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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쓰레기통 없는 세상 꿈꾸는 복합 문화공간, 서스테인어블 해빗

hot place | 강현숙 기자의 ‘핫플투어’

글 강현숙 기자

2020. 11. 09

소비를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상업 공간의 진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



카페에서 텀블러를 대여하거나 보관할 수 있다.

카페에서 텀블러를 대여하거나 보관할 수 있다.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별 고민 없이 누려왔던 수많은 것들이 자연재해와 생태계 파괴 등으로 이어지면서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지속가능성’은 이제 피할 수 없는 당면 과제가 됐다. 서울 용산구 후암동에 자리한 ‘서스테인어블 해빗(Sustainable HABITs)’은 그 이름처럼 지속가능한 습관을 제안하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조금은 불편하지만 자연과 동물, 이웃이 공존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적절한 방법을 가이드한다. 산양이 털갈이할 때 자연스럽게 떨어진 털만을 채취해 만드는 착한 캐시미어 패션 브랜드 ‘르 캐시미어’로 유명한 소셜 벤처 K.O.A가 운영하고 있다. 


착한 캐시미어 패션 브랜드 ‘르 캐시이머’ 제품을 판매하는 쇼룸.

착한 캐시미어 패션 브랜드 ‘르 캐시이머’ 제품을 판매하는 쇼룸.

서스테인어블 해빗은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카페와 르 캐시미어 등 환경에 해가 덜 가고 좀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판매하는 쇼룸, 친환경 세탁소로 구성돼 있다. 모든 공간이 한 층에 모여 있는데, 세탁소를 제외하고 모듈 형태로 돼 있어 수시로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따라 다양하게 변신 가능하다. 테이블과 의자, 장식장 등 가구도 대부분 원목 소재라 내추럴한 느낌을 배가시켰다. 입구에 들어서면 수많은 텀블러들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텀블러를 들고 다니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텀블러 대여와 보관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 테이크아웃뿐 아니라 매장에서도 역시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오렌지 컬러가 산뜻한 서스테인어블 해빗 전용 텀블러도 인기인데 대나무 섬유와 옥수수전분, 자연섬유 혼합물 등 친환경 소재로 만들어졌다. 베트남 소수 민족이 제작한 빨대도 이곳의 자랑거리. 100% 대나무로 만들며 세척 후 잘 말리면 오랫동안 사용 가능하다. 


 안 입는 옷을 기부받는 등 
친환경 활동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매달 벌이고 있다(왼쪽).  버려진 잡지를 재활용해 제작한 종이 포장 박스.

안 입는 옷을 기부받는 등 친환경 활동을 독려하는 캠페인도 매달 벌이고 있다(왼쪽). 버려진 잡지를 재활용해 제작한 종이 포장 박스.

매장 안에는 독특하게 쓰레기통이 없다. 서스테인어블 해빗 관계자는 “카페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영수증과 냅킨, 기타 포장지와 일회용 컵 등의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고객이 원하는 경우가 아니면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고, 별도의 냅킨도 비치해놓지 않아 확실히 일반 카페보다 쓰레기가 덜 생긴다고. 물론 화장실에는 쓰레기통이 있다. 


가구 대부분이 원목 소재로 내추럴하면서 따사로운 느낌을 준다(왼쪽). 멸종 위기 동물이 된 북극곰을 소재로 한 시그니처 메뉴 ‘바닐라 베어’.

가구 대부분이 원목 소재로 내추럴하면서 따사로운 느낌을 준다(왼쪽). 멸종 위기 동물이 된 북극곰을 소재로 한 시그니처 메뉴 ‘바닐라 베어’.

카페 메뉴도 지속가능한 메시지를 전한다. 시그니처 커피 메뉴인 ‘Vanilla Bear(바닐라 베어, Iced Only 6천5백원)’는 지구온난화로 멸종 위기 동물이 된 북극곰을 떠올렸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만들었다. ‘Flamingo(플라밍고, HOT 5천원)’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고 있는 홍학을 떠올리게 하는 차다. 앞으로도 이런 메뉴를 하나둘씩 늘리며 멸종 위기 동물을 함께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유기농, 글루텐프리, 비건 같은 환경에 덜 해롭고 건강에 좋은 디저트 애플 크럼블 케이크(1조각 6천5백원)·흑임자 스콘(4천5백원) 등도 인기다. 이런 음식은 동물성 재료 사용을 지양하고, 탄소 배출 저감 측면에서 친환경적인 것은 물론, 건강을 위해서도 지속가능한 메뉴다. 



친환경 활동을 독려하기 위해 매달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5월에는 매장 안에 의류수거함을 설치한 뒤 안 입는 옷을 기부받아 ‘아름다운 가게’에 전달했고, 8월에는 일상에서 자신만의 지속가능한 습관을 실천하고 SNS에 인증하면 선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카페 옆에는 ‘르 캐시미어’ 쇼룸이 넓게 자리하고 있어 착한 쇼핑의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기자는 남편과 함께 입을 생각으로 돌고래와 북극곰이 그려진 티셔츠 2개를 구입했다. 르 캐시미어 제품은 고급스런 느낌의 원형 종이 박스에 포장되는데, 이것 역시 버려진 잡지를 재활용해 제작한 에코템으로 선물용으로도 그만일 듯하다. 매장 곳곳을 둘러보며 자연스레 ‘일상에서 사소한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습관이 되면 결국엔 우리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이 가능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스테인어블 해빗에서 얻은 깨달음을 교훈 삼아 집에서도 일곱 살배기 딸아이와 함께 선한 습관을 실천해볼 생각이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소월로 2길 5 

사진 홍태식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제로 웨이스트는 깨끗하고 건강한 세상을 꿈꾸는 여성동아의 친환경 기사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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