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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세먼지 ‘시즌제’로 잡는다

EDITOR 조윤

입력 2019.09.29 17:00:01

여름 더위와 함께 한동안 물러나 있었던 미세먼지가 찬바람이 불면서 다시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가 극심한 시기에 발생 원인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시즌제’를 해결책으로 내놨다.
9월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9월 2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미세먼지는 전 국민의 오랜 골칫거리로, 올 3월은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7일 연속 시행되는 등 가히 ‘미세먼지 대란’이라고 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비상저감조치는 당일 오후 4시까지 초미세먼지(PM 2.5)가 평균농도 50㎍/㎥을 초과하고 다음 날에도 50㎍/㎥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된다. 찬바람이 불면서 다시 미세먼지에 대한 걱정이 커지는 상황. 서울시는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 4개월간 평상시보다 강화된 조치를 하는 ‘미세먼지 시즌제’를 실시할 방침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1천 명의 시민이 참여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토론회에는 1천 명의 시민이 참여해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의견을 나눴다.

미세먼지 시즌제는 그간 서울시가 시행해 온 미세먼지 정책의 업그레이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수도권 대기질 개선 특별대책을 마련하는 등 일찌감치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왔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취임 이후 ‘미세먼지 야전사령관’을 자처하며 여러 정책을 선보였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자리 잡아가던 2017년엔 3000여 명의 시민이 광화문광장에 모인 가운데 ‘미세먼지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나온 1200개 이상의 의견을 토대로 ‘서울형 비상저감조치’ 등 정책을 마련했다. 이는 시가 전국 최초로 조례를 개정해 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재난관리기금을 투입하는 등 앞선 환경 정책을 마련하는 토대가 됐다.


박원순 시장 중심으로 미세먼지 재난대책본부 출범

토론 내용을 경청 중인 시민들. 토론 후 실시한 투표 결과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한 참가자가 95.9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토론 내용을 경청 중인 시민들. 토론 후 실시한 투표 결과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답한 참가자가 95.9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지난해에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수도권에 등록된 총중량 2.5톤 이상의 노후 경유 차량(2005년 12월 이전에 등록) 32만 대의 운행을 제한하는 ‘서울형 공해 차량 운행 제한’을 전국 최초로 단행했다. 이는 정부가 올 2월부터 시행한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미세먼지 특별법)’이 제정되는 데 있어 결정적인 마중물이 됐다. 서울시 기후환경본부 관계자는 “노후 경유차 운행 제한이 미세먼지 특별법 시행 이후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으로 전환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이 밖에도 시는 일찍이 공공기관 주차장 폐쇄, 공사장 건설기계 저공해화, 시내버스를 CNG버스로 100% 전환하는 등 과감한 미세먼지 정책을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시정 최고 현안 과제로 삼고 지난 4월 박원순 시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미세먼지 재난대책본부’를 출범시켰다. 이어 같은 달 건물·도로·집 등 생활 곳곳의 미세먼지까지 잡는다는 목표 아래 ‘생활권 미세먼지 10대 그물망 대책’과 ‘녹색교통지역 운행 제한’도 내놨다. 그물망 대책안에는 프랜차이즈 · 배달용 엔진 이륜차를 전기이륜차로 전환, 경유 마을버스 100% 전기차 전환, 친환경콘덴싱보일러 교체 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특히 친환경콘덴싱 보일러 교체 지원 사업은 보조금 지원과 보일러 6개 제작사 및 카드사와 공익 협력 사업(보일러 가격 10만원 할인, 12개월 무이자 할부)을 병행하면서 친환경보일러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확산을 이끌어냈고, 올 4월 마침내 대기관리권역에서 친환경보일러 설치 의무가 법제화되어 내년 4월부터 시행된다. 이와 별도로 올해 7월부터 시범운영 중인 녹색교통지역 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이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위반 시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의 근본 대안으로 떠오른 ‘시즌제’

서울시 공무원들이 비산먼지 작업장의 미세먼지 배출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들이 비산먼지 작업장의 미세먼지 배출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가 새롭게 추진 중인 ‘미세먼지 시즌제’는 앞선 정책에 비해 한층 강력한 조치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등 단기적 대안으로는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 시즌제는 1년 중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가 높은 겨울부터 다음 해 봄(12월~3월)까지 차량 운행 제한,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강화를 상시 시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박원순 시장은 앞서 지난 3월 환경부 장관과 수도권 3개 시·도 단체장 면담에서 이를 환경부에 제안하면서 미세먼지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동절기에 집중 강화된 대책을 전국적으로 시행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시즌제 도입을 위해 미세먼지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신창현 의원, 강병원 의원 대표 발의 등)돼 있으며 서울시는 입법 동향에 맞춰 늦어도 11월 초까지는 최종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이다. 



미세먼지 시즌제를 통해 시행 예정인 사업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 확대 △행정·공공기관 주차장 출입차량 2부제 △시 공영주차장 요금 상향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 강화 등이다. 

