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조미료로 건강밥상을 차리고 싶어요”
저희 친정 식구들은 다들 손맛이 좋은 편이에요. 엄마와 언니 모두 요리 솜씨가 남다른데, 언니는 손대중만으로도 간을 척척 맞춰낼 정도죠. 그런데 유독 제가 만든 요리는 다들 맛없다고 안 먹을 정도로 요리솜씨가 형편없었답니다. 결혼하고 나니 남편도 서투른 솜씨로 만든 제 요리가 입에 맞지 않았는지 잘 먹지 않더라고요. 시어머니의 음식솜씨가 좋아 어릴 적부터 맛있는 음식만 먹고 자랐기 때문에 더 그랬을 거예요. 그래서 요리책을 닥치는 대로 사서 읽고 요리학원도 다니면서 요리 실력을 키웠어요. 시어머니가 음식을 만드실 때는 어깨 너머로 배워뒀다가 집에 와서 꼭 만들어보곤 했죠. 지금은 웬만한 요리는 거의 집에서 만들어 먹을 만큼 실력이 크게 늘었답니다.
저는 평소에 상차릴 때 고기와 생선 반찬 한 가지씩과 야채를 이용한 반찬 몇 가지를 올려요. 저희 집 밥상의 주제가 ‘친환경 먹을거리로 건강한 밥상 만들기’거든요. 한 끼를 먹더라도 균형 있는 영양식단을 차리는 거지요. 간은 싱겁게 하고 기름진 음식은 되도록 피하고요. 가예(4)와 가은이(1)를 키우다보니 몸에 좋은 먹거리에 더욱더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요리 선생님들이나 주부들이 비법으로 꼽던 천연조미료 만드는 법을 배우고 싶었답니다.
말린 새우나 멸치 등을 갈아 만드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재료를 어떤 순서로 손질해서 갈아야 하는지, 어떤 요리에 어떻게 쓰이는지 궁금했거든요. 선생님을 따라 만들어보니 의외로 간단하더라고요. 들깨, 북어, 다시마, 표고버섯, 새우, 멸치 등 각각의 재료를 깨끗이 손질해 달군 팬에 볶은 뒤 믹서에 갈았더니 금세 천연조미료가 완성됐어요. 천연조미료로 만들고 나니 부자가 된 기분까지 들던걸요? 볶음이나 조림 요리를 할 때, 나물을 무칠 때 천연조미료를 넣은 다음 소금만 살짝 넣으면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요리에 깊은 맛이 더해진다고 해요. 특히 다시마가루나 북어가루, 새우가루를 이용하면 번거롭게 육수를 내지 않아도 국물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하니, 천연조미료 하나만 만들어두면 참 편하게 요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천연조미료 만드는 포인트는 재료 볶기예요”
천연조미료에는 건어물, 말린 버섯, 무, 당근, 셀러리, 시금치 등이 주로 사용돼요. 그늘에서 바짝 말려 수분을 제거한 다음 갈아서 만들지요. 건강에 좋은 비트, 인삼 등을 갈아 약선 요리를 만들 때 쓰기도 하고요. 천연조미료를 만들 때는 재료를 바짝 말리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야 눅눅하지 않고 군내가 나지 않거든요. 마른 재료들에 묻어 있는 먼지는 마른 면보로 살살 털어내고 달군 팬에서 바싹 볶으세요. 수분이 제거돼 재료가 바삭해질뿐만 아니라 소독 효과도 있어요. 바삭해진 재료를 믹서에 넣고 곱게 갈기만 하면 천연조미료가 완성된답니다. 천연조미료는 한번 만들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15~30일 정도 먹을 수 있어요.
