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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파리지앵 감성의 47평 아파트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4. 02. 19

짜 맞춘 듯 획일화된 한국식 아파트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실내 레이아웃과 이국적인 무드로 채워진 멋스러운 집을 만났다. 클래식과 모던 그리고 프렌치 스타일이 적절히 어우러진 이지헌·박지윤 부부의 집은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충족한다.

가구와 소품, 마감재와 컬러 매칭이 클래식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거실. 벽난로는 내구성 좋은 유광 세라믹으로 제작해 시즌에 맞춰 데커레이션 선반으로 활용한다.

가구와 소품, 마감재와 컬러 매칭이 클래식한 무드를 만들어내는 거실. 벽난로는 내구성 좋은 유광 세라믹으로 제작해 시즌에 맞춰 데커레이션 선반으로 활용한다.

올해로 결혼 16년 차인 이지헌·박지윤 부부는 미국과 홍콩에서 약 7년간 생활하다 2년 전 귀국했다. 부부의 집은 약 156㎡(47평) 주상복합아파트로,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한강 뷰가 이 집의 백미. “귀국 후 약 1년은 임시로 거처를 정해 지내다 지난해 지금의 집을 만났어요. 이 집을 선택할 때 남편 직장과 아이 학교와의 인접성, 주변 인프라, 교통 등 모든 것을 고려했는데 무엇보다 저희 마음에 들었던 건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한강 뷰였죠. 소파를 TV가 아닌 창을 바라보는 쪽으로 배치한 것도 창밖 풍경을 온전히 감상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이지헌·박지윤 부부는 비교적 확실한 리모델링 방향을 가지고 있었다.

주방과 거실, 방과 서재 등 집 안의 모든 곳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동시에, 필요 시 개별 공간으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할 수 있게 설계하고 싶었다. “이 아파트는 양쪽으로 열리는 슬라이딩 방식의 문이 많아요. 특징은 닫으면 완벽한 개별 공간이 되지만 활짝 열면 문을 사이에 둔 두 곳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보인다는 거죠. 약간의 구조 변경과 슬라이딩 도어 덕에 공간의 독립성과 개방성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었어요. 숨은 공간(hidden space)도 최대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집 구석구석 햇빛이 들어오길 바라기도 했거니와 경험상 눈에 띄지 않는 공간은 결국 창고가 되어버리고 말더라고요.” 부부는 리모델링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대대적인 레이아웃 변경을 진행했다. 먼저 방의 크기를 줄여 가족의 공용공간이자 집의 중심이 되는 거실을 대폭 넓혔다. 또 주방의 팬트리를 없애는 대신 개방형 홈 바를 마련했다. 부부 침실에도 변화를 줬다. 거실에 부부 침실의 면적을 조금 내어주고, 부속품처럼 포함돼 있던 드레스 룸과 작은 테라스를 철거해 공간을 좀 더 쾌적하게 재단장했다.

패브릭 소재의 옐로 컬러 침대 헤드가 눈을 사로잡는 부부 침실. 평소에는 침실 문을 활짝 열고 거실과 한 공간처럼 사용한다.

패브릭 소재의 옐로 컬러 침대 헤드가 눈을 사로잡는 부부 침실. 평소에는 침실 문을 활짝 열고 거실과 한 공간처럼 사용한다.

유럽의 어느 가정집처럼

자연스러운 나무 질감의 월넛을 소재로 한 투박한 중문.

자연스러운 나무 질감의 월넛을 소재로 한 투박한 중문.

이 집을 설명하는 키워드 하나를 꼽으라면 ‘클래식’이 아닐까? 집에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자연스러운 나무 질감의 월넛 소재 중문부터 티크 소재 원목마루, 풍부한 베인(vein) 무늬가 인상적인 글로시한 대리석과 벽난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구에 이르기까지 유럽 어느 공간으로 순간 이동한 듯 클래식한 감성으로 가득하다. “이런 분위기는 저희 가족이 평소 좋아하는 스타일이고, 동시에 오랜 외국 생활을 통해 가장 익숙해진 모습이기도 해요.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트렌드라고 해서 반드시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가족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함축된 공간, 이것에 방점을 찍고 집의 그림을 그려나갔죠.”

