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와 천재가 만나면
‘아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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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각각 미국과 영국, 영화와 음악계를 대표하는 두 천재가 넷플릭스에서 만났다. 단편영화 ‘아니마(ANIMA)’의 서사를 한 어절로 요약하자면 ‘우연히 사랑에 빠진 남자가 한 여성을 찾아가는 이야기’. 주인공은 톰 요크 자신이다. 15분 길이의 ‘아니마’는 그가 2019년 내놓은 앨범 제목이기도 하다. 발매 당시 “당신의 꿈을 기억하는 데 어려움이 있습니까?”라는 광고 문구가 영국 런던 지하철역에 나붙었다. 영화 ‘아니마’ 역시 톰 요크와 PTA가 공들여 설계한 꿈속을 엿보는 것 같다.
한 번쯤 경험해봤을 법한 정체 모를 누군가로부터의 쫓김, 기묘하게 뒤틀리는 시공간 등을 PTA의 카메라 안에 담았다. 톰 요크는 화면 속을 유영하며 함께 등장하는 무용수들과 춤을 추는데, 언뜻 Mnet ‘스트릿 우먼 파이터’의 단체 미션 장면이 떠오른다. 만일 대사 한 줄 없는 이 영화가 15분이 아니라 150분이었다면, 감히 추천하지 못했을 것이다. PTA의 영화나 라디오헤드의 팬이라면 퇴근길, 잠시나마 색다른 소리의 파동과 유려한 몸의 움직임에 자신을 던져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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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후려치는 한 방
‘몸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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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교제를 위해 만난 남자와 여고생. 남자는 계속해서 여고생의 몸값을 흥정한다. 원작 영화의 시놉시스는 동명의 드라마보다 자극적이다. 2015년 공개 다음 해 미쟝센 단편영화제, 부산국제 단편영화제, 대단한 단편영화제 등을 그야말로 ‘쓸었다’. 이 화제작을 연출한 이충현 감독에게 충무로의 이목이 집중됐고, 그는 2020년 넷플릭스 ‘콜’로 장편 데뷔를 마쳤다. 이 영화의 포인트는 2가지. ‘식스 센스’급이라는 수식이 과장되지 않을 만한 반전과 이를 극대화하는 효과를 발휘하는 촬영 방식이다.
“단편영화는 이 맛에 보는 거지.”
한 왓챠 시청자가 남긴 평이 딱 떨어진다. ‘몸 값’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주영(영화 ‘메기’의 이주영 아님)은 이후 영화 ‘독전’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등에서 잊을 수 없는 조연 캐릭터로 자신만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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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의 봉준호
‘지리멸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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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이야기 각각의 주인공은 교수, 신문사 논설위원, 검사로 이른바 사회 지도층으로 불릴 만한 위치에 올라간 인물이다. 하지만 이들의 일상은 너절하기 짝이 없다. 교수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포르노를 즐기고, 신문사 논설위원은 아침 산책 중 이웃집에 배달된 우유를 훔쳐 먹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노상 방뇨를 시도하다 경비원에게 들킨 검사도 지리멸렬하긴 마찬가지. 청년 봉준호의 신랄한 사회 비판이 녹아 있는 작품인 셈.
실눈을 뜨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봉 감독이 앞으로 만들어갈 작품의 장면이 겹쳐지기도 한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골목은 ‘기생충’의 단독주택 골목을 연상시키고, TV가 중요한 소품으로 쓰이는 에필로그는 영화 ‘괴물’을 떠올리게 한다. 봉 감독을 비롯해, 이제는 충무로 유명 인사가 된 이름들을 엔딩 크레딧에서 찾아보는 것도 이 영화의 또 다른 즐거움이다.
봉준호 감독은 2019년 ‘인디그라운드’와의 인터뷰에서 “조악하고 치기 어린 작품을 다시 내보인다는 게 부끄럽다”면서 “젊은 영화학도나 단편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이 작품을 보고 희망을 얻게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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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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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사는 2019년부터 ‘스파크쇼츠(SparkShorts)’라 불리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내 아티스트끼리 팀을 이뤄 한정된 기간과 예산을 가지고 단편영화를 연이어 만드는 프로젝트다. ‘아웃’은 7번째로 공개된 스파크쇼츠 작품이다. 부모님에게 커밍아웃을 하지 못한 그레그가 주인공. 어느 날 그는 자신의 강아지 ‘짐’과 영혼이 바뀌게 되고 그동안 몰랐던 부모님의 진심을 알게 된다. 픽사가 소속된 디즈니에서 성소수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첫 작품이다.
‘아웃’ 외에도 스타트업 회사에 취직하게 된 실뭉치의 좌충우돌 스토리 ‘펄’, 가족을 향한 할머니의 희생을 담은 ‘윈드’ 등 총 10편의 스파크쇼츠 영화가 있다. 이번 주말, 가을 하늘 아래 붐비는 인파 속으로 몸을 던질 자신이 없다면 나를 위한 스파크쇼츠 영화제를 열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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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업’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
#아니마 #몸값 #지리멸렬 #아웃 #O!리지널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왓챠 디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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