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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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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기] 이우환·쿠사마 야요이 50초컷! 서울옥션·케이옥션 라이브 경매

글 이진수 기자

2022. 02. 23

유명 작가 작품을 먼저 차지하려는 이들의 경쟁 속에 미술품 경매 시장이 날로 뜨거워지고 있다. 기자는 1월 25일과 27일, 두 차례 온라인 경매에 참여해 그 열기를 직접 확인했다. 

“노은님 작가의 ‘무제’ 작품, 20만원씩, 160만원부터 시작합니다.”

1월 25일 오후 3시 25분, 서울옥션 경매 현장에서 호스트가 한 멘트다. 기자는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된 링크에 접속해 ‘온라인 라이브 응찰’ 방법으로 참여했다.

작품 번호 8번. 한국인 최초로 독일 함부르크 국립조형예술대 정교수를 지낸 노은님(76) 작가 작품이 등장했다. 시작한 지 채 20초가 안 돼 가격이 240만원으로 치솟는다. 1분이 지나자 380만원이 됐다. 그리고 낙찰. 호스트는 곧 다음 작품 소개를 시작하고 그때마다 순식간에 가격이 뛰었다. 체감으로, 한 작품이 팔리는 데 50초 정도가 걸리는 듯했다. 경매 참여가 처음이라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한꺼번에 진행하는 줄 몰랐다.

‘이걸 언제까지 보고 있나’ 싶어 잠시 쉬었다 오후 5시 46분 다시 들어갔다. 88번 일본 작가 마유카 야마모토의 ‘리틀 몬스터 암즈’ 차례였다. “100만원씩.” 호스트가 시작을 알린다. “2800만원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전화 응찰 경합이네요.” “2900만원 한 번 더 확인합니다.” “세 번 호가 후 마무리합니다.” “86번 전화 응찰. 2800만원 낙찰입니다.”

멜로디 없는 랩 음악을 ‘빨리 감기’ 한 줄 알았다. 호스트는 응찰자가 더 나오지 않으면 마지막 호가를 세 번 외친 후 최종 낙찰을 선언한다. 이우환 작가의 세라믹 ‘무제’ 작품은 30초도 안 돼 팔렸다. 경매 중 호스트는 “이 작품에 응찰하면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치열합니다” 등의 멘트로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순식간에 뛰어오르는 호가, 전화·온라인으로 치열한 경쟁

이왈종의 ‘제주 생활의 중도’

이왈종의 ‘제주 생활의 중도’

김선우의 ‘Draw a Black Tiger Step by Step(2022년 作)’

김선우의 ‘Draw a Black Tiger Step by Step(2022년 作)’

1월 27일 오후 4시 케이옥션의 메이저 오프라인 경매가 열렸다. 서울옥션과 마찬가지로 홈페이지 공개 링크를 통해 ‘온라인 라이브’ 방법으로 참여했다. 시작 후 4번 작품, 한국 추상미술의 거장 김창열 화백의 ‘워터드롭(Waterdrop)’에 이르기까지 10분이 채 안 걸렸다. 이번에도 가격이 0.1초 단위로 쭉쭉 올라간다.

이건용 작가의 작품 ‘그리기의 방법(The method of drawing)’. 이번엔 1000만원을 시작으로 100만원씩 올려 부르는 방식이다. “2700 여쭙니다.” “255번이 조금 더 빠르셨네요. 전화 3000만원.” “더 이상 전화 안 들어오나요?” “온라인 경합이 된 것 같은데요.” 호스트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전화와 인터넷으로 경매에 참여한 사람들이 곳곳에서 금액을 높여 부르려 안달이 난 것 같았다. 이 작품은 3800만원에 낙찰됐다. 비대면 방식이지만 적게는 수백만원부터 많게는 억대에 이르는 가격의 작품이 척척 팔려나가는 걸 보니 ‘큰돈을 가진 사람이 생각보다 훨씬 많구나’ 싶었다.

오후 5시 21분, 경매 시작 후 90분 가까이 흐르자 호스트가 바뀐다. 이미 작품 번호 100번이 넘어가고 일본 쿠사마 야요이, 영국 데이비드 호크니 등 굵직굵직한 작가들 이름이 호명되는 참이다.

MZ세대 참여 열기 뜨거운 ‘실시간 라이브’

미술품 구매의 기본은 옥션, 즉 경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자 대형 옥션들이 ‘실시간 라이브’ 응찰을 선보였다. 사전에 온라인 패들(번호표)을 받은 사람이 경매 당일 홈페이지를 통해 경매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응찰 버튼을 눌러 참여할 수 있게 한 방식이다.

서울옥션은 2020년 3월 메이저 오프라인 경매에 처음 온라인 실시간 참여 채널을 열었다. 2021년 9월에는 관중 없이 전화·서면·온라인 응찰 방법으로 진행하는 ‘라이브 경매’도 시작했다. 케이옥션은 2020년 9월부터 메이저 오프라인 경매에 실시간 라이브 응찰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경매 현장을 지켜보며 가장 궁금했던 건 작품 번호 결정 기준. 가격이나 작가 인지도 순서가 아닌 것으로 보여서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어떻게 하면 경매 흐름을 좋게 유도할 수 있을까 고민해 번호를 붙인다”고 귀띔했다. 경매 초반에 등장하는 1~10번 작품은 가격이 높지 않으면서 인기가 좋은 것이라고. 쿠사마 야요이 등 널리 알려진 작가 작품은 중간 정도에, 해당 경매의 하이라이트가 될 만하거나 가격이 높은 작품은 주로 후반에 배치한다고 한다. 치밀한 구성을 통해 경매 흐름을 원활하게 가져가면서 열기를 고조시키는 게 옥션의 역할이다.

김구림 ‘Line’

김구림 ‘Line’

이우환 ‘바람과 함께 S8708-39’.

이우환 ‘바람과 함께 S8708-39’.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2003년 作)’

쿠사마 야요이의 ‘pumpkin(2003년 作)’

경매가 끝나는 시간은 마지막 작품이 팔릴 때다. 기자가 참여한 이틀 동안 두 옥션사를 통틀어 낙찰가 1위는 쿠사마 야요이 작품이 차지했다. 낙찰가는 서울옥션 ‘Pumpkin’ (2003년 作) 9억1000만원, 케이옥션 ‘Infinity Nets(TSWA)’ 10억원이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최근 경매 결과를 보면 이우환·이건용·이강소 등 국내 미술계 거장의 작품과 데이비드 호크니·요시토모 나라 같은 해외 유명 작가의 판화, 우국원·김선우 등 젊은 작가의 구상 작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경매 참여자 연령을 보면 MZ세대의 부상이 눈에 띈다. 서울옥션의 경우 2030 신규 회원이 지난해 대비 2.2배 늘었다고 한다. 케이옥션도 전체 경매 참여자의 30~40%가 MZ세대다.

기자도 경매 세계에 한번 빠지니 ‘이렇게 핫한 걸 나만 몰랐나’ 싶은 기분이다. 일전에 최정미 작가의 ‘봄꽃’ 작품이 갖고 싶어 가격을 봤다가 400만원이었다. 이후 마음에만 품어뒀는데, 라이브 경매를 경험하고 나니 ‘조만간 손에 넣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게 됐다. 평소 전시 관람, 미술 작품 보기를 즐기는 이라면 서울옥션·케이옥션 사이트에서 라이브 경매 일정을 확인해 참여해 보시길. ‘작품 구입’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될 것이다. 현재 서울옥션의 무관중 라이브 경매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고, 케이옥션은 한 달에 한 번씩 메이저 경매를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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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서울옥션 케이옥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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