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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interview

눈물 나게 고마운 팬들이 내 연기의 원동력, ‘악의 꽃’으로 다시 피어난 배우 이준기

글 정혜연 기자

입력 2020.09.29 11:52:44

9월 23일 종영한 tvN ‘악의 꽃’의 도현수는 근래 드라마에 등장한 캐릭터 가운데 가장 입체적인 인물이다. 도현수는 기쁨과 슬픔, 죄의식과 동정심 등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아버지가 연쇄살인마라는 이유로 공범으로 몰렸던 그는 우연한 사고를 계기로 신분 세탁을 한 채 다른 사람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강력계 형사인 아내 차지원(문채원)이 자신의 정체를 의심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사랑, 미안함 같은 감정들을 알아가고, 결국 스스로 결백을 입증해나간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애처롭고도 복잡한 내면의 주인공 도현수 역할을 마치 실존인물처럼 소화해낸 이준기에게 호평이 쏟아졌다. 특히 극 후반 사이코패스 백희성의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은 시청자들 사이에 명장면으로 꼽힌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로 이름을 알린 그는 그동안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무법변호사’ ‘밤을 걷는 선비’ ‘투윅스’ ‘아랑사또전’ ‘개와 늑대의 시간’ 등 사극·형사물·액션 느와르 장르를 넘나들며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배우로서 이준기의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가 지니고 있는 사연을 더욱 풍부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흡혈귀에 맞서 싸우다가 자신도 흡혈귀가 된 ‘밤을 걷는 선비’의 김성열, 왕자로 태어났음에도 부모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궁에서 쫓겨나 거친 삶을 산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의 왕소가 대표적이다. ‘악의 꽃’이 호평을 받으면서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밤을 걷는 선비’ 등 그의 전작들을 다시 ‘정주행’ 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많다. ‘악의 꽃’이 방영되는 동안 이준기의 이름이 중국 대표 포털 사이트와 SNS 인기 검색어에 오르며 한류 배우로서의 입지도 더욱 굳건히 다졌다.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그의 외모 또한 화제가 됐다. 나이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날렵한 턱 선과 콧날, 매끈하고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 덕분에 기존 팬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물론, 새롭게 ‘입덕’했다는 팬들도 많다. 



7개월간의 촬영을 마치고 꿀맛 같은 휴식을 취하고 있는 이준기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악의 꽃’을 통해 한류스타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진 이준기.

‘악의 꽃’을 통해 한류스타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다진 이준기.

-매회 드라마 종료 후 실시간 채팅방에서 이준기 씨 연기력에 대한 찬사가 쏟아졌어요. 인기를 실감했나요. 

이번 작품은 멜로적 특성이 짙었기 때문에 다양한 연령층의 팬들이 늘어나 신기했어요. 드라마 시작부터 글로벌 팬들이 서울 전역에 다양한 광고를 진행해주시고, 방영 중에는 실시간으로 지원이와 현수를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교하는 등 함께 아파하고 사랑해주는 팬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죠. 또 해외에서 실시간으로 ‘악의 꽃’을 즐겨주시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기도 했어요. 그 순수한 표현과 리액션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워 눈시울이 붉어질 정도로 감사하더라고요. 

그리고 작품을 시작하기 전부터 감독님을 비롯한 스태프 모두 작품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랬기에 시청률과 상관없이 현장은 항상 열정이 넘쳤죠. 입소문을 타고 인기가 많아질 수 있었던 것 역시 모든 스태프, 배우가 좋은 극본의 흐름에 맞춰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기에 가능했던 거 같아요. 작품의 감동이 고스란히 시청자분들에게 전해졌고, 설득시킬 수 있었죠. 진심으로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살인마의 누명을 쓴 도현수, 신분세탁을 하고 새로 얻은 삶을 사는 백희성을 동시에 연기해야하는 어려움이 있었어요. 이렇게 복잡한 인물을 연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극중 여러 인물들과의 관계에서 드러나는 리액션에 상당히 공을 들였어요. 현수는 감정을 느낄 수 없기에 작은 표현부터 상대에 대한 리액션 하나하나가 각 신에서 큰 힘과 설득력을 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저 혼자 연구하고 고민한다고 되는 부분은 아니었어요.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현장에서 저를 가장 가까이서 보는 카메라 감독님, 그리고 출연 배우 한 분 한 분과 계속해서 서로의 생각들을 나눴어요. 또한 도현수란 인물이 자칫 잘못하면 너무 뻔하거나 단조롭게 표현돼 기존에 등장했던 무감정한 사이코패스로만 보여 질 수 있었기 때문에 더욱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고 집중했죠.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개와 늑대의 시간’ ‘무법변호사’ 등 대중이 ‘인생드라마’로 꼽는 작품이 유독 많은 배우인데요. ‘악의 꽃’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게 됐는지, 처음부터 잘 되리란 감이 왔는지도 궁금합니다. 

