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st DAY 류큐 왕국의 역사·문화와 만나다
1월 26일 오전 11시 40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정확히 2시간 15분 뒤인 오후 1시 55분 오키나와 나하 공항에 도착했다. 여행을 떠나기 전 2시간 거리라는 설명을 듣기는 했지만 예상보다 짧게 느껴지는 비행 시간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나하 공항에 내리자 서울에서 입고 출발한 패딩 코트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졌다. 아열대성 기후에 속해 겨울에도 따뜻하고 연평균 최저기온이 17.2℃라는 말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우리가 흔히 오키나와라고 부르는 곳의 정확한 명칭은 ‘오키나와 현’이다. 일본 규슈에서 대만까지 이어지는 류큐 제도라고 불리는 섬들의 남반부를 차지하는 류큐 열도를 가리키며, 유인도 49개를 포함해 크고 작은 1백60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중심을 이루는 곳이 제주도의 1.5배 크기인 오키나와 본섬으로 나하 공항이 위치한 남부 지역과 미군 기지가 위치한 중부 지역, 다양한 해양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서부 지역, 오키나와에만 서식하는 동식물을 볼 수 있는 북부 지역으로 나뉜다.
여행 첫날 남은 시간을 이용해 방문하기로 한 곳은 나하 공항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키나와 월드였다.
오키나와 월드
오키나와는 1879년 메이지 정부에 의해 일본에 복속되기 전까지 류큐 왕국이라 불리는 독립된 왕국이었다. 선사시대를 거쳐 10세기경 동족 집단이 각지에 터를 잡아 세력 다툼을 벌이다가 1429년 통일이 됐다. 류큐 왕국은 중국과 유대가 깊고 중국에서 오는 책봉사라는 사신을 맞이했으며,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 일본과의 중계무역을 통해 번영을 누렸다. 하지만 1879년 일본에 합병되면서 류큐 왕국의 역사는 막을 내렸고, 제2차 세계대전 때는 전쟁에 휘말린 뒤 미군의 통치를 받았다. 오키나와가 다시 현재처럼 일본에 속하게 된 것은 1972년이다.
테마파크 오키나와 월드는 오키나와 민가를 비롯해 다양한 류큐 문화를 보고 체험하며 류큐 왕국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오키나와 특산 류큐 글라스 유리공예 공방을 비롯해 각종 체험 공방, 왕국 역사박물관, 반시뱀 박물관인 하부박물공원 등 볼거리가 많다. 오키나와의 독특한 전통춤 에이샤와 반시뱀 공연도 매일 열리니 놓치지 말 것.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마침 에이샤 공연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각종 탈을 쓴 출연자들이 북을 치며 추는 춤은 보는 이들까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또한 오키나와 월드에는 일본에서 가장 긴 5km의 종유석 동굴인 교쿠센도가 있는데, 종유석의 수만 1백만 개 이상으로 동굴을 한 바퀴 둘러보다 보면 자연이 빚어낸 신비에 감탄이 절로 터져나온다.
<font color="#333333"><b>1</b></font> ‘오키나와 속 미국’을 느낄 수 있는 아메리칸 빌리지. 60m 높이의 관람차가 방문객을 맞는 이곳은 각종 매장과 음식점, 카페가 즐비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font color="#333333"><b> 2</b></font> 오키나와의 독특한 전통춤 에이샤는 오키나와 월드에서 볼 수 있다.<font color="#333333"><b> 3</b></font> 고래상어를 볼 수 있는 츄라우미 수족관.
2nd DAY 오키나와의 다양한 얼굴을 발견하다
햇살이 따갑던 전날과는 다른 흐린 하늘.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추울 수 있으니 두툼한 외투를 준비해달라는 주의 사항이 실감나는 날이었다. 오늘 여행의 첫 번째 목적지인 북부 지역의 츄라우미 수족관으로 향하며 차창 밖 오키나와를 보면서 든 생각은 제주와 비슷한 풍광을 지녔다는 것. 바람이 많이 불고 집집마다 돌로 쌓은 담장이 왠지 낯설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츄라우미 수족관
일본 최대 규모의 수족관으로 희귀 동물인 고래상어가 있어 유명세를 얻은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추성훈과 사랑 부녀가 방문하는 모습이 방송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했다고 한다. 오키나와를 찾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 방문하는 여행 명소.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바다 생물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직접 만져보는 터치 풀까지 있다. 수족관 내에서 가장 인기인 곳은 최대 어류인 고래상어가 머무는 곳. 방문객들 모두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며 신비한 바닷 속 세상에 매료된다. 하루 몇 차례 진행되는 돌고래 쇼도 놓치지 말 것.
