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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law

남편의 투자 실패, 이혼 사유 될까요

이재만 변호사

2018. 03. 21

이재만 변호사의 알쓸잡법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법을 아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법률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정신건강홍보대사, 연탄은행 이사 등으로 활동 중이다.

결혼 12년 차 전업주부로 아이는 없습니다. 남편이 저 몰래 본인 명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에 투자했는데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손해액이 1억 원이 넘는다고 하더군요. 5년 전에도 주식 투자로 2천만 원을 날린 후 모든 재테크는 저와 상의해서 하기로 각서까지 썼던 터라 남편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이 더 큽니다. 더 이상 남편을 평생의 동반자로 믿고 의지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남편이 협의이혼을 거부하고 있어 재판상 이혼을 진행해야 할 것 같은데 투자 실패도 이혼 사유가 될지,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지 알고 싶습니다.

민법 제840조 제6호는 이혼 사유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을 때’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부부 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나고 혼인 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에 해당하며, 이를 판단할 때 혼인 계속 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 유무, 혼인 생활 기간, 자녀의 유무, 연령, 이혼 후의 생활 보장, 기타 결혼 생활의 제반 사정을 두루 고려하게 됩니다. 투자 실패로 인한 이혼도 여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판례를 살펴보면, 배우자와 충분히 상의해 적절한 범위 내에서 투자 결정을 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독단적인 결정으로 대출까지 받아 거액의 채무를 부담하게 됐을 때 배우자의 이해와 협조를 얻어 가계를 설계해야 할 의무를 게을리한 것으로 보고 이혼 사유가 된다고 판시한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투자 실패 후에 남편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용직으로 일하는 등 가장으로서의 부양 의무를 다한 점, 부인 역시 직장에 다니면서 경제 활동을 한다면 아이를 키우면서 가정 경제를 유지하는 것이 아주 어려워 보이지 않는 점, 남편은 이혼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이혼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한 판례도 있습니다. 따라서 투자 실패가 재판상 이혼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실패한 투자금이 가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 부부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하게 됩니다. 



의뢰인의 경우, 남편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이혼 및 위자료를 청구하려면 그로 인해 결혼 생활이 파탄에 이르렀다는 점과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며 이를 위해 남편의 은행 거래와 대출 내역, 투자로 인해 부부가 갈등을 겪었던 대화 녹음 등의 증거를 법원에 제출해야 합니다. 

이혼의 귀책사유가 남편에게 있고, 이로 인해 의뢰인이 정신적 손해를 입었음이 명백할 경우 남편은 아내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습니다. 위자료 액수는 혼인 기간, 혼인 파탄의 경위, 파탄 책임의 정도 등을 고려해 1천만~1억 원의 범위 내에서 결정됩니다. 


director 김명희 기자 designer 김영화
사진 동아일보 사진DB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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