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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에서 노출룩 대명사로, 76세 베라 왕의 파격 변신

김명희 기자

2025. 08. 27

옷을 디자인하는 사람에서 옷 잘 입는 사람으로,
인생 2막을 즐기고 있는 베라 왕의 이야기.

지난 2월 열린 BAFTA 시상식에 스트랩리스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베라 왕.

지난 2월 열린 BAFTA 시상식에 스트랩리스 드레스를 입고 참석한 베라 왕.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의 한 호텔에서 디자이너 베라 왕의 생일 파티가 열렸다. 베트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구람 바잘리아를 비롯해 패션계 인사들이 참석한 이 행사는 축하의 자리를 넘어 시대를 초월한 스타일 아이콘의 존재감을 각인시킨 순간이었다. 블랙 미니 새틴 드레스에 롱부츠를 신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그녀의 모습은 여지없이 파티 주인공이었다. 팔에 박힌 ‘76’ 스팽글 포인트만 아니었다면, 누구도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지 못했을 것이다. 베라 왕의 이 같은 파격적 스타일링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다. 그녀는 매년 자신의 생일을 도발적인 패션으로 기념해왔다. 지난해에는 화이트 컬러 수영복에 크리스털 귀걸이와 선글라스로 포인트를 줬고, 2023년 생일에는 탱크톱, 핫팬츠, 하이힐 차림으로 지인들과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공개했다.  

5월 열린 멧 갈라에는 가슴골이 깊게 파인 머메이드 라인의 드레스를 입었다.

5월 열린 멧 갈라에는 가슴골이 깊게 파인 머메이드 라인의 드레스를 입었다.

뉴욕에서 나고 자란 중국계 미국인 베라 왕은 ‘보그’ 패션 에디터를 거쳐 랄프로렌에서 디자이너 경력을 쌓은 뒤 1989년 40세의 나이에 자신의 이름을 딴 브랜드 ‘VW베라왕’을 론칭했다. 머라이어 캐리, 제니퍼 로페즈, 빅토리아 베컴, 아리아나 그란데, 미셸 오바마, 이방카 트럼프 등 수많은 스타와 셀럽의 웨딩드레스를 디자인했고 국내에선 김남주, 심은하, 염정아, 전도연, 손예진 등이 그녀의 드레스를 선택했다. 여성스러운 실루엣에 레이스와 자수, 드레이핑 등 섬세한 디테일로 아름다움을 극대화한 그녀의 스타일은 웨딩드레스의 클래식으로 손꼽힌다. 

디자이너로서 정점을 경험한 베라 왕은 2년 전, 35년간 운영한 회사를 WHP 글로벌에 매각한 후 현재는 패션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 주최하는 2024년 멧갈라에선 머메이드라인의 레이스 시스루 드레스로, 2025년에는 가슴골이 드러나도록 라인이 깊게 파인 깃털 장식 드레스와 단발머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근 BAFTA(영국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 레드카펫에서는 스트랩리스 드레스에 시그니처 블랙 선글라스를 매치해 우아함과 에지를 동시에 보여줬다. 베라 왕의 패션은 그저 ‘젊어 보인다’는 표현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팬츠리스, 오버사이즈 가죽 재킷, 시스루 드레스, 클리비지 드레스, 스트레이트 삭스와 패턴 톱, 수영복까지 그녀의 룩은 도발적이며 전략적이다. 인스타그램 속 그녀는 매일 ‘나이 듦’이라는 개념 자체를 무력화한다. 

올해 생일파티에 블랙 드레스, 긴 생머리 차림으로 참석한 베라 왕, 팔에는 ‘76번째 생일’을 의미하는 스팽글 장식을 붙였다. 

올해 생일파티에 블랙 드레스, 긴 생머리 차림으로 참석한 베라 왕, 팔에는 ‘76번째 생일’을 의미하는 스팽글 장식을 붙였다. 

시스루, 탱크톱, 핫팬츠 경계 없는 도전 

베라 왕에게 스타일은 어떤 룩이나 트렌드로 정의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의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그녀는 요즘 스키아파렐리, 발렌시아가, 메종마르지엘라, 릭오웬스 등 개성 강한 브랜드의 패션쇼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에는 프랑스 파리 몽테뉴 거리의 프라다 매장에서 쇼핑하며 “좀 패셔너블하게 보이려 노력 중”이라고 재치 넘치는 코멘트를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의상들을 무리 없이 소화해내는 그녀의 20대 같은 몸매와 동안 비결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녀는 하루 7~8시간 수면을 취하고 러닝과 레그프레스를 포함한 근력 운동도 병행한다. 놀라운 건, 그녀가 엄격한 식단주의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맥도날드 햄버거와 글레이즈드 도넛도 즐긴다. 자외선 차단제를 꼼꼼히 바르되 활동에 맞춰 SPF를 조절한다. 자기 관리는 절제보다는 균형에 가깝다.



핫팬츠 차림으로 US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람 중인 베라 왕. 평소엔 시크한 블랙드레스에 선글라스를 즐겨 착용한다. 

핫팬츠 차림으로 US오픈 테니스 경기를 관람 중인 베라 왕. 평소엔 시크한 블랙드레스에 선글라스를 즐겨 착용한다. 

베라 왕은 2023년 ‘엘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나이에 연연한 적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그녀의 철학은 숫자 대신 태도에 중심을 둔다. 나이로 사람의 가치를 규정하는 세상에 대해 비판적이며, 연령 차별에도 목소리를 낸다.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심플하면서도 아름답다” “최소 40년은 젊어 보인다” “당신처럼 나이 들고 싶다”는 댓글이 넘쳐난다. 수만 개의 ‘좋아요’는 그녀가 나이를 잊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패션에는 나이의 경계 따위가 없음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제, 그녀는 또 한 번 새로운 무대에 오른다. WHP 글로벌과 손잡고 올가을부터 유럽 시장에 첫 기성복 컬렉션을 선보이며 디자이너로서의 여정을 다시 시작하는 것. 새롭게 시작하는 그녀의 브랜드는 ‘쿠튀르 감성’을 보다 현대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여성복에 이어 남성복 라인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그녀의 새로운 도전이 인플루언서로서의 활동만큼이나 화제를 불러일으킬지 궁금하다. 

#베라왕 #웨딩드레스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출처 베라왕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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