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SHARING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행복한 나눔의 현장

글 · 김명희 기자 | 사진 · 김형우 기자 | 디자인 · 최진이 기자

2016. 01. 12

사랑이 있다면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함께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나눔을 실천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이라는 걸 보여준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의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현장에 다녀왔다.

대구광역시에 거주하는 최수근(77) 옹은 11년 전 소방관으로 근무하던 둘째 아들을 잃었다. 직업의식이 투철했던 아들은 불이 난 건물 지하에 할머니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구조하러 들어갔다가 화염 속에 스러지고 말았다. 두 자녀를 둔 믿음직한 가장이자, 부모에게는 둘도 없이 효심이 지극한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최옹은 기부를 시작했다. 6.25 전쟁 때 고아가 된 이후 고된 삶을 살면서 언젠가는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돕겠노라 마음먹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아들의 숭고한 희생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마음이 컸다. 요즘도 어디선가 화재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들처럼 아깝게 목숨을 잃는 소방관이 생기지는 않을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의 초청으로 제16회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 참석한 그는 사람들이 그런 아들의 희생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에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16년째 변함없이 이어진 사랑

재난과 질병, 가난 등으로 고통 받는 이웃들의 아픔을 다독이고 노래를 통해 사랑과 희망을 전하는 특별한 콘서트가 열렸다. 사단법인 국제위러브유운동본부(회장 장길자, 이하 위러브유)가 개최한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가 바로 그것이다. 위러브유는 이번 콘서트를 통해 서울, 성남, 수원 등 수도권 일대의 심장병·희귀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어린이 및 한부모가정, 독거노인가정, 소년소녀가정 등 복지 소외 가정과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소방관 가족 등 총 91가정에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원하며 힘과 용기를 전했다. 위러브유 관계자는 “외롭고 힘든 이웃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가족 같은 관심과 사랑”이라며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로 이웃들이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온기를 나누고자 한다”고 행사의 의미를 밝혔다.


2015년 12월 13일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 행사 시작 전 길게 늘어선 행렬만으로도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돔 형태의 행사장 안은 1층 플로어를 비롯해 2, 3층 객석 모두 관객들로 가득 찼다. 필리핀, 튀니지, 방글라데시, 이집트, 나이지리아, 불가리아, 체코, 캄보디아, 가봉 등 각국 외교관을 비롯해 정계, 문화예술계, 체육계 등 각계 인사들과 위러브유 회원, 시민 등 1만5천여 명이 함께했다. 보건복지부, 서울특별시, 부천 세종병원, 한국아동학대예방협회가 이들의 따뜻한 나눔을 후원했다.
가족과 함께 행사에 참석한 판코 파노프 불가리아 대리대사는 “어려운 이웃을 돕는 숭고하고 가치 있는 활동에 여러 나라가 함께 참여한다는 것은 우리가 여러분의 숭고한 활동에 지지를 보낸다는 의미이자 감사의 표현”이라고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
해마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를 잊지 않고 찾아오는 이들 중에는 스포츠계 인사들도 있다. 장윤창 대한민국국가대표스포츠회장은 “스포츠 선수들도 봉사를 많이 하지만 이렇게 위러브유의 콘서트에 참석할 때마다 많은 것을 느낀다”며 “우리도 앞으로 더 좋은 일들을 많이 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점점 시간이 흐를수록 동참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더욱 따뜻해지는 느낌”이라는 임춘애 전 국가대표 육상선수는 “봉사에 대한 마음을 갖고서도 실천하기가 어려운데 이런 기회를 통해 함께할 수 있어 매우 좋다”고 말했다.
장길자 위러브유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12월의 길목에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과 이웃, 사회를 위해 밤낮으로 수고하는 소방관들을 응원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모였다”고 행사의 취지를 밝혔다. 해마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는 국민배우 이순재 씨도 “금년에 국내외적으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 많았는데 위러브유 회원들이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값진 사랑과 봉사로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어주셨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날 콘서트에 참가한 라울 에르난데스 주한 필리핀 대사는 축하 인사와 함께 “2013년 태풍 하이옌의 피해로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러브유가 적극적으로 나서 주어서 많은 도움이 됐다”며 “이처럼 따뜻한 사랑으로 위러브유는 한국과 세계 여러 나라를 잇는 교량 역할을 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앞서 위러브유는 제14회 콘서트 수익금 중 일부를 하이옌으로 큰 피해를 입은 필리핀 타나우안 지역의 학교 설립에 지원했고, 이 덕분에 필리핀의 미래를 짊어진 학생들이 다시 꿈과 희망을 품고 공부할 수 있게 됐다.
모하메드 알리 나프티 주한 튀니지 대사는 “범세계적인 행사에 참석하게 되어 감사하다”며 “세계 각국에 테러 발생 등 어려움이 많은데 이웃과 사회를 돕고 인류애를 실천하는 위러브유의 활동은 매우 의미 있고 가치 있다”고 강조했다.


