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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② | 이경섭의 속 시원한 한방

입덧 심한데, 한약 먹어도 될까?

사진제공·REX

2011. 10. 06

임신은 병이 아닌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다. 하지만 임신 중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일들은 병이라는 생각이 들 만큼 임신부에게 불편하고 괴롭게 다가오기도 한다. 가장 흔한 것이 입덧으로, 임신부의 절반 이상이 경험하며 일시적으로 오심·구토가 나타난다.

입덧 심한데, 한약 먹어도 될까?


임신 13주차인 H씨가 찾아왔다. 그는 기운이 없고 입맛도 잃어 체중이 계속 줄고 있다고 고민했다. 자연적인 임신이 되지 않아 한방 치료 후 임신에 성공한 그는 병원 치료가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까봐 망설이다가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들어지자 병원을 찾아온 것이었다.
입덧은 대개 임신 6주부터 시작해 2~3개월째 가장 심하다가 4~5개월 되면 점차 사라진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하루 종일 구토 증세가 있거나 밥 냄새가 싫어지고 식사를 하지 못해서 영양 및 신진대사의 불균형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를 ‘임신오조’라고 한다. 이 경우 임신부가 급격히 수척해질 뿐 아니라 태아의 발육에도 영향을 미친다.
임신은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인데 왜 이렇게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하는 것일까? 임신 초기 2~3개월은 태아의 중추신경계와 중요한 장기가 형성되는 시기이면서 동시에 자연유산도 잘 일어나는 시기다. 따라서 임신부의 몸은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방어적인 상태가 돼 신경이 날카로워지고 움직임도 적어지며, 특정 음식을 거부하게 된다.

체질·상황 따라 처방 약도 달라
입덧의 증상은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다. 가볍게 넘어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물도 못 마실 정도로 심한 사람도 있다. 평소 소화기가 약하거나 신경이 예민한 성격의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나며, 임신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많은 경우에도 증상이 심해진다. ‘동의보감’에는 본래 체질이 약하거나 담음이 있는 사람에게 잘 생기며, 비위가 허약하고 간의 기능과 위의 기능이 조화를 잃었을 때 입덧이 심해진다고 나와 있다.
입덧은 ‘건강한 임신의 증거’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편하게 하고 이 시기를 보내는 것이 좋다. 혹시 ‘내가 잘 못 먹어서 아기가 잘 크지 않으면 어떡하나’라는 걱정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의 태아는 아주 작고, 많은 영양분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임신오조’는 임신부와 태아의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 안태금출탕, 보생탕, 가미이진탕 등이 임신오조 치료에 효과가 있다.
많은 임신부들이 ‘임신 중에 한약을 복용해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을 하는데 한약재는 임신 중 복용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고 있으며 태아와 자궁을 안전하게 하는 안태약을 비롯해 임신 중 나타나는 오저, 태동 불안, 소화 불량, 기력 저하, 감기, 요통 등 임신부에게 처방되는 한약은 임신부와 태아에게 무해한 약재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우리 선조들이 수백 년 동안 임신부에게 처방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임상실험을 거쳤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유산 방지 한약과 순산을 위한 한약을 복용한 임신부를 추적 조사한 여러 연구에서 한약 복용으로 인한 기형아 출산 등 태아에 문제가 생긴 경우는 없었으며 오히려 유산율이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한약 중에서도 임신 중에 피해야 할 약은 90여 종이 넘는다. 이런 금기약은 환자의 체질·증상·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한의사의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받아 복용해야 한다.

입덧 심한데, 한약 먹어도 될까?


이경섭 원장은…
경희대 여성의학센터 교수, 강남경희한방병원장. 여자로 태어나 자라고 노화되는 일생을 한의학적으로 예방·관리·치료하는 데 전념하는 한방부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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