요리연구가 이보은씨는…
마포구 동교동에서 쿠킹 스튜디오 ‘쿡피아’를 운영하고 있으며, 개인 요리 강습도 진행하는 가정요리연구가. KBS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와 SBS ‘잘 먹고 잘 사는 법’에 출연중이며, 각종 광고와 잡지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방송인 설수현은…
언니 설수진과 함께 미스코리아 자매로 유명한 방송인. 2002년에 결혼해 두 딸 가예와 가은이를 두고 있는 그는 방송가에서 소문난 살림꾼으로 통한다. 현재 EBS ‘60분 부모’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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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고 담백한 맛내는~ 천연조미료 만들기
들깨가루
■ 준·비·재·료 들깨 ½컵
■ 만·들·기
1 들깨는 물에 씻어 돌을 골라내고 체에 받쳐 물기를 뺀다.
2 달군 팬에 들깨를 담은 뒤 통통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고소한 향이 날 때까지 중간 불로 볶는다.
3 볶은 들깨를 믹서에 넣고 두 번 정도 곱게 간 후 체에 거른다.
■ tips 나물을 무칠 때나 볶음·조림 요리 등을 할 때 넣으면 고소한 향이 요리에 풍미를 돋워준다. 들깨가루는 아주 곱게 갈아야 먹을 때 까슬한 질감이 느껴지지 않으며, 들깨가루에 마요네즈·식초·꿀·설탕을 섞어 드레싱을 만들어 샐러드에 뿌려 먹으면 고소한 맛이 난다.
북어가루
■ 준·비·재·료 통북어 또는 북어채 100g
■ 만·들·기
1 북어는 뼈를 제거하고 살만 발라 적당한 크기로 찢는다.
2 손질한 북어를 믹서에 넣어 곱게 간다.
■ tips 북어가루는 국, 찌개, 전골 등 국물요리에 넣으면 따로 육수를 낼 필요 없이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 고기나 해물 냉채 등의 소스를 만들 때 섞으면 풍미가 더해지고 구수한 맛이 난다. 마늘가루나 생강가루를 함께 넣어 보관하면 북어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진다.
다시마가루
■ 준·비·재·료 다시마(20×20cm) 2장
■ 만·들·기
1 약간 젖은 면보로 다시마 표면에 묻어 있는 흰 가루를 닦은 후 달군 팬에서 앞뒤로 바삭하게 굽는다.
2 구운 다시마를 믹서에 넣고 곱게 간 후 체에 거른다.
■ tips 다시마가루는 칼슘과 요오드 등의 미네랄과 섬유질이 풍부해 소화가 잘 되고 성인병 예방에 좋다. 찌개·전골 등 국물 요리에 넣으면 다시마 향이 우러나 음식 맛이 개운하고 깔끔해진다. 단 너무 많은 양을 넣으면 음식이 검은 빛을 띄게 되므로 주의한다.
새우가루
■ 준·비·재·료 말린 두절새우 1컵
■ 만·들·기
1 바짝 말린 두절새우를 마른 면보에 올려 먼지를 살살 털어 없앤 후 달군 팬에서 바삭하게 볶는다.
2 볶은 두절새우를 믹서에 넣고 곱게 간 후 체에 거른다.
■ tips 새우가루는 단맛이 나면서 깊은 풍미가 있어 국이나 찌개 등에 넣으면 맛깔스럽고 담백한 맛이 난다. 국물 요리의 육수를 만들 때나 조림·볶음 요리를 할 때 사용하면 새우 특유의 맛과 향이 우러나 따로 간을 하지 않아도 된다.
표고버섯가루
■ 준·비·재·료 말린 표고버섯 200g
■ 만·들·기
1 말린 표고버섯은 불리거나 밑동을 자르지 않은 채 마른 면보로 닦아 먼지를 없앤다.
2 믹서에 표고버섯을 넣고 두 번 갈아 고운 가루로 만든 후 체에 거른다.
■ tips 마른 표고버섯은 비타민 D가 풍부하고 항암 성분이 함유돼 있어 성인병을 예방해준다. 생표고버섯보다 영양가가 높으며, 향이 진하고 감칠맛이 나 조미료로 사용하면 좋다. 표고버섯가루는 감자채볶음·두부조림·북어콩나물국 등 다양한 요리에 쓰이며, 맛과 향이 강하므로 약간만 사용한다.
