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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이현준의 랜덤박스7

1백 일간의 도전으로 인생 사진 건지다, 보디 프로필 촬영기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0.11.20 15:43:23

2030세대에서 선풍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보디 프로필에 도전했다. 생생한 촬영 현장 스케치와 함께 30년 만에 건진 ‘인생 사진’을 공개한다.
*이현준의 랜덤박스
이번엔 뭐가 들었을까 기대하게 만드는 랜덤박스처럼, 매번 색다른 체험을 전합니다



보디 프로필이란 식이요법과 운동으로 만든 몸을 전문 스튜디오에서 촬영해 보관하거나 자신을 홍보하는 데 쓰는 것을 말한다. 특히 젊었을 때의 아름다운 몸을 사진으로 남겨 간직하려는 이들 사이에서 버킷 리스트로 각광받고 있다. 11월 19일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보디 프로필을 검색하면 1백23만 개의 게시물이 뜰 정도다. 

기자는 올해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다. 직장에 들어와 운동은 적게 하면서 술과 기름진 음식을 먹다 보니 몸이 순식간에 불어나버렸다. 늘어나는 뱃살을 보며 한숨 쉬는 날이 많아지고 자신감도 떨어져 울적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아직 서른, 이대로 ‘아재’가 될 순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나이 들기 전 ‘리즈 시절’의 모습을 간직하고 싶었다. 이에 8월 4일부터 11월 11일까지 1백 일 동안 운동과 식이요법, 왁싱, 태닝 등으로 몸을 만드는 과정을 거쳐 11월 12일 보디 프로필을 촬영했다. 


“우와! 정말 이 모습이 제가 맞아요?”

보디 프로필 촬영을 진행한 곳은 경기도 수원의 ‘엔투스튜디오’. 오후 2시 30분 도착해 곧바로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았다. 준비가 끝날 무렵 촬영을 맡아줄 권휘경 대표가 인사를 건넸다. 권 대표는 보디 프로필을 처음 촬영하는 기자를 위해 촬영 콘셉트, 의상, 소요 시간, 진행 절차 등을 설명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촬영 전에 턱걸이, 팔굽혀펴기 등의 운동으로 몸을 자극하는 펌핑이었다. 근육을 최대한 도드라지게 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과정이다. 



약 15분간 펌핑 시간을 가진 후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됐다. 첫 번째 촬영 콘셉트는 ‘시크’. 포멀한 느낌의 팬츠를 입고 권 대표의 가이드에 따라 블랙 배경지 앞에 서서 포즈를 취해봤지만, 난생처음 해보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 그냥 서 있는 것도 익숙하지 않은데, 헐벗은(?) 상태로 있으니 더욱 민망했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흐르자 민망함도 잠시, 어느새 촬영에 몰두하게 됐다. 연예인이나 전문 모델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걸 직접 하니 기분이 묘하게 들떴다. 

다만 몸은 고됐다. 당일 물을 마시지 못한 상태(근육이 선명하게 보이기 위해선 수분 섭취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에서 계속 온몸에 힘을 주고 있으려니 ‘이러다 쓰러지면 어떡하지’싶었다. 1시간쯤 지나자 첫 번째 콘셉트 촬영이 끝났다. 기진맥진한 상태에서 결과물을 확인했다. “오! 이게 정말 저 맞아요?” 카메라 화면엔 ‘그동안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내가 이렇게 멋진 모습이 된 건지, 사진 기술이 위대한 건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두 번째 콘셉트는 자연광이 들어오는 창문에서 청바지를 입고 촬영했다. 별도의 조명 없이 자연광만으로 촬영한 모습은 자연스러움을 풍겨 나름 매력 있었다. 다음 촬영은 첫 번째 콘셉트와는 정반대로 노란색 배경에서 발랄하고 산뜻한 느낌으로 진행됐다. 스케이트보드 등 소품을 이용해 발랄한 콘셉트를 극대화했다. 밝고 귀여운 표정을 지어야 하는데, 원래 밝음이나 귀여움과는 거리가 먼 데다 촬영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이 빠져 표정 유지가 쉽지 않았다. 몸에는 힘을 잔뜩 주면서도 얼굴은 웃어야 한다니, 그야말로 ‘내가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였다. “마지막까지 좀 더! 쥐어짜세요!” 권 대표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영혼까지 끌어낸다는 생각으로 온 근육을 더 쥐어짰다. 겨우겨우 이번 콘셉트도 마무리. “모델님, 너무 힘들어 보이신다. 그래도 이제 마지막이에요.” 권 대표의 응원을 받으며 마지막 콘셉트를 진행할 곳으로 향했다. 


