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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아이들의 똑 소리 나는 용돈 재테크

글 ·사진 | 이보영 핀란드 통신원

2012. 11. 06

핀란드 아이들의 똑 소리 나는 용돈 재테크


최근 중학교 3학년인 시조카가 우리 집을 방문했는데 통학용 스쿠터를 장만했다며 자랑했다. 부모가 큰 마음 먹고 사준 것이 아니라 청소, 동생 돌봐주기, 설거지, 애완동물 돌보기, 쓰레기 버리기 같은 집안일을 해서 몇 년간 받은 용돈을 모아 1백50만원짜리 스쿠터를 장만했다고 하니 뿌듯할 법도 하겠다.
최근 발표된 한 조사에 따르면 9~11세 핀란드 아이들 평균 주급은 4유로(한화 약 5천7백원)이며 12~14세는 7유로(한화 약 1만원), 10대 후반 청소년은 17유로(한화 약 2만4천원) 정도라고 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무조건 용돈을 쥐여주는 것이 아니라 집안일을 돕는 대가로 지불한다. 아이들은 노동을 통해 용돈을 얻는 과정에서 돈과 노동의 가치, 책임감을 배운다. 처음 용돈을 받으면 계획 없이 하루 만에 다 써버릴 수도 있겠지만 점차 계획을 세우게 되고 결국 돈을 경영하는 방법을 배운다. 이런 이유로 용돈 액수는 풍부한 것보다 약간 모자란 것이 좋다고 핀란드의 한 소비자경제학 교수는 조언한다.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급제로 주는데 이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큰돈을 관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급으로 적은 액수의 돈을 사용하는 방법을 연습한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월급제로 용돈을 받으며 좀 더 큰 액수의 돈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핀란드 아이들의 똑 소리 나는 용돈 재테크

1 용돈으로 구입한 물건들. 2 용돈을 벌기 위해 집안일을 돕는 초등학생. 3 핀란드 청소년들은 일주일 또는 한 달치로 받는 용돈을 통해 재테크를 배운다.



주급제로 시작해 월급제로 용돈 규모 늘리며 관리 능력도 키워
아이들은 용돈을 관리하며 저축하는 습관도 키울 수 있다. 핀란드 부모들은 용돈 일부를 아이 명의로 된 은행 계좌에 매달 대신 저축해주기도 한다. 이때 아이들에게 미래(운전면허 취득 비용, 교환 학생 소요 비용 등)를 대비해 저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 저축하고 있다는 말만 하지 말고 통장이나 인터넷 뱅킹을 통해 매달 돈이 늘어나는 것을 함께 눈으로 확인하는 것도 아이들에게는 좋은 경제 공부가 될 수 있다.
용돈을 주는 것은 부모들 마음이지만 아이들이 돈을 쓰는 과정에서 위화감이 생기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은 학교와 사회의 몫이기도 하다. 최근 이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핀란드 학교에서는 아직 스마트폰을 수업에 이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유 중 하나가 아이들 용돈 액수에서 빈부의 격차가 나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장만하기 어려운 빈곤한 가정의 자녀들이 위화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아이들을 향한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기분 좋은 뉴스다.

이보영 씨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교육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1999년부터 핀란드에 거주하고 있으며 핀란드 교육법을 소개한 책 ‘핀란드 부모혁명’ 중 ‘핀란드 가정통신’의 필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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