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은 다니지 않았고, 연산 학습지와 교과 개념서, 심화 문제집을 꾸준히 풀게 했어요.”
경기도 고양시 오마초등학교 6학년 장준호(13) 군의 엄마 정영선 씨의 첫마디는 뜻밖이었다. 보통 초등 3, 4학년이 되면 누구나 다닌다는 수학 학원을 다니지 않고 어떻게 전국 수학 영재들이 몰린다는 대회 1등을 한두 번도 아니고 꿀꺽꿀꺽 했을까. 준호는 어릴 때부터 유난히 숫자를 좋아했다. 달력만 보면 엉금엉금 기어가 보이는 대로 다 찢어서 갖고 놀았다. 정씨가 아들이 수학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였다.
“보통 엄마가 그렇듯이 초등학교 입학 전에 덧셈, 뺄셈을 가르치려고 학습지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선생님과 15분 수업하고 1주일 분량 숙제를 제 도움 없이 해내는 것이 기특했어요. 그런데 1학년 때 학습지 회사에서 하는 전국대회에서 5학년 레벨에 응시해 학년 베스트상을 받아왔어요.”
2학년 때부터는 학습지로 계산력을 다지면서, 수학 관련 도서를 사주고, 창의력과 사고력 수학을 조금씩 병행해나가며 가르쳐주었다. 호들갑스럽게 남에게 자랑하거나 영재센터나 학원을 기웃거리지 않았다. 초등 수학은 심화 단계라 엄마, 아빠 힘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 무엇보다 자기 자식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부모라고 믿었다. 수학을 아주 좋아해서인지, 모르는 것을 알아갈 때마다 아이는 더 큰 흥미를 느끼는 것 같았다고.
준호 군이 3학년이 되자 엄마는 아이의 목표와 성취욕을 북돋워주기 위해 유명하다는 수학대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느 날 준호가 학교 선생님이 자기보다 암산이 빠르다며 선생님처럼 암산을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물었어요. 꾸준히 연습하면 된다고 대답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기가 선생님보다 더 빨리 암산할 수 있다고 자랑하더라고요. 아이가 승부욕이 있구나 생각했어요. 수학 능력을 더 발전시켜주기 위해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했어요.”
대회 준비는 어떻게 했을까. 정씨는 초등 수학은 개념과 원리를 확실히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개념과 원리를 아이와 함께 단원별로 하나씩 하나씩 반복하면서 암기가 아닌 이해와 정리를 하도록 유도하고, 개념이 정립되면 풀이 방법의 다양성을 길러주었다. 수학 문제는 풀이 방법이 다양하기 때문에 한 문제를 대할 때 스치듯이 다른 풀이를 생각하면서 다음 문제로 넘어가는 훈련을 조금씩 해주면 어려운 사고력 문제를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않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아이가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고 정리가 되면 몇 가지 다양한 풀이 방법을 알려준 뒤, 나머지는 해설서에서 어떻게 풀이했는지 스스로 알아가면서 공부하는 시간을 갖게 했습니다. 또 모르는 문제는 그 문제를 푸는 것보다 한 단계 쉬운 유사 문제를 내서 문제의 특징을 파악한 후 스스로 풀어보게 했어요.”
학습지로 기초 다지고, 수학 도서로 개념 정리
고개를 끄덕이며 여기까지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유명하다는 강남 학원 선생님 열 분을 모셔와도 준호 군의 엄마처럼 하기는 힘들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전국 수학대회 1등은 아이가 스스로 하겠다는 목표 의식과 부모의 신뢰감 있는 조언, 그리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 힘이 작용했던 것이다. 이렇게 수학 잘하는 준호 군은 수학을 어디까지 선행했을까.
“기본을 다지는 것과 함께 사고력 문제를 병행해나갔는데, 사고력 문제는 초등 개념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중3 과정까지는 집에서 독학을 했어요. 초등 사고력 문제는 중3 과정 안에서 돌고 도는 것이더라고요.”
정씨는 이를 통해 초등경시대회 준비도 해결했다. 준비 방법도 그다지 복잡하지 않았다. 기출 문제를 먼저 풀어보게 하고 해설서를 통해서 오답을 정리했다. 이 과정을 2회 정도 반복하고 시험을 치렀는데 결과는 대상. 영재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는 준호 군은 최근 수학 학원에 등록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학교에 입학하려면 한국수학올림피아드 참가 성적이 필요해요. 집에서 혼자 해결하기가 어려워 수학 학원에 가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대신 집으로 돌아와 철저히 복습하는 것은 준호의 몫이죠.”
부럽기도 하고, 샘나기도 한 이들 모자. 강남에서 수학 경시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매일 3시간씩 투자한다는데 혹시 엄마는 하루 종일 아들 책상머리에서 수학 공부만 하게 잡는 것은 아닐까.
“에이, 사춘기라 자기가 아니다 싶은 것은 절대로 엄마 말을 듣지 않아요. 자기가 해야겠다는 판단이 서야 움직이죠. 요즘 준호는 야구와 축구에 푹 빠져 지내는데 하교 후 틈틈이 친구들과 운동하고 돌아오면 완전히 물에 빠진 생쥐 꼴이랍니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껏 발산하고 나면 훨씬 문제를 푸는 집중력이 높아지는 것 같아요. 그리고 월요일에 시험이 있더라도 주말엔 꼭 컴퓨터 게임을 2시간씩 하도록 허락해요. 하고 싶은 일을 너무 막아도 안 되죠. 그리고 아이가 정말 공부하기 싫어할 때가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다그쳐 보기도 했는데 효과가 없는 것 같았어요. 한 달이든 두 달이든 하기 싫을 때는 아무것도 안 하게 했어요. 그러다 아이가 다시 하겠다고 할 때는 무서운 속도로 달려들더라고요.”
꾸준히 공부를 하되 때에 따라선 아이를 믿고 강약을 조절했다는 이야기다. 평범한 아이는 어떻게 수학 공부를 해야 할까.
“영재성이 있는 아이는 심화나 선행이 문제가 되지 않지만 평범한 아이는 부담이 될 수 있어요. 연산은 기초 체력과 같아요. 아이가 받아들이면 문제가 되지 않아요. 연산은 아무리 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정씨는 초등생들이 5학년 때 수학을 어려워하는 것은 연산에 대한 개념과 자신감 부족에서 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산이 덜 된 상태에서 심화만 강조하면 모래성을 쌓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주장. 계산을 할 줄 안다고 심화로 넘어가면 안 된다는 뜻이다. 정씨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로 다시 아이와 머리를 맞대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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