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아함의 결정체’였던 그녀가 돌연 정형화된 틀을 깬 까닭은 무엇일까. 이영애는 첫 방송 전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상하고, 독특하고, 재미있는 드라마여서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대본을 보고 또 보는데도 (이해가 가지 않아) ‘내가 머리가 나빠졌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독특했다”며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니까 그동안 내가 해보지 못했던 색깔, 보여주고 싶었던 색깔을 많이 담으려고 했다. 내가 나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어 선택한 작품”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설마 이영애? 진짜 이영애!

실제 이영애의 삶을 생각하면 구경이와는 닮은 점이 하나도 없을 것만 같다. 초콜릿 CF 한 편으로 혜성같이 등장한 그녀는 1990년대 세련된 도시 여성의 이미지로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톱스타의 자리에 올랐고, 드라마 ‘대장금’ 이후 중국과 일본, 동남아시아 등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후 2009년 하와이에서 스무 살의 나이 차를 극복하고 사업가 정호영 씨와 결혼식을 올렸고, 2011년에는 이란성 쌍둥이 승권과 승빈을 낳아 화목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을 여러 방송을 통해 공개한 바 있다. 반면 드라마 ‘구경이’ 속 이영애는 사고로 남편을 잃고 자식도 없이 은둔형 외톨이로 살며 수사에만 목숨을 거는, 사회적으로 소외된 인물로 등장한다. 제작발표회에서 드라마와 실제 모습에 비슷한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그렇다고 하면 저를 이상하게 보실 것 같고, 아니라고 하기도 좀 그렇다”며 “누구나 내면에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는 말로 마무리하겠다”며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지었다.
워낙 기존과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다 보니 촬영 현장에서도 그녀를 바로 알아보는 이가 적었다고. 1, 2회의 배경인 경상남도 통영에서 촬영을 하던 당시 그녀는 “길 가던 아주머니들이 산발하고 있는 나를 보고 ‘이영애를 닮은 사람 같은데, 아기 엄마가 왜 저러고 있겠느냐’는 얘기를 하셨다고 들었다”면서 “그분들이 방송을 보면 이영애가 왜 산발을 하고 있었는지 아실 것”이라며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영애는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 사이에도 잘 녹아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tvN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사랑받은 김해숙과 곽선영, ‘킹덤’ 속 야심에 찬 왕비로 눈도장을 찍은 김혜준, 넷플릭스 ‘D.P.’로 깊은 인상을 남긴 조현철 등과 조화를 이룬다. 이영애는 “제목은 ‘구경이’지만 구경이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색깔이 다양한 분들과 어우러지는 호흡이 드라마를 더 매력 있게 한다”며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열정에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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