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CJ 이재현·이미경 남매, 건강 얼마나 안 좋나

우먼동아일보

2015. 03. 09

CJ그룹 이미경 부회장이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치료와 요양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 집행 정지 상태에서 입원 치료 중인 이재현 회장 역시 지병인 샤르코마리투스 질환과 신장이식 후유증, 우울증 등이 겹쳐 위기를 겪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 사태와 맞물려 오너가 경영 공백을 불러온 CJ그룹 남매의 건강 문제를 심층 취재했다.


CJ 이재현·이미경 남매, 건강 얼마나 안 좋나

지난해 1월 경제 전문지 ‘블룸버그 마케츠’와의 인터뷰 당시 “예전보다 더 많이 일하고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며 의욕을 보였던 CJ 이미경 부회장은 최근 건강이 급격히 악화돼 미국에서 치료 중이다.


2013년 7월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재현(55) 회장을 대신해 CJ그룹의 경영을 이끌어온 이미경(57) 부회장의 건강이 최근 급격히 악화됐다. 지인들에 따르면 먼 거리를 오갈 때는 휠체어를 이용했지만 가까운 거리는 혼자 힘으로 이동했던 이미경 부회장은 그조차도 불가능해져 주변의 부축을 받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이에 지난해 10월부터 치료를 받기 위해미국 LA 근처 라구나 비치 자택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20대 때부터 샤르코마리투스(Charcot Marie Tooth, CMT)라는 유전성 신경 질환을 앓아왔다. CMT는 염색체의 유전자 이상으로 생기는 질병으로, 근육 약화 및 위축, 균형감각 상실, 신경감각 손실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보통 40세 이후 다리가 얇아지며 근력 장애가 생기고, 심하면 보행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삼성가는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의 부인 박두을 여사가 이 병을 앓았으며, 3세 가운데는 이미경 부회장이 가장 심하고 이재현 회장도 50세 전후로 증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대에 발현되지 않더라도 격세로 유전될 수 있으며 아직 치료제가 없어 더욱 무서운 질병이다.

이미경 부회장이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한때 CJ그룹 안팎에서는 그의 은퇴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제당이라는 식품 기업으로 출발한 CJ를 식문화와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주도하는 오늘날의 기업으로 성장시킨 주인공이다. 1995년 이재현 회장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영화 제작사 드림웍스 설립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을 만나 드림웍스 설립에 3억 달러 투자를 성공시킨 것을 시작으로 영화 제작과 투자, 멀티플렉스를 통한 배급 분야로 발을 넓혀 국내 영화계의 판도를 좌우하는 큰손이 됐다. 1993년 음악 채널 Mnet으로 시작한 방송 사업은 tvN, OCN, 투니버스, 온스타일, 올리브 등 17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채널을 통해 선보인 ‘슈퍼스타K’와 ‘응답하라’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시리즈와 ‘미생’ 등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공중파와 케이블 간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또한 2010년에는 노희영 전 브랜드 전략 고문을 영입해 비비고, 계절밥상 등을 잇달아 론칭해 성공시키면서 경영 수완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노희영 고문이 세금 탈루 혐의에 연루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수사를 받는 와중에 노희영 고문이 CJ제일제당 마케팅총괄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하는 이례적인 사건도 있었다. 이로 인해 잡음이 커지자 노 전 고문은 같은 해 9월 회사를 떠났으며 올 1월에는 벌금 3천만원을 선고받았다. 노 전 고문을 영입해 최측근으로 뒀던 이미경 부회장의 입지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가 10월 미국행을 선택한 데는 건강상의 이유 외에도 이러한 그룹 내부의 사정이 겹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현재 CJ그룹의 경영은 이미경 부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이끌어가고 있는 가운데, 이미경 부회장은 잠깐씩 한국을 오가며 굵직한 일만 챙기고 있다. CJ그룹의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미경 부회장은 그룹 경영상 중요한 일만 전화나 이메일로 공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미경 부회장의 건강에 대해서도 “CMT 발병 이후 미국에서 정기적으로 치료를 받았는데, 이재현 회장이 구속된 이후 그럴 여력이 없었다. 이 때문에 증세가 더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CJ 이재현·이미경 남매, 건강 얼마나 안 좋나

이재현 회장은 신장이식 후유증과 우울증 등을 겪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항소심 선고 공판 당시.


이재현 회장 신장이식 수술 후 복용약이 지병 악화시켜
2013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던 이재현 회장의 건강 역시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2013년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돼 지난해 9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 벌금 2백52억원을 선고받은 그는 신장이식 거부 반응 등으로 구속 집행 정지 허가를 받고 서울대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거주지는 병원 내로 제한돼 있으며 부인 김희재 씨가 매일 병원을 찾아 간호 중이다. 남편에게 신장을 이식해준 김씨는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의 병세가 악화된 배경에는 여러 사정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신장이식 이후 평생 투여받아야 하는 면역 억제제가 기저 질환인 CMT와 상극 관계라 치료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항소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두하는 이 회장의 모습을 보면 다리를 비롯한 온몸이 앙상하게 말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신장이식 후 체중이 51kg으로 줄어든 뒤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또한 면역 억제제를 다량 투여하면서 간 독성에 의해 간 세포도 손상된 상태. 한때 간 수치가 정상치의 5배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런 위험 때문에 면역 억제제 투여량을 줄이면 다시 신장 기능이 급속히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말에는 홍역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열과 발진 증상이 나타나 가족 면회도 금지된 상태에서 3주간 격리 치료를 받았다. 이 때문에 한때 ‘이재현 회장이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위독하다’는 등의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CJ 측은 이는 사실이 아니라며 부인했다.

이재현 회장의 건강이 호전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불확실한 미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가 오너로 평생 아쉬울 것 없이 살아오다가 건강과 명예를 모두 잃고, 여기에 수감 생활로 인한 스트레스까지 겹친 탓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회장은 우울증 약도 복용 중이며, 이외에 고지혈증도 앓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구속 집행 정지 기한은 3월 21일로, 연장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그는 다시 감옥으로 돌아가야 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비롯한 재계 인사들은 이 회장의 건강 상태를 우려해 가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지만, 이 회장은 가석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형법에 따르면 가석방은 (형이 확정돼) 형기의 3분의 1 이상을 채운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이재현 회장은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돼 형이 확정되지 않은 데다가, 형기 3분의 1 조건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글·김명희 기자|사진·동아일보 사진DB파트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