먼저 배출가스 5등급 차량 운행 제한은 현재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 시, 또는 한양도성 내 녹색교통지역에 한정하여 시행하던 것을 시즌제 기간 중 서울 전역에 걸쳐 오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적용 범위 역시 수도권 차량을 대상으로 우선 시행한 뒤 전국 차량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다만 시민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긴급 차량, 장애인 차량, 매연저감장치 부착 차량 등은 단속 대상에서 제외하며, 저공해 조치를 신청한 차량은 일정 기간 유예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반 교통량 감소를 유도하기 위해 공공기관 출입 차량부터 제한한다. 서울시는 시 산하 모든 행정·공공기관 주차장을 대상으로 하는 차량 2부제 시행을 위해 관련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에 대한 관리는 배출업소의 경우 연 1~4회, 공사장의 경우 1~3회 실시하던 점검을 시즌제 기간 중 추가로 전수 점검하는 방식으로 강화한다. 서울 시내 관리 대상은 대기 배출시설 2124개소, 비산먼지 발생 사업장 1903개소다. 시는 단속 매뉴얼을 마련하고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해 관리감독에 시민참여단을 포함시키는 등 정밀점검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 대기오염 배출원 합동 감시 체계도 구축해 대형 사업장과 공사장 감시를 폭넓게 시행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노후 건설기계 사용 제한, 5등급 차량 시 공영주차장 주차요금 상향, 민간 자동차 배출가스 검사소 점검 강화 등 시민들이 개선 효과를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지속해서 발굴해 시즌제를 구체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겨울철 난방에너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에코마일리지에 인센티브를 추가로 부여하는 등 방안을 고민 중이다. 가정이나 사업장에서 전기, 수도,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 사용량을 관리하게 하고 실적이 우수한 회원에게 마일리지를 제공해 자발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도록 돕는 것이다.


시민 1000명, 미세먼지 저감 위해 지혜를 모으다

미세먼지 시즌제는 시민의 참여가 중요할 뿐 아니라 장기간 시행으로 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되는 만큼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수다. 이에 서울시는 많은 시민의 의견을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자 지난 9월 21일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미세먼지 시즌제 도입을 위한 시민 대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8월 16일부터 9월 18일까지 토론회 참가 신청을 받았으며 전문가·학계·산업계·미세먼지 취약층 등 다양한 계층과 연령·성별·지역 등을 고려해 참가자 1000명을 선정했다. 

토론회에서는 시즌제 기간 동안 5등급 차량의 운행 제한, 시 공영 주차장 요금 인상,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관리 강화 등 시민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주는 의제를 중심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현장에서는 투표를 통해 시즌제 정책에 대한 선호도 조사도 진행됐다. 시민들이 박원순 시장에게 직접 정책을 제안하고 답변을 듣는 시간도 가졌다. 박 시장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시민들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시즌제를 구체화해 나가겠다”면서 “강력한 조치로 야기되는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먼저 감당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토론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앞으로 시민참여감시단 활동 등을 통해 직접 제안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유럽에선 이미 보편화된 ‘시즌제’
공해 차량 운전 제한 지역을 알리는 영국 런던의 교통 표지판.

공해 차량 운전 제한 지역을 알리는 영국 런던의 교통 표지판.

독일, 영국, 이탈리아, 벨기에, 중국 등 해외 주요 도시에서는 이미 미세먼지 시즌제와 비슷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도시들은 차량 노후화를 판단하는 유로 기준을 적용해 노후 차량의 운행을 연중 상시 제한하는 ‘공해차량운행제한제도(LEZ·Low Emission Zone)’를 운영한다. 

독일 베를린은 883㎢에 이르는 중심부가 365일 내내 공해 차량 운행제한 지역이다. 이 지역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차량이 배출하는 오염 물질 수준(노후 차량일수록 낮은 등급)에 따라 4가지 색상으로 분류된 스티커를 부착해야 한다. 만약 4등급 이상을 의미하는 녹색 스티커나 면제 증서가 없는 경우 80유로(약 10만5천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영국은 매년 대기오염으로 인해 1000명이 조기 사망한다는 분석에 따라 일찍이 1993년부터 LEZ를 도입했다. 런던 시내와 그 주변 지역을 포괄하는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 지역 1,580㎢가 대상으로 24시간 단속이 이루어진다. LEZ 실시 후 런던은 2010년 미세먼지(PM 10) 40㎍/㎥ 초과 지역이 2년 전 대비 5.8% 감소했으며, 약 1조1725억 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 주에서는 10월부터 3월까지 미세먼지 발생을 막기 위해 ‘동절기 비상대책’을 실시한다. 유로 기준에 따라 주중 차량 운행을 제한하며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적정 난방 온도까지 규정한다. 주거용 공간의 온도는 19℃, 공장 등은 17℃를 넘어선 안 된다. 벨기에 브뤼셀에서도 같은 기간 집중 관리를 실시하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블루 플래그(35~50μg/㎥)’ 단계에 이르면 차량 운행 속도를 평소 70~90km/h에서 50km/h로 제한하고, 대중교통 무료·자전거 대여 일일요금 무료 등의 지원책을 병행한다. ‘오렌지 플래그(51~70μg/㎥ 2일 이상 지속)’ 단계에서는 건물의 난방 온도를 20℃로 제한하며, ‘레드 플래그(71μg/㎥ 초과 2일 이상 지속)’ 단계에선 브뤼셀 지역 내 모든 차량의 운행을 금지한다. 

‘전 세계의 굴뚝’이자 국내 미세먼지의 발원지로도 지적되고 있는 중국 역시 대기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중국 정부는 우리보다 앞서 2017년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베이징, 톈진, 허베이와 주변 지역을 대상으로 10개의 ‘가을겨울 대기오염 종합관리 대응 행동’을 시행했다. 공장 등 사업장의 오염원 배출을 감시하고 주요 업종이 피크타임을 피해 생산과 운송을 하도록 제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한편 서울시는 베이징 시와 자매결연을 맺고 대기질과 관련해 정보를 신속히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매년 ‘대기질 컨퍼런스’를 개최해 동아시아 도시들과 미세먼지 대책을 논의하고, 우리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등 유기적으로 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홍태식 디자인 최정미
제작지원&사진제공 서울시




여성동아 2019년 10월 67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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