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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interview

“책임지지 못하고 떠난 일을 바르게 해결하는 게 박원순 전 시장을 위한 길”

‘조문 거부’ 류호정 정의당 의원

글 문영훈 이현준 기자 사진 지호영 기자

입력 2020.07.19 12:41:53

국회의원 중 최초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조문하지 않겠다고 밝혀 논란의 중심에 선 류호정 정의당 의원. 조금이라도 빨리 피해자와 연대하고 싶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류호정(28) 정의당 의원은 노동운동 전문가다. 이화여대 사회학과 졸업 후 취직한 게임 회사에서 직장 내 갑질 및 성폭력 문제에 맞서 노동조합 설립을 추진했다. 이후 네이버, 카카오 등 IT계 노조가 소속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선전홍보부장으로 활동하다가 2018년 정의당에 입당해 지난 4·15 총선에서 비례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런 그가 지난 7월 10일 페이스북에 ‘당신이 외롭지 않기를’로 시작하는 글을 썼다. 여기서 ‘당신’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실 직원을 일컫는다. 류 의원은 해당 글에서 박 전 시장 조문 거부 의사도 밝혔다. 같은 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도 이에 동참했다. 이후 두 의원은 당 내외에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당원 게시판에는 탈당하겠다는 글이 줄을 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정의당 의원들의 조문 거부로 논란이 벌어진데 대해 “유족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진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혐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분명한 것은 2030의 분노. 7월 15일 리얼미터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답한 20대와 30대 비율은 70%가 넘는다. 진보 진영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언행이 이어진 것 또한 분노에 불을 지폈다. 21대 국회의원 중 유일한 20대 여성인 류 의원은 강간죄의 구성 요건을 폭행과 협박이 아닌 ‘동의 여부’로 강화하는 내용의 ‘비동의 강간죄 ’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 개원 다음 날인 7월 17일 오후 류 의원을 만나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벌어진 일련의 상황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7월 10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많은 반향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어떻게 생각하나요. 

여론이 딱 양분된 것 같아요. 피해자 편에 선 것에 대한 응원도 있고, 너무 섣부른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고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 좀 더 맥락을 잘 설명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들어요. 

-비난도 많았습니다. 

비난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이후부터 쭉 많았어요(웃음). 메일, 댓글, 전화, 문자 메시지할 것 없이 많은 공격을 받았죠. 인신공격도 많이 받았고요. 크게 개의치는 않아요. 사실 저는 이번 사건의 피해자를 비롯해 비슷한 피해를 겪은 분들이 더 걱정돼요. 지금 쏟아지고 있는 2차 가해가 자신을 향하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최민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조문을 정쟁화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어요. 조문을 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당시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넘쳐났어요. 피해자가 느낄 억압, 위력이 정말 걱정됐어요. 박 전 시장과 피해자 사이는 권력관계로서 한쪽으로 기울어진 상황이었어요. 그렇기에 연대의 의사를 표하려면 확실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고요. 단 1시간이라도 빨리 피해자와 연대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습니다. 

-심상정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조문을 했습니다. 당내에서도 행보가 엇갈리는 모양새인데 이와 관련해 심 대표와 이야기는 나눴는지요. 

정의당은 의원 개인의 선택에 따라 조문 여부를 정했어요. 당 대표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서 통보하고 그에 따르지 않으면 징계를 준다거나 하는 구조가 아니거든요. 또, 당 지도부가 저의 조문 거부 의사를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제목의 보도가 나왔는데 너무 거창했어요. 의원들의 조문 참석 여부를 취합하는 과정에서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라고 의사를 ‘건조하게’ 밝힌 게 다거든요. 조문을 가지 않는 것에 대해 당 대표에게 동의를 구하는 등의 과정이 애초에 없어요. 

-미투 운동이 시작된 지 2년이 훌쩍 지났는데 아직도 권력형 성범죄가 계속되고 있는 것에 많은 여성들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변하지 않았단 말야?’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일터, 가정 등 일상 속에서 여성들이 안전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무시당하는 기분을 느꼈어요. 조주빈의 n번방, 손정우의 웰컴 투 비디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건까지. 더 이상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가 많이 나왔는데도 또 터졌단 말이죠. ‘왜 이렇게 변하지 않을까’라고 느꼈죠. 여성들은 살면서 성적으로 불쾌한 경험을 대개 하잖아요. 그럼에도 ‘이게 사회생활이겠지. 열심히 살다 보면 좋아지겠지’라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가죠. 그런데 변하는 게 없으니 더 이상 침묵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번 사안의 경우 성추행 사건을 넘어 진영 논리로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민주당에서 탈당 러시가 있었고 정의당에서도 탈당 러시와 이에 반대하는 탈당 거부 운동이 맞서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진영론이 득세하면 피해자를 보호하고 2차 가해를 막아야 한다는 취지가 훼손돼요. 때문에 진영 논리로 뒤덮이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유감스럽습니다. 저는 ‘피해자를 일상으로’라는 슬로건 하에 원칙대로 대응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내 편’이라고 무작정 감싸는 것이 더 상처를 남길지도 몰라요. 진실을 마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해요. 저도 박 전 시장을 존경했어요. 그분의 성과를 모두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업적이 있음에도 마지막에 책임지지 못하고 떠난 일을 올바르게 해결하는 것이 인권 변호사였던 그분을 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해요. 

