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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place

나만의 피서 공간, 취향 따라 골라가는 6월의 전시

이지은 프리랜서 기자

2022. 06. 05

차츰 뜨거워지는 햇빛을 피하고 싶다면 시원한 전시회장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서로 다른 매력의 전시회 4곳을 소개한다.

#상업과_예술_사이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대중문화와 상업사진’을 주제로 사진을 전시한 일민미술관 3전시실.

‘대중문화와 상업사진’을 주제로 사진을 전시한 일민미술관 3전시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반가운 얼굴이 가득하다.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언커머셜(UNCOMMERCIAL): 한국 상업사진, 1984년 이후’ 전시를 통해 198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 상업사진의 궤적을 살펴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3층으로 이뤄진 일민미술관 공간 전체에서 열린다. 1전시실 ‘상업사진의 뉴웨이브’에서는 김영수, 구본창, 김중만, 김용호 등 시대를 풍미한 저명 사진작가들의 유명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포토샵이 없던 시기, 이들이 작품 제작에 활용한 다양한 기법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글로벌 패션을 서울에 소개하면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패션잡지 ‘월간 멋’ 30여 권이 한쪽 벽면을 빼곡히 장식한다.

‘언커머셜: 한국 상업사진, 1984 이후’ 전시 포스터.

‘언커머셜: 한국 상업사진, 1984 이후’ 전시 포스터.

2전시실 ‘상업사진과 패션’은 패션을 소재로 190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의 상업사진 경향을 탐색한다.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과 협업한 패션 필름도 선보인다. 3전시실에서는 ‘대중문화와 상업사진’을 주제로 한국 대중문화의 결정적 순간을 소개한다. 김연아, 이효리 등 셀럽의 화보와 ‘접속’ ‘지구를 지켜라’ 등 영화 포스터가 관객을 반긴다. 장서영 일민미술관 에듀케이터는 이번 전시에 대해 “‘언커머셜’이라는 전시회 제목에서 드러나듯 상업사진 속에 담긴 예술성을 끌어내 보고자 한 것”이라는 기획 의도를 밝혔다. 실제로 전시 작품들은 예술성과 상업성, 그 경계 사이에서 묘한 줄타기를 한다.

관람객은 영화 포스터, 잡지 화보, 제품 광고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추억 속에 빠질 수도 있겠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오후 3시에는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심도 있는 관람을 위해 입구에 비치된 팸플릿을 지참하길 추천한다.

WHEN 6월 26일까지 화~토요일 오전 11시~오후 7시(월요일 휴관) 
WHERE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152 일민미술관
PRICE 일반 7000원, 학생 5000원



#젊은_작가들의_향연
‘아트스펙트럼2022’ ‘이안 쳉: 세계건설’

박성준, ‘가화만사성’, 2022, 인터랙티브 설치, 혼합매체, 가변크기 Ⓒ박성준

박성준, ‘가화만사성’, 2022, 인터랙티브 설치, 혼합매체, 가변크기 Ⓒ박성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남산 자락, 미술관 앞 잔디밭을 채운 화려한 조형물이 관람객 눈길을 사로잡는다. 세계적인 건축가 3명이 협업해 설계한 리움미술관은 공간을 보는 것만으로도 방문할 가치가 있다. ‘아트스펙트럼’은 리움미술관이 역량 있는 젊은 작가를 지원하고자 2001년부터 시작한 한국 작가 그룹 전시. 회화·영상·설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의미 있는 작업을 선보여온 젊은 작가들을 선발해 그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올해는 8명의 신진 예술가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장에 가면 기존 예술의 틀을 벗어나 동료 및 관람객과 협업하는 젊은 작가들의 생동감이 느껴진다.