멸치가루
■ 준·비·재·료 말린 중멸치 30마리
■ 만·들·기
1 말린 중멸치는 머리만 남기고 내장을 빼낸 다음 체에 담아 흐르는 물에 재빨리 헹궈 물기를 턴다.
2 달군 팬에 멸치를 넣어 센 불에서 물기가 바짝 마를 때까지 볶는다. 3 볶은 멸치를 믹서에 넣어 곱게 간다.
■ tips 멸치가루는 육수를 낼 때나 조림·볶음 요리에 넣으면 단맛과 감칠맛이 난다. 내장을 함께 쓰면 쓴맛이 나므로 가루를 내기 전 반드시 빼낸다. 멸치를 볶을 때는 센 불에서 물기가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바짝 볶아 비린 맛을 없애야 요리에 넣어도 잡내가 나지 않는다.
▼ 천연조미료로 만든 건강 밑반찬
들깨가루 + 시금치들깨즙무침
■ 준·비·재·료 시금치 200g, 소금 약간, 들깨즙(다시마물 ¼컵, 들깨가루 3큰술,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 1큰술), 들기름 1작은술
■ 만·들·기
1 시금치는 깨끗이 다듬어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살짝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꼭 짠다.
2 다시마물에 들깨가루를 넣고 잘 갠 후 다진 마늘과 다진 파를 섞어 들깨즙을 만든다.
3 데친 시금치를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볼에 담고 들깨즙과 들기름, 소금을 넣어 조물조물 무친다.
■ 요리선생 어드바이스 시금치를 무칠 때 들깨가루를 그냥 넣으면 고소한 맛이 우러나지 않아요. 다시마물에 부드럽게 개어서 넣으면 시금치와 부드럽게 어우러지면서 까슬한 질감은 없어지고 고소한 맛은 한층 더해진답니다.
북어가루 + 꽈리고추양념찜
■ 준·비·재·료 꽈리고추 200g, 소금 약간, 북어가루 2큰술, 콩가루 3큰술, 양념장(고추장·고춧가루·설탕·다진 마늘 1작은술씩, 다진 파·참기름 1큰술씩), 통깨 약간
■ 만·들·기
1 꽈리고추는 옅은 소금물에 살살 흔들어 씻어 물기를 뺀 후 꼭지를 떼고 세로로 살짝 가위집을 낸다.
2 꽈리고추에 북어가루와 콩가루 순으로 옷을 입힌다.
3 김 오른 찜통에 베보자기를 깔고 옷을 입힌 꽈리고추를 올려 2분간 찐다.
4 찐 꽈리고추에 분량의 재료를 섞어 만든 양념장을 넣어 살살 버무린 후 통깨를 뿌린다.
■ 요리선생 어드바이스 꽈리고추에 북어가루와 콩가루를 입히면 고추의 질감이 부드러워지고 고소한 맛이 더해져요. 북어가루를 입히고 나서 콩가루를 입혀야 가루가 떨어지지 않아 옷을 얇고 예쁘게 입힐 수 있답니다.
다시마가루 + 마늘종햇양파볶음
■ 준·비·재·료 마늘종 10대, 양파 1개, 소금·포도씨오일 약간씩, 다시마가루·참기름·깨소금 1작은술씩, 송송 썬 실파 1큰술
■ 만·들·기
1 마늘종은 3cm 길이로 썬 후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파랗게 색이 올라올 때까지 데친 다음 찬물에 헹궈 물기를 뺀다.
2 양파는 반으로 갈라 1cm 너비로 채 썬 후 찬물에 담가 아린 맛을 빼고 건져 물기를 뺀다.
3 달군 팬에 포도씨오일을 두르고 양파를 넣어 볶다가 마늘종과 다시마가루, 참기름을 넣어 센 불에서 다시 한 번 재빨리 볶는다.
4 볼에 ③을 담고 깨소금과 송송 썬 실파를 뿌린 다음 소금으로 간을 맞춰 버무린다.