-피해자를 향한 친여 인사들의 조롱 섞인 발언도 나오고 있는데요. 

분명한 2차 가해예요. 

-박 시장의 공적(功績)을 강조하는 것 역시 2차 가해라는 지적도 있어요. 

진보 진영에서 박 전 시장이 이룬 성과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하지만 이로 인해 잘못을 외면하거나 덮어줄 수 있다는 식의 태도는 2차 가해라고 생각해요.

-7월 1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해자를 ‘피해 호소인’이라고 언급해 이슈가 됐습니다. 류 의원도 지난 7월 13일 인터뷰에서 피해 호소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도 했는데요. 

피해 호소인이라는 말 자체가 성립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피해자 측 기자회견이 있었던 7월 13일 오후 이후부터는 ‘피해자’라고 지칭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초반에 정리가 되지 않아 피해자와 피해 호소인을 혼용하곤 했지만 이젠 정치권에서도 피해자로 부르는 것으로 정리가 되고 있고요. 피해자로 통일해야 불필요한 언쟁이나 오해를 줄일 수 있겠고요. 

-피해자의 고소 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어요. 박 전 시장을 가해자로 규정하는 것이 무죄추정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피고소인이 존재하지 않아 사법부의 판단을 받을 수 없게 됐지만 박 전 시장의 자살은 피해자의 고소 건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해요. 이제는 그 현실과 마주해야 할 때입니다. 박 전 시장은 1천만 인구가 사는 우리나라 수도의 장이었고 동시에 변호사이기도 했어요. 박 전 시장이 정말 무고했다면 피해자가 고소하진 못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박 전 시장의 자살이 곧 성추행을 인정한 것이라는 뜻인가요. 

‘대답한 것’이라 말하고 싶어요. 

-우리 사회에서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요. 

“당신의 부하 직원이 당신에게 상냥한 이유는 당신이 상사이기 때문”이라는 말을 SNS에서 봤어요. 권력형 성범죄는 피해자가 문제가 아니라 가해자의 성인지 감수성 부족에 기인하는 것입니다. 고위 공직자에 대한 교육을 비롯해 전반적인 성인지 감수성 수준도 높아져야 해요. 

-성인지 감수성 교육으로 해결될 문제일까요. 

정의당에서는 강간죄 성립 요건을 개정하는 법안(비동의 강간죄 입법)을 준비 중입니다. 현행법상 강간죄 구성 요건은 폭행과 협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고 그마저도 현저히 저항이 불가능할 때만 인정돼요. 위계와 위력에 의한 성폭력 역시 판례상 그 범위를 좁게 해석하고 있었습니다. 이로 인해 가해자에게 미온적인 처벌을 비롯한 감싸기가 이뤄졌고 사회에 “이 정도는 괜찮다”는 메시지가 돼 이러한 결과를 초래했어요. 강간죄 성립 요건을 바꿔 성폭력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져야 합니다. 

-성별에 따라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달리 작용될까요. 

위계는 성별과 상관없이 느낄 수 있죠. 상사의 성별에 관계없이 상사가 시키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은 같지 않나요. 다만 성차별적인 문화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죠. 이번 경우에도 피해자 측의 이야기에 따르면 ‘여성 비서’에게만 박 전 시장을 깨우도록 했잖아요. 

-여성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펜스 룰’이 확산될 우려도 제기됩니다. 

옳지 않죠. 펜스 룰은 여성의 사회 진출을 막아요. 또 피해를 당한 여성이 말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입마개로 작용할 수도 있고요. 

-7월 15일 서울시가 민관합동조사단을 꾸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피해자를 보호하고 진상에 다가가기 위해 정치권에서 취해야 할 태도와 조치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발표 이후 피해자 측 요구 사항이 새로 나왔어요. 민관합동조사단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 포함됐더군요. 피해자 보호나 진상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피해자 측의 목소리를 들어야 해요. 고소 당시 법정에서 박 전 시장에게 사과를 받고 그를 용서하고 싶었다는 내용이 피해자 측 입장문에 담겼어요. 지금 상황은 그럴 수 없으니 더욱 피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귀담아들어야 해요. 

-이번 사건에 주목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는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달걀로 바위 치기라는 말이 적용돼서는 안 돼요. 더 이상 남성 카르텔이 바위가 아님과 동시에 우리도 달걀이 아니란 것을 증명할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많은 사람들이 연대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고 함께 행동하길 부탁드립니다. 그래야 앞으로 고위 공직자 등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의 젠더 감수성이 디폴트(기본값)가 될 사회가 올 테니까요.



여성동아 2020년 8월 6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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