김정모, ‘시간-예술 거래소’, 2022, 관객의 참여와 시간, 가변크기 Ⓒ김정모

김정모, ‘시간-예술 거래소’, 2022, 관객의 참여와 시간, 가변크기 Ⓒ김정모

먼저 김정모 작가의 ‘시간-예술 거래소’를 보자. 관람객은 작품 감상 전 직접 작품에 대한 지분 양도 계약서에 서명해야 한다. 계약서에 명시된 작품의 재료는 ‘관객의 참여와 시간’이다. 박성준 작가의 ‘가화만사성’은 자개장과 브라운관 텔레비전 등 1980년대 소품이 진열된 곳으로 관람객을 초대한다. 관객의 움직임에 따라 조명과 효과음이 달라져 마치 연극 무대 위에 올라간 듯한 느낌을 준다. 박 작가는 리움미술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다분히 한국적인 정서를 갖고 있으면서 권위주의적이고 경직된 사회를 표현하는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아트스펙트럼2022’ 전시장 전경

‘아트스펙트럼2022’ 전시장 전경

‘아트스펙트럼2022’ 전시장 위층에서는 미국 작가 이안 쳉의 첫 아시아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안 쳉은 인공지능과 게임엔진을 이용해 가상 생태계를 만드는 작가. 철학적 사유와 현대 기술을 융합해 인간 의식의 본질을 탐구하려고 한다. 이번 전시작 가운데 ‘BOB 이후의 삶(Life After BOB)’은 “인공지능이 나보다 내 삶을 더 잘 살아낼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지는 2부작 애니메이션 작품이다. 상영관에서 약 50분간 애니메이션 관람을 즐길 수 있다.

WHEN 7월 3일까지 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월요일 휴관)
WHERE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로 55길 60-16 리움미술관
PRICE 일반 1만5000원, 청년(만 19~24세)·학생 7500원


#잔혹함에_가려진_아스테카인들의_삶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지하세계의 신’ 믹틀란테쿠틀리.

세계사 ‘덕후’들 취향을 저격할 만한 전시회.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전시는 태평양 건너 멕시코의 조상, 아스테카 문명의 발자취를 선보인다.

흔히 ‘아즈텍’으로 알려진 아스테카 문명은 마야, 잉카와 함께 아메리카 대륙 3대 문명으로 꼽힌다.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희생제의 잔혹한 이미지, 스페인 정복자를 신으로 오해했다는 멸망 서사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아스테카 제국은 사실 역사상 가장 화려한 문화를 지녔던 국가 중 하나다. 전시는 그동안 알려진 이미지 이면에 있는 아스테카인에 주목한다.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전시관 내부.

‘아스테카, 태양을 움직인 사람들’ 전시관 내부.

전시의 시작부터 화려한 태양 이미지와 함께 아스테카의 역사를 설명하는 동영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관람객들은 삼삼오오 모여 영상에 집중한다. 이처럼 어두운 조명과 대조되는 화려한 영상 콘텐츠와 곳곳의 LED 화면은 전시의 다채로움을 증폭시키며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역사적 맥락을 흥미롭게 짚어낸다.

 전시는 ‘인신 공양’이라는 잔혹성에 가려진 아스테카인들의 신에 대한 순수한 헌신을 조명한다. 아스테카인들은 태양을 세상의 창조주이자 인간을 존재하게 하는 신이라고 생각했다. 인간 제물은 태양신에게 보답하고, 이 세상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였다. 그들에게 죽음은 비극이나 공포의 대상이 아니기도 했다. 유독 아스테카 예술에 해골과 뼈의 형상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다.

올해는 한국과 멕시코가 수교를 맺은 지 60년이 되는 해. 이를 기념해 이번 전시에는 멕시코와 유럽 11개 박물관의 귀중한 소장품을 한데 모았다. 그동안 한 번도 소개된 적 없는 아스테카 문명 발굴품도 공개된다.

WHEN 8월 28일까지 월·화·목·금·일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 수·토요일 오전 10시~오후 9시
WHERE 서울시 용산구 서빙고로 137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PRICE 일반 5000원, 학생 3000원

사진 이지은 프리랜서 기자 
사진제공 국립중앙박물관 스푸르스마거스 리움미술관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일민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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