름을 논하기에는 아직 시장 자체가 작긴 해요. 다만 상업영화까지 확대해서 본다면 스크린 속 여성들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게 느껴져요. 과거에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를 떠올려보면 범죄의 피해자로 그려지거나 누군가의 엄마인 경우가 많았잖아요.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때와 비교해봐도 여성영화를 즐겨 보는 관객이 점차 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아직 여성 영화인의 공간이 너무 작다는 점이 안타깝죠.
“사회적기업 최초로 상장하고 싶다”
조 대표는 영화진흥위원회(kofic)의 통계자료를 인용했다. 2020년 7월 영진위 한국영화성평등소위원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8년 국내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학생 중 57.6%는 여성이지만 같은 기간 국내 3대 영화제(부산·전주·부천)에서 상영된 영화를 연출한 여성 감독 비율은 24.7%로 줄어든다. 개봉한 영화 중 여성 감독 비율은 11.5%에 불과하다. 조 대표는 “여성 창작자를 위해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나요.
스트리밍 외에도 창작자들이 저작권을 이용해 다양하게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걸 계획 중입니다. 유통뿐 아니라 영화 배급 일도 시작했어요. 영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오프라인 상영 등을 통해 부가 콘텐츠 수익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이건 창작자뿐 아니라 퍼플레이 회원들을 위한 일이기도 해요. 퍼플레이가 단순히 콘텐츠를 감상하는 공간을 넘어 창작자와 관객, 관객과 관객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온라인뿐 아니라 다양한 오프라인 활동을 하는 이유는 뭔가요.
예전 오프라인 상영회에서 있었던 에피소드가 떠올라요. 영화의 주제가 ‘털’이었어요. 여성이 항상 체모를 다듬어야 한다는 억압에 대한 내용이었죠. 영화 상영이 끝난 뒤 한 남자분이 이런 얘기를 해주셨어요. 영화를 보면서, 자기도 수염을 안 깎은 날 지저분하다는 핀잔을 들은 기억이 떠올랐다며 공감했다는 거죠. 저는 영화가 끝나고 오프라인 공간에서 각자의 시각이나 생각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사회적인 갈등도 이런 대화를 통해 풀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퍼플레이의 목표가 있나요.
OTT를 넘어 문화 다양성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 플랫폼을 만들고 싶어요. 우리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좋은 콘텐츠를 혼자 보는 게 아니라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요. 더 큰 꿈이 있다면 사회적기업 최초로 증시에 상장해보고 싶어요(웃음).
#조일지 #퍼플레이 #여성영화 #여성동아
조일지 퍼플레이 대표의 추천작
‘까만점’(이영음 감독)“디지털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데 3명의 피해자를 전형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모두 피해자다움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이죠.”
-synopsis
하경은 경수를 통해 별안간 충격적인 사실을 듣는다. 남자 동기들이 단체 채팅방에서 여자 친구들의 몸 사진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 우연치 않게 자신도 피해자임을 알게 된 하경은 분노에 휩싸이고, 같은 피해자인 지안과 다인을 만나 함께 고소를 준비하려 하지만 이 과정이 조금 묘하다. 답답함에 속이 막히는데 떡볶이는 맛있고, 이 상황을 빨리 끝장내고 싶은데 함께 있는 시간이 재밌다.
‘그려서 만든 세상’ 시리즈(김소윤·김승희·우진·임채린 감독)
“각 감독님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모아 총 네 편으로 구성한 시리즈입니다. 애니메이션 길이가 길지 않고, 감독님의 작업 의도가 담긴 인터뷰도 들어 있어서 처음 퍼플레이에 들어오신 분들이라면 편하게 보시기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퍼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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