열정 넘치는 콘서트, 감동의 잔치

행사는 1부 기금 전달식과 2부 사랑의 콘서트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장길자 회장이 한부모가정, 독거노인가정, 다문화가정 등에 수혜증서를 전달했다. 추운 겨울을 포근히 보낼 수 있도록 따뜻한 이불과 함께 “고맙습니다. 힘내세요”라는 따뜻한 격려를 받은 수혜자들은 장길자 회장의 어깨에 얼굴을 묻기도 했다. 2부 콘서트에서는 실력 있는 가수들과 뮤지컬 배우 등이 열정 넘치는 노래로 무대를 장식했다.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등으로 유명한 중견 가수 김종환은 딸 리아킴과 함께 가족 사랑을 주제로 한 노래를 선물했다. 그는 “이곳에 있는 분들은 마치 천사 같다.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 나 역시 감동을 많이 받았다”며 “이렇게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있으니 혹시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들 모두 건강하시고 힘내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에 참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다는 윤태규는 “큰 상을 받는 기분”이라고 즐거워하며 관객들에게 “사랑을 나누는 여러분이 영웅”이라는 가슴 뜨거운 인사를 남겼다. 4년째 이 콘서트의 피날레를 장식한 정수라는 “연말에는 다른 모든 일에 앞서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스케줄을 가장 먼저 챙긴다”며 “한 해의 마지막을 보람 있게 마무리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벅찬 감동을 드러냈다.
이날 수혜자와 참가자들은 잠시나마 시름을 내려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즐겼다. 여섯 살 난 딸과 함께 온 중국 다문화가정 왕모 씨 부부는 “아이가 한국에 온 지 3개월 됐는데 오자마자 감기에 걸렸다가 폐렴으로 확대되어 큰 고생을 했다”며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사랑과 도움을 받아 정말 기쁘고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표했다. 쌍둥이 남매를 기르고 있는 주부 권모 씨는 가정 내 어려움들로 걱정이 많았는데 모처럼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며 웃었다. 그는 훗날 자녀들이 자라면 이렇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는 일에 함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유학 온 한 학생은 “한국에 온 지 5개월 정도 됐는데 이렇게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어 기쁘다”며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큰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 감동을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나를 넘어 다른 사람을 돌아보고 위로할 줄 아는 사람들의 포근한 마음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화음으로 울려 퍼진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는 우리 주변의 소중한 이웃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과 용기가 되었다.  





▼INTERVIEW▼
30년째 사랑 실천하는 가수 김종환 & 딸 리아킴



‘이른 아침에 잠에서 깨어 너를 바라볼 수 있다면…’으로 시작하는 ‘사랑을 위하여’를 부른 주인공이 가수 김종환(50)이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 하지만 그가 무명 시절부터 줄곧 심장병 어린이 돕기, 군 부대 위문 공연 등 선행을 펼쳐왔다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선행 예술인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종환은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딸 리아킴(29)과 함께 ‘새생명 사랑의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이날 행사장에서 만난 그는 “서민들의 정서를 반영하는 대중가요를 부르는 사람으로서, 팬들과 기쁜 일은 물론 힘들고 어려운 일도 함께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행사에 동참한 이유를 밝혔다.
2012년 아버지에게서 받은 곡 ‘위대한 약속’으로 데뷔한 리아킴 역시 콘서트 수익금을 저소득층을 위해 기부하며 대를 이어 나눔에 동참하고 있다. “한결같은 모습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부모님을 지켜보면서, 거기에 함께하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됐다”는 것이 리아킴의 말이다. 데뷔 전 걸 그룹 제안을 받기도 했으나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찾기 위해 솔로로 데뷔했다는 리아킴은 욕심내지 않고 천천히 성장해 아버지처럼 오랫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어리지만 속 깊은 딸을 바라보는 김종환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
“어떤 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노래는 충분한 시간을 투자해야 감정이 무르익고 깊이가 생겨요. 그런 과정 없이 한 번에 훌쩍 성장하면 그 후엔 작은 유혹이나 시련에도 쉽게 흔들리죠. 이제 첫발을 내디딘 딸이 좋은 가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