마지막 콘셉트는 환한 조명이 비춰진 창문 앞에서 진행했다. 여기선 컷에 따라 청재킷을 걸치는 게 전부였고 대부분 속옷만 입은 채 몸을 드러냈다. 노출이 있는 상태였지만 이미 촬영을 시작한 지 2시간 30분이나 흐른 뒤였기 때문일까.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민망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지막이니 더욱 힘내서 빨리 끝내자는 생각만 머릿속을 지배했다. 

막바지에 이르니 몸에 힘을 줄 때마다 경련이 올 정도였다. 지금까지 들인 노력과 고생을 생각하며 정신력까지 모아 촬영에 임했다. 보디 프로필에서 최종적으로 얻는 사진(보정본 기준)은 몇 장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몇 장을 건지기 위해 수백 장을 수 시간 동안 찍는다. 기자의 경우 약 1천 장을 찍었고 3시간가량 소요됐다. ‘인생 사진’ 건지기가 이렇게 어렵다. 

1백 일 동안 회사 다니면서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까지 병행하는 건 어려웠다. 중간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도 수없이 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멋진 모습을 얻을 수 있으니 도전해볼 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고통은 일시적이지만 사진은 영원하지 않은가. 자신이 식단 관리와 운동 스케줄을 얼마나 잘 지키며 노력했는지, 그에 따른 성과를 몸을 통해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매력적이다. 노력해도 뭔가 손에 잡히는 결과를 얻기 쉽지 않은 요즘, 잊고 있던 열정과 동기를 부여해줄 훌륭한 도전 과제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날만은 연예인이나 모델이 된 듯 화려한 조명 아래 자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장점이다. 점점 망가져가는 몸에 자존감을 잃고 있거나,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인생 사진’으로 간직하고 싶다면? 삶에서 한 번쯤 도전해보면 어떨까. 가치는 충분하다.

※직접 해본 기자가 말한다! ‘보디 프로필 A to Z
식단 관리
촬영 한 달여 전까진 일반식을 먹되 평소 먹던 양보다 적게 먹으려고 노력했다(구내식당에서 밥을 반 공기만 먹는 등). 회식 등으로 고열량 음식을 먹는 날이면 나머지 끼니를 건너뛰거나 적게 먹으며 하루 섭취 열량을 조절했다. 하지만 이렇게만 하니 살이 빠르게 빠지진 않았다. 결국 촬영일 임박해서는 고구마, 단호박, 달걀흰자 등 다이어트식만 먹었다. 하루 섭취 열량은 1,500kcal를 넘기지 않도록 했다. 솔직히 먹고 싶은 것 다 먹으면서 하기는 어렵다.

운동 시간
일주일 기준 최소 5회 이상, 회당 2시간 30분~3시간가량 했다. 근력운동 1시간~1시간 30분, 유산소운동 1시간~1시간 30분으로 시간을 분배했다. 근력운동은 더 이상 못 하겠다 싶을 때까지 했고, 유산소운동은 옷이 땀으로 젖을 만큼의 강도로 했다. 출근하지 않는 날에는 하루에 두 번, 총 5~6시간 동안 운동했다.

PT(퍼스널 트레이닝) 꼭 받아야 할까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필수는 아니지만 여유가 있다면 받는 게 좋다. PT를 받으면 식단과 운동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또 준비 과정이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혼자 하면 슬럼프가 쉽게 올 수 있고 포기할 확률도 높아지는데, 트레이너의 동기 부여가 꽤 힘이 된다.

준비 기간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하려면 기간을 여유롭게 잡는 게 좋다. 기자의 경우 1백 일 동안 준비했는데 좀 짧게 느껴졌다. 그래서 서두를 수밖에 없었고 몸에 무리가 많이 갔으며 결과도 조금 아쉽다. 반면 지나치게 길게 시간을 잡으면 마음이 풀려 늘어질 수 있다. 자신의 상황과 의지를 고려해 알맞은 기간을 찾는 게 중요하다.

보디 프로필 스튜디오 고르는 법
찍어본 사람들이 추천하는 곳을 가는 게 무난하지만,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이 또한 100% 믿긴 어렵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디 프로필’을 검색해보면 스튜디오나 개인이 게시한 보디 프로필이 많이 나온다. 그중 ‘오, 이거다!’ 싶을 만큼 자신이 원하는 느낌을 주는 사진이 있을 거다. 그 사진을 찍은 스튜디오나 작가를 찾아가길 추천한다.

비용
스튜디오마다 천차만별인 데다 같은 스튜디오에서도 어떤 패키지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기자의 경우 콘셉트 3개 촬영에 최종본(보정본) 6장을 받는 패키지였고, 헤어 & 메이크업 포함해 67만원을 지불했다. 

지나치게 저렴한 곳보단 가격대가 있는 편이 품질 면에선 좋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초보자라면 패키지 중 고가 상품을 선택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패키지 가격이 올라갈수록 콘셉트 개수가 늘어나는데, 그만큼 촬영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소화하기 버거울 수 있다.

사진 엔투스튜디오



여성동아 2020년 12월 68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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