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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몸값 뛴 럭셔리 리조트 회원권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1.09.09 10:30:02

코로나19 대유행 2년 차, 기약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사람들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해외여행이 요원해지자 국내 리조트 회원권으로 눈을 돌리는 이도 늘어나는 추세. 이런 분위기 속에 회원권 가격도 나날이 오르는 실정이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40대 주부 최 모 씨는 몇 달 전 자녀의 여름방학을 앞두고 국내 고급 리조트 회원권을 구입했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올여름부터는 해외여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졌고, 그녀도 여름방학 동안 아이들과 하와이에서 한 달가량 머물 계획이었다. 그러나 6월 말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화됐고, 결국 최 씨는 해외여행 대신 리조트 회원권 구입을 선택했다. 7월 방학과 동시에 아이들과 함께 리조트에서 장기간 휴식을 취해온 그녀는 “지난해부터 강원도에 별장으로 사용할 주택을 구입하려 했으나 다주택 보유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리조트 회원권으로 눈을 돌렸다. 1년 넘게 집에만 머물다 모처럼 자연 속에서 휴식을 취하니 힐링되는 느낌”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코로나19 대유행 전까지만 해도 해외여행을 선호하는 이들이 많았다. 특히 학령기 이하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방학을 맞아 미국과 캐나다, 호주, 동남아 등에서 한 달 동안 방학 캠프를 보내고 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방학 캠프는커녕 야외 활동조차 어렵게 되자 프라이빗하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고급 리조트 회원권의 몸값이 점점 오르고 있다.


회원들만 입장 가능한 리조트, 주말은 풀 부킹

서울 강남권에서 인기가 많은 프라이빗 리조트로는 아난티 펜트하우스가 꼽힌다. 2016년 경기도 가평에 오픈한 아난티 펜트하우스 서울은 강남에서 비교적 가까운 데다 회원권을 보유한 이들만 입장할 수 있어 희소가치가 높게 평가된다. 가평 외에도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한껏 느껴지는 남해 펜트하우스, 부산 펜트하우스 등 3곳과 여성 회원 전용 아난티 클럽 청담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회원권은 지분 등기 방식으로 평생 소유할 수 있으며 상속 및 증여, 매각할 수 있다. 다만, 회원권 반납이나 분양 대금 반환은 이뤄지지 않는다. 거래는 아난티 회원권 전문 버틀러를 통해 할 수 있고 종류는 개인과 법인, 기명(회원 4명 등록 가능)과 무기명 (회원 1명 등록 및 무기명 카드 발급) 방식으로 나뉜다. 가장 저렴한 개인 기명 회원권은 1억5천5백만원(이하 취득세 별도), 개인 무기명 회원권은 1억8천5백만원이다. 억대 회원권 가격을 납입해야 하지만 현재 아난티 회원권은 매입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거래량이 폭증한 탓에 최근 신규 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 매입을 원하는 대기자들은 버틀러에게 대기 접수를 했다가 기존 회원들이 내놓는 회원권을 매수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마저도 대기가 길어 최소 2개월은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한 버틀러는 “사려는 고객은 많고 팔려는 고객은 없어서 ‘얼마쯤 기다려야 회원권이 나온다’는 확답조차 드리기 어렵다”며 최근의 분위기를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가격도 점점 오르는 추세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아난티 펜트하우스 개인 회원권 가격은 1억3천만~1억5천만원이었다. 그런데 1년 사이 3천만원가량 올랐다. 아난티 펜트하우스 공식 홈페이지에는 아난티 회원권이 신규 분양가 대비 평균 16%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회원권 상승률은 더욱 높아진 실정이다.

리솜리조트

리솜리조트

다른 리조트 회원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2019년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단행한 소노 호텔앤리조트(옛 대명리조트)의 경우 회원권을 공유제(분양금 지불 후 지분 취득) 및 회원제(계약기간 만료 후 입회금 반환 가능), 기명 및 무기명, 스위트·실버·골드·로얄·프레지덴셜 등으로 세분화해 판매한다. 이 가운데 일반 리조트 대형 면적 및 신규 전용 객실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인 노블리안(실버·골드·로얄·프레지덴셜)의 경우 지난 4월 이후 가격이 15%가량 올라 가장 고가인 회원제 무기명 프레지덴셜 회원권이 4억4천7백50만원, 같은 조건의 로얄 회원권이 2억9천1백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2018년 호반건설이 인수한 뒤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리모델링을 단행한 리솜리조트(제천·안면도·덕산) 역시 새 단장 후 최근 오픈에 맞춰 회원권 가격이 인상됐다. 회원권은 객실 크기별로 분양하는데 가장 인기가 높은 회원제 무기명 30타입 회원권은 4천2백50만원, 40타입 회원권은 6천3백50만원이다.



소노호텔앤리조트

소노호텔앤리조트

그런데 회원들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회원 수가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예약이 쉽지 않게 됐기 때문. 아난티 회원권을 장기 보유하고 있는 주부 김 모 씨는 “가평 펜트하우스의 경우 성수기 주말 예약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어려웠지만 대기를 걸어두면 취소하는 물량이 나와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주말뿐 아니라 주중 예약도 어려워졌고, 취소 물량도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곳 회원권을 처분하고 이용이 원활한 다른 회원권을 구입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리조트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부대시설 이용에 제한이 있는 것도 이들의 불만이다. 리조트 내 수영장과 레스토랑, 피트니스 센터, 스파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될 때마다 그에 맞춰 문을 닫거나 입장 제한을 한다. 정부 규정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에 불만을 토로할 순 없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는 100% 누렸던 각종 서비스를 같은 회원권 가격을 주고도 이용하지 못하니 회원들의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을 터. 김 씨 역시 “가평 아난티 근처에 마땅한 음식점도 없는데 조식 뷔페만 열리고 점심, 저녁 뷔페는 열리지 않으니 식사를 해결하는 게 곤혹스러웠다. 일시적으로 부대시설 이용에 제한을 둔다고 해서 회원들에게 분양가를 돌려주는 것도 아니고, 추가 혜택을 주는 것도 아니니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을 듯하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길 열리면 회원권 가격 떨어질 수도”

코로나19 대유행이 소강상태에 접어들고 해외여행 길이 열리면 국내 리조트 회원권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최근 리조트 회원권을 매입한 최 씨는 “사실 이번에 회원권을 구입할 때 향후 1천만~2천만원가량 손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빠르면 내년 연말부터 해외여행이 가능해질 것 같은데, 그렇게 되면 국내 리조트 회원권 가격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코로나19가 사라지고 안정화되기까지 3~4년 정도 더 걸릴 거라고 보고 그 기간 동안 편하게 지내기 위해 회원권을 구입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고급 리조트 회원권은 가격이 단기간 올랐지만 부동산처럼 지속적인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원래 숙박 시설은 지속적인 재투자와 시설 보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용객의 외면을 받기 마련. 고급 리조트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사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까지 리조트 회원권 가격이 마냥 오르기만 한 건 아니다. 국내 한 리조트 회원권 거래를 담당하는 중개인은 “시설 노후화가 진행되면 회원 이탈이 시작되는데 그러다 보면 회원권 가격이 떨어지기도 한다. 이런 경우 본사에서 다른 지역에 신규 리조트를 지어 회원들의 니즈를 계속 맞춰줘야 한다. 때문에 보유 리조트가 얼마나 되고, 어디에 신규 리조트를 짓고 있는지 회사 규모를 따져본 후 회원권을 매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제공 각사 홈페이지



여성동아 2021년 9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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