가족 공부방이자 서재. 부부 침실처럼 양문 개폐형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평소 오픈 공간으로 이용한다.

가족 공부방이자 서재. 부부 침실처럼 양문 개폐형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해 평소 오픈 공간으로 이용한다.

중후한 느낌이 나는 진한 브라운 컬러 마감재와 가구가 주를 이루는 이 집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아이템이 있으니 바로 비비드한 컬러감을 뽐내는 가구와 소품들이다. 무거운 컬러 사이에 무심하게 놓인 레드, 옐로, 민트 등 그야말로 쨍한 컬러 아이템들은 공간에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힙한 무드까지 더한다. “티크와 월넛처럼 중후한 분위기를 내는 진한 우드 컬러에는 의외로 따뜻한 느낌이 나는 비비드 컬러가 잘 어울려요. 반면 화이트, 베이지 같은 내추럴 컬러가 주조색으로 쓰인 공간에는 베이지나 크림, 명도 낮은 그레이 등 뉴트럴 컬러가 잘 어우러지죠.” 이번 시공을 맡은 플립 박상국 실장의 설명이다.

레이아웃의 변화로 만들어낸 이국적인 공간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외에 머물 때 아이방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한 아이 방. 창가에 배치한 윈도 시트는 아이의 휴식 공간과 수납공간을 동시에 충족해 활용도가 높다.

아이가 안정감을 느끼도록 해외에 머물 때 아이방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디자인한 아이 방. 창가에 배치한 윈도 시트는 아이의 휴식 공간과 수납공간을 동시에 충족해 활용도가 높다.

이지헌·박지윤 부부가 리모델링을 앞두고 가장 고민을 많이 한 부분은 집의 구조 변경이었다. 미래까지 생각했을 때 원하던 집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딸이 올해로 열네 살이 되었어요. 대학에 들어가면 집을 떠날 계획이라 부부만 남을 상황까지 고려한 리모델링 계획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죠. 저희가 도출해낸 결론은 한마디로 오픈 하우스! 가족의 주 소통 공간인 거실을 중심으로 집 안 모든 곳이 마치 하나의 공간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되지만, 문을 닫으면 개별적으로 분리돼 각 공간의 성격이 살아나는 그런 집을 목표로 구조 변경에 돌입했어요.”



컬러풀한 다이닝 의자와 
베인 패턴이 강렬한 대리석이 생기를 주는 주방. 숨겨진 공간이던 주방의 팬트리를 없애고 대신 개방형 홈 바를 설치했다.

컬러풀한 다이닝 의자와 베인 패턴이 강렬한 대리석이 생기를 주는 주방. 숨겨진 공간이던 주방의 팬트리를 없애고 대신 개방형 홈 바를 설치했다.

필요 시 개별 공간으로서의 역할도 충실히 해야 하는 만큼 각 공간의 문을 없앨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일반 문을 설치할 경우 오픈된 공간 느낌을 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떠올린 아이디어가 바로 ‘양문 개폐형 슬라이딩 도어’. 거실과 맞닿아 있는 부부 침실의 벽체를 침실 쪽으로 최대한 이동해 거실 면적을 넓히고, 침실 입구에는 가능한 한 크게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이로써 문을 활짝 열면 하나의 공간처럼 보이는 것은 물론 이국적인 분위기까지 연출된다. 집은 시간을 가두는 곳이라 했던가.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요소로 공간을 가득 채운 부부는, 마주하는 현재의 시간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내일의 시간이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모든 준비를 마쳤다.

샤워 공간과 이 외 공간으로 나눠 건식으로 쓰고 있는 욕실.

샤워 공간과 이 외 공간으로 나눠 건식으로 쓰고 있는 욕실.

#파리지앵 #프렌치스타일 #한강뷰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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