나고 파인애플 파크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과일인 파인애플을 주제로 한 테마파크. 지붕이 파인애플 모양으로 생긴 전동차를 타고 한 바퀴 돌며 다양한 종류의 파인애플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시식용으로 제공되는 파인애플 와인, 파인애플 주스, 파인애플 카스텔라, 파인애플 과자 등을 맛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파인애플의 달콤함에 푹 빠지게 된다.
만좌모
오키나와에 가본 적이 없어도 김선아·이동욱 주연의 드라마 ‘여인의 향기’나 조인성·공효진 주연의 ‘괜찮아, 사랑이야’를 본 사람들이라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곳. 두 드라마에서 모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등장했다. 코끼리 형상을 띤 바위 모양으로도 유명한 ‘만좌모(万座毛)’는 단애 절벽 위에 드넓게 펼쳐진 벌판으로, 류큐 국왕 쇼케이가 “1만 명이 앉아도 충분한 벌판”이라고 말한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한다.
이곳을 방문한 모든 사람들은 그 아름다움에 감탄을 금하지 못하며 연신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린다. 시간이 충분하다면 잔디 주변으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서 잠시 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자연이 주는 행복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아메리칸 빌리지
오키나와 중부 해안가에 위치한 아메리칸 빌리지는 오키나와 속 미국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거리 전체가 아기자기한 분위기로 꾸며져 있으며 각종 매장과 음식점, 카페가 즐비해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메리칸 빌리지에 들르면 가장 먼저 60m 높이의 관람차가 눈에 들어오는데, 관람차를 이용하면 이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고.
<font color="#333333"><b>1</b></font> 드라마 ‘여인의 향기’와 ‘괜찮아, 사랑이야’에 등장해 유명세를 얻은 만좌모.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너른 벌판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font color="#333333"><b> 2</b></font> 화려한 불빛 때문에 밤에 더 아름다운 아메리칸 빌리지.<font color="#333333"><b> 3</b></font> 지붕이 파인애플 모양으로 생긴 나고 파인애플 파크의 전동차. 운전자가 없어도 자동으로 움직인다.<font color="#333333"><b> 4</b></font> 중국과 일본, 류큐 왕국의 건축 양식을 모두 볼 수 있는 슈리성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br>
3rd DAY 오키나와의 추억을 남기다
여행의 마지막 날. 보통의 동남아 여행은 한밤중에 비행기에 탑승해 인천국제공항에는 새벽에 도착하는 일정인데 오키나와는 오후 3시 40분 출발, 오후 6시 도착이 가능해 여행의 피로감이 덜하다. 그렇다고 남은 시간을 그냥 보낼 수는 없는 일. 서둘러 류큐 왕국의 중심 도시였던 슈리로 향했다.
슈리성
1879년까지 류큐 왕국의 정치, 외교, 문화의 중심지였던 슈리성. 창건 시기는 14세기 무렵으로 알려져 있으나 명확하지 않으며 1400년대 류큐 왕국 통일 후 왕성으로 확립됐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과 일본, 류큐의 건축 양식을 모두 볼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됐지만 일부가 1992년 ‘슈리성 공원’으로 복원됐고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슈리의 조금 높은 지역에 위치한 슈리성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지녀 차분한 마음으로 여행의 일정을 마무리하기에 좋은 곳이다.
2박 3일간의 짧은 여행으로 오키나와를 다 알게 됐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키나와만이 가진 독특한 매력을 발견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비슷비슷한 여행에 싫증이 난 이라면 한 번쯤 그 매력에 빠져도 좋을 듯하다. 일본관광청 공식 사이트인 J-ROUTE 홈페이지(www.jroute.or.kr)를 방문하면 오키나와에 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글·이한경 기자 | 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비코트립 제공 | 취재협조·일본관광청, 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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