■ 요리선생 어드바이스 마늘종은 끓는 물에 데친 후 볶아야 색이 누렇게 변하지 않고, 향이 그대로 유지돼요. 양파는 아린 맛은 없지만 찬물에 담가 양파의 투명한 막을 없애야 아삭한 맛을 살릴 수 있답니다.
멸치가루 + 달걀배추볶음
■ 준·비·재·료 달걀 2개, 배추잎 6장, 실파 2대, 홍고추 ½개, 포도씨오일·맛술 1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멸치가루·깨소금 1작은술씩, 소금 약간
■ 만·들·기
1 달걀은 알끈을 제거하고 곱게 푼다.
2 배추잎은 2cm 폭으로 썰고, 실파와 홍고추도 2cm 길이로 썬다.
3 달군 팬에 포도씨오일 ½큰술을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아 향이 우러나면 달걀 푼 물을 붓고 젓가락으로 저어가며 볶는다.
4 다른 팬에 나머지 포도씨오일을 두르고 배추잎을 넣어 볶다가 ③과 맛술, 멸치가루, 실파, 홍고추를 넣고 깨소금과 소금으로 간한다.
■ 요리선생 어드바이스 번거롭더라도 달걀과 배추는 각각 볶은 다음 한데 섞으세요. 그래야 달걀의 비린 맛이 없어지고, 배추잎의 아삭한 맛은 살릴 수 있어요.
새우가루 + 새송이버섯감자조림
■ 준·비·재·료 새송이버섯 3개, 감자·홍고추 1개씩, 대파 ½개, 포도씨오일 약간, 새우가루 1큰술, 다진 마늘·간장·맛술·물엿 1작은술씩, 소금·깨소금 약간씩
■ 만·들·기
1 새송이버섯은 2cm 두께로 동그랗게 썬다.
2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사방 3cm 크기로 납작하게 썬 후 찬물에 담가 녹말기를 뺀다.
3 대파는 큼직하게 송송 썰고 홍고추는 반 갈라 씨를 뺀 후 송송 썬다.
4 팬에 포도씨오일을 두르고 다진 마늘과 감자를 넣어 볶는다. 감자가 투명해지면 새송이버섯과 새우가루, 간장, 맛술을 넣어 살짝 조린다.
5 대파와 홍고추를 넣고 소금, 깨소금, 물엿을 넣어 살짝 버무린다.
■ 요리선생 어드바이스 볶기 전 감자를 찬물에 담가 녹말기를 빼주면 눌어붙거나 으깨지지 않아 깔끔하게 요리할 수 있어요. 감자가 채 익기도 전에 타거나 눌어붙을 때는 찬물을 2큰술 정도 넣어주세요. 물기가 생겨 타지 않고 속까지 잘 익는답니다.
표고버섯가루 + 청경채두부볶음
■ 준·비·재·료 청경채 3포기, 두부 ½모, 올리브오일·소금 약간씩, 마른 홍고추 1개, 실파 3대, 채썬 마늘·간장·참기름 1작은술씩, 표고버섯가루 1큰술
■ 만·들·기
1 청경채는 포기채로 세로로 4등분해 물에 씻은 뒤 끓는 물에 올리브오일 ¼작은술을 넣고 살짝 데쳐 물기를 없앤다.
2 두부는 1×2cm 크기로 썰어 소금을 뿌려 밑간한 뒤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앞뒤로 노릇하게 부친다.
3 마른 홍고추는 잘게 썰고 실파는 2cm 길이로 자른다.
4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마른 홍고추와 채썬 마늘을 넣어 향이 날 때까지 볶다가 데친 청경채와 익힌 두부, 표고버섯가루, 간장을 넣어 센 불에서 재빨리 볶는다.
5 실파와 참기름을 넣어 버무린다.
■ 요리선생 어드바이스 청경채를 데칠 때 올리브오일을 넣으면 푸른색을 유지시킬 수 있고, 표고버섯가루의 향이 청경채 속까지 잘 배게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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