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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column

샤넬도 패션쇼 온라인 생중계…코로나19로 럭셔리 브랜드도 언택트 마케팅 강화

#CHANEL 2020 F/W ONLINE SHOW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엘 킴벡

2020. 03. 31

처음 온라인으로 중계된 샤넬 컬렉션.

처음 온라인으로 중계된 샤넬 컬렉션.

미국에선 요즘 하루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이야기를 듣지 않고 지나가는 날이 없다. 처음엔 중국을 배경으로 한 음모 이론 혹은 도시 괴담 쯤으로 여겼던 일이 현실이라는 것을 실감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이제 미국도 그리 안전한 곳이 아니며, 어쩌면 코로나19에 철저히 대처하고 있는 한국보다도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3월 중순부터 뉴욕의 전체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고 레스토랑들도 배달만 가능한 상황이며 샌프란시스코 베이 지역은 외출 금지를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에도 메르스, 사스 같은 전염병이 있었지만 지금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의 공포감을 느낀 적은 없다. 코로나19는 전염성이 강하기에 사람들은 대면 접촉에 대한 공포가 커졌고, 그로 인해 일상생활은 물론 그와 연결된 산업들이 모두 위기를 맞고 있다. 패션도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분야 중 하나다. 패션 산업의 꽃이라 불리는 컬렉션이 코로나19로 인해 존폐의 위기를 맞았다. 그 시발점은 지난 2월 뉴욕 패션 위크(2월 4~12일) 때부터였던 것 같다. 뉴욕 패션 위크를 며칠 앞두고, 중국과 한국 그리고 일본에서 오기로 한 클라이언트들이 대거 일정을 취소했다. 뉴욕 패션 위크 후에는 바로 런던(2월 14~18일)과 밀라노 컬렉션(2월 18~24일)이 이어져 많은 패션 관계자들이 대거 유럽으로 이동을 하는데, 밀라노 컬렉션에 참석한 패션 관계자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그중에는 지지 하디드와 벨라 하디드 자매가 소속된 유명 모델 에이전시 IMG의 관계자도 포함돼 있었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인사도 코로나19 감염으로 의심을 받았지만 다행히 일반 감기로 판명돼 나머지 일정을 취소한 채 미국으로 돌아왔다. 브랜드의 앰배서더로 런웨이 프런트 로에 앉았던 셀레브리티와 스태프들이 의심 증세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도 풍문으로 들려왔다. 

실제로 한국의 한 걸 그룹 멤버도 컬렉션 기간 동안 패션쇼와 화보 촬영 등을 위해 밀라노를 방문했다가 스태프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밀라노 컬렉션이 시작될 때만 해도 이탈리아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한 자릿수에 불과했으나 컬렉션이 진행되는 동안 확진자가 무섭게 불어나기 시작했고, 결국 공식 일정을 이틀 남겨둔 상태에서 패션쇼가 전면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언제나 밀라노 컬렉션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인 조르지오 아르마니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오랫동안 준비한 이번 패션쇼를 전면 비공개로 전환한 후, 모델의 런웨이 워킹을 무관객 상태로 온라인상에 생중계했다. 이런 결정을 한 데는 물론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바이어들의 상당수가 컬렉션 불참 통보를 한 것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실제로 조르지오 아르마니 한국 수입사인 신세계 인터내셔날은 직원들의 감염을 막기 위해 밀라노 컬렉션 출장을 전격 취소했다.

영민하게 대처한 샤넬과 사카이

밀라노가 함락당하자 이어지는 파리 패션위크(2월 24일~3월 3일)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필자도 참석을 망설였지만 함께 일하는 클라이언트가 컬렉션을 진행하는 이상 다른 선택은 어려웠기에 파리로 향했다. 확실히 파리의 샤를 드 골 공항은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가 감지됐다. 뉴욕발 비행기 편임에도 공항 스태프가 입국자 전원에게 마스크 2장과 1매 분량의 코로나 관련 수칙이 적힌 자료를 나눠줬다. 마스크를 나누어주는 스태프가 마스크를 하고 있지 않은 점은 조금 아이러니했다. 

파리 컬렉션은 겉으로는 차분해 보였지만 밀라노에서의 코로나19 쇼크 이후 많은 패션 브랜드들이 급하게 일정을 취소하면서 상상을 초월하는 엄청난 손해가 초래됐다. 중국계 디자이너로 주목을 받고 있던 우마 왕, 메종 드 마이, 자렐 장 등을 포함한 6개 이상의 브랜드가 컬렉션 혹은 프레젠테이션을 포기했고, 패션쇼는 강행했더라도 쇼 이후 바이어와 기자들을 초대하는 행사를 취소하거나, 온라인상으로 주문과 홍보 자료 배부를 진행하는 브랜드들이 증가했다. 사카이를 비롯한 일본계 브랜드들은 아시아계 기자들과 바이어들이 컬렉션에 대거 불참할 것을 예상하고 의상의 아주 디테일한 부분까지 촬영한 영상 자료를 미리 제작해 온라인으로 릴리스하는 주도면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코로나19에 대한 대처가 조금 더뎠던 유럽계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패션쇼가 끝난 이후, 파리에 오지 못한 바이어들에게 보낼 영상 자료를 제작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코로나19 사태가 나날이 심각해지면서 패션 브랜드들은 계획했던 각종 대형 패션쇼와 이벤트들을 줄줄이 취소하는 분위기다. 5월 18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구찌의 2021년 크루즈 컬렉션과 5월 21일 일본 도쿄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프라다의 크루즈 컬렉션이 연기됐으며, 5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이던 샤넬의 2020 공방 컬렉션은 아예 취소됐다. 

어쩌면 이번 사태는 패션 산업 전체가 새로운 국면을 맞는 시발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최근의 패션 산업은 다양성에 대한 담론이나, 환경에 대한 인식의 전환점이 되는 지속 가능성 같은 콘셉트를 통해 다음 스텝을 예측해왔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코로나19가 만연하면서, 비대면(Untact)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오프라인에 주력했던 럭셔리 패션 브랜드들도 비대면 매출이 증가하는 시대에 부응해 온라인 플랫폼 확장에 더욱 힘을 쓰기 시작한 것이다. 럭셔리 브랜드의 대명사 샤넬이 3월 3일 파리 그랑 팔레에서 진행한 2020 F/W 여성 기성복 컬렉션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한 것도 비대면 시대에 대응하는 영민한 첫걸음이다.

조엘 킴벡의 칼레이도스코프


뉴욕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네스 팰트로, 미란다 커 등 세기의 뮤즈들과 작업해왔다. 현재 브랜드 컨설팅 및 광고 에이전시 ‘STUDIO HANDSOME’을 이끌고 있다.




기획 김명희 기자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최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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