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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한의사들은 난임을 어떻게 치료했을까

한의사 이근희

2022. 07. 13

“자기 먹을 밥그릇은 타고난다”는 말이 있다. 아이를 낳으면 저 스스로 밥벌이는 할 것이라고 믿던 시절 만들어진 속담이다. 이제는 옛말이 됐다. 갈수록 늘어나는 육아 비용과 집값, 여성의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 등이 겹치며 최근 우리나라에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데 갖지 못하는 난임 인구 또한 많아지는 추세다. 그 결과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난임은 남녀가 1년 이상 피임 없이 부부 생활을 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여성이 만 35세 이상인 경우 가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을 감안해 6개월간 아이가 생기지 않을 때부터 난임으로 보고 치료를 시작한다.

난임 원인은 분명히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서 2015년 체외수정 시술비 지원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난임 원인을 파악한 결과 ‘원인불명’(53.7%)이 가장 많았다. 그다음으로 ‘난관 요인’(14.7%), ‘복합 요인’(9.9%), ‘남성 요인’(7.9%), ‘배란 요인’(6.3%) 등이 뒤를 이었다. 필자는 원인불명 난임이 증가하는 배경에 여성의 만혼화, 임신 희망자의 고령화 등이 있다고 본다. 그로 인한 ‘난자의 질’ 저하가 난임을 야기한다고 보는 것이다.

한의학 고전 ‘황제내경’에는 남녀의 나이에 따른 신체 변화에 대한 내용이 있다. 여성은 살아가는 동안 7의 배수로 일곱 번의 변화를 겪는다. 14세에 월경을 시작해 자식을 가질 수 있게 되고, 28세에 건강의 절정에 이르며, 35세에 노화가 시작돼 49세에는 폐경으로 수태 능력이 사라진다고 했다.

남성에게는 8의 배수로 여덟 번의 변화가 생기는데, 16세에 자식을 가질 수 있게 되고, 24세부터 32세까지 건강이 절정에 이르며, 40세에 노화가 시작돼 64세에 다다르면 더 이상 임신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보면 가장 적절한 가임 시기는 여성은 28세 전후, 남성은 32세 전후다.



원인불명의 난임으로 고생하는 부부들은 남성 정자를 여성의 자궁강 내로 직접 주입하는 인공수정, 신체 밖에서 인위적으로 수정란을 배양해 여성 자궁내막으로 이식하는 시험관아기 시술, 세포질 내 정자 직접 주입술 등을 통해 난임을 극복하려 한다. 한 번에 성공하면 가장 좋겠지만, 여러 번 시도해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육체적, 정신적 고통과 슬픔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다.

‘동의보감’에는 난임 치료 방법으로 여성의 생리주기 및 생리 양을 조절하는 ‘조경(調經)’과 유산을 막고 임신을 안정화하는 ‘안태(安胎)’ 등의 방법이 담겨 있다. 또 35세 이상 난임 여성의 경우 월경 주기가 불규칙한 신허(腎虛)형, 과로와 질병 등으로 몸이 허해진 기혈허약(氣血虛弱)형, 정서적인 스트레스가 심해 자율신경실조증이 있는 간울(肝鬱)형, 신체가 비만해 월경이 드물거나 없으며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의심되는 습담(濕痰)형, 월경통이 심하고 월경혈이 덩어리지게 나오며 자궁 내 질환을 의심할 수 있는 혈어(血瘀)형 등으로 구분해 치료했다.

난임을 해결하고자 한의원을 찾는 환자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자연수정을 원하는 분들이다. 이분들은 전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서 진행하는 한방 난임 치료 시범 사업에 대해 알아보시면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둘째, 보조생식술과 한방치료를 병행하는 분들이 있다. 이분들은 과배란을 유도하기 전이나 후에 자궁내막을 안정시켜 착상 및 임신 유지를 도와주는 안태(安胎) 개념의 처방으로 임신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출산율 같은 사회적 문제를 제쳐두고라도, 본인과 배우자를 닮은 아이를 만나는 것은 정말 큰 축복이다. 아이를 낳고 싶어 하는 많은 부부가 이러한 행복을 꼭 경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한방난임치료 #안태처방 #여성동아

한의사 이근희


MZ세대 한의사. 원광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학대학원에서 안이비인후피부과 전공으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수서 갑산한의원 진료원장을 거쳐 현재 경북 경주 안강 갑산한의원에서 환자를 만나고 있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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