처음 ‘악의 꽃’ 대본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이 작품은 지금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는 거였어요. 딸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자신의 아내만을 바라보는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이면에 숨어 있는 슬프고 잔혹한 과거를 가진 남자잖아요. 출연을 결정하기 전 ‘지금의 배우 이준기가 담아내기에 과연 합당한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졌어요. 또 한편으로 ‘내가 과연 대중을 설득할 수 있을까’ ‘자칫 기존 작품에서 보였던 배우 이준기의 색깔이 강하게 묻어나와 전체적인 밸런스를 붕괴시키지는 않을까’ 등 너무나 많은 고민을 했죠. 

다행히 출연을 결정하기까지 2주 정도의 여유가 있었는데 계속해서 대본을 읽으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려봤어요. 그러다가 문득 ‘이 작품이 내게 온 것도 운명과도 같은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작품을 배우 인생에 있어 전환점으로 만들어 보고픈 욕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문채원 씨와도 작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리가 이 작품을 잘 만들어간다면 서스펜스 멜로라는 새로운 장르를 우리만의 특별한 감정선으로 그려낼 수 있겠다’고 이야기 나누며 작품 출연 결정을 더욱 확고히 했어요. 결과적으로 ‘악의 꽃’은 제게 있어 과감한 결정이었어요. 그려지지 않는 미래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궁금증과 상상력이 좋은 자극제가 됐죠.

-20대 때도 독보적인 외모를 자랑했지만, 30대에 들어선 이후에도 ‘매일 리즈 경신 중’이란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자기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궁금합니다.
 
새로 작품에 들어갈 때면 캐릭터를 위해 절제하는 것들이 많아요. 작품 속 인물이 느끼는 감정들에 몰입하다보니 저도 모르는 얼굴과 행동들이 나오는데, 그 때의 새로운 모습들을 좋게 봐주신 거 같아 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 밖의 자기 관리 비법은 특별할 게 없는 거 같아요. 물론 스킨케어 정도야 받지만, 쉴 때는 워낙 집돌이라 집 밖을 잘 안 나가서 관리 받는 거에도 게으른 편이에요(웃음). 그냥 억지로라도 휴식을 취하고 좋은 것들만 생각하기 위해 노력해요.

-‘왕의 남자’ 공길로 이준기 신드롬을 일으킨 게 벌써 15년 전이네요. 배우 이준기에게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오긴 했다는 생각은 많이 해요. 당연히 아쉬움도 있죠. 하지만 작은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을 이루는 것처럼 제가 열심히 살아온 순간들이 지금의 이준기라는 사람을 있게 해준 거니까요. 허투루 사는 삶이란 없다고 생각해요. 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시간들이고, 앞으로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큰 힘이 되죠. 

또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저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사랑해주시는 팬 분들이겠죠. 지치거나 힘들 때면 그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정말 큰 에너지가 되거든요. 지금까지의 저의 삶을 점수를 매긴다면 60점 이상은 되지 않을까요. 나머지는 앞으로 더 채워나가고 싶어요. 그만큼 만들어가고 도전해 나가야할 나날이 많잖아요.

사진제공 나무엑터스, ‘악의 꽃’ 인스타그램



여성동아 2020년 11월 68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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