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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인간 생로랑에서 구찌의 젠더 패션 아이콘까지 해리 스타일스 패션 연대기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3. 04. 28

지금 가장 핫한 팝 스타 해리 스타일스가 마침내 한국 팬들을 만났다. 해리 스타일스를 더 알고 싶다면 그의 옷장에서 힌트를 얻어볼 것. 그의 음악과 패션은 꼭 닮았다.

지난 3월 20일 서울 KSPO DOME(올림픽체조경기장) 에서 열린 해리 스타일스의 첫 내한 공연은 파티 그 자체였다. 티케팅에 성공한 날부터 ‘뭐 입고 갈까?’를 고민한 팬들은 한껏 꾸미고 와 함께 춤추고 노래 불렀다. BTS, 블랙핑크, 류준열 등 국내 스타들도 한데 섞여 즐겼다. 해리 스타일스는 100m 떨어진 곳에서도 보일 법한 반짝이는 구찌 의상으로 셋업 하고 곳곳을 누볐다.

올해로 데뷔 13년 차인 해리 스타일스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반짝이고 있다. 지난해 발표한 정규 3집 ‘Harry’s House’로 빌보드 ‘핫 100’ 1위를 15회 기록하고 그래미와 브릿 어워즈 등 주요 시상식을 휩쓸었다. 동시에 패션계를 사로잡으며 ‘시대의 아이콘’으로 인정받고 있다. 해리 스타일스는 기존의 성별과 보편적인 미의 기준에서 벗어나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는 젠더 플루이드 패션의 대표 주자다. 그가 보여주는 경계 없는 패션에는 아이돌 밴드에서 솔로 아티스트를 또 배우를 넘나드는 필로그래피가 그대로 녹아 있다.

패션에 있어서 해리 스타일스는 원래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여기서 ‘원래’라 함은 2011년 영국 보이 밴드 원 디렉션으로 데뷔해 꽃미남 아이돌로 이름을 날리던 시절이다. 당시 스키니진에 첼시부츠를 신은 ‘생로랑 룩’과 퇴폐미 흐르는 장발이 그의 시그니처 스타일이었다.

단순히 옷 잘 입는 셀럽 중 하나였던 해리 스타일스가 알을 깨고 나온 시기는 홀로서기 할 즈음이다. 그는 원 디렉션이 2015년 12월 공연을 마지막으로 휴식기를 갖기로 한 후 솔로 음반을 준비하면서 패션 조력자들을 만났다. 해리 스타일스의 오랜 스타일리스트인 해리 램버트와 구찌의 한 시대를 이끈 전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해리표 젠더리스 룩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그들은 2019년 미국 패션계 최대 축제인 ‘멧 갈라’에서 해리 스타일스가 시스루 블라우스에 진주 귀걸이를 한 모습으로 화제가 됐을 때도, 2020년 매거진 ‘보그’의 표지를 장식한 첫 남성 아티스트라는 패션계 역사를 기록할 때도 함께했다.

특히 해리 스타일스와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서로의 열렬한 팬이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일반적인 취향과 상식이라 볼 수 있는 기준과는 다른 방식으로 의상을 조합해내는 해리 스타일스의 능력을 지켜보면서 스타일링한다는 건 ‘다름’과 ‘힘’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깨달았다”고 극찬한 바 있다.



보는 눈이 다른 해리 스타일스에겐 디자이너의 경력도 중요하지 않다. 센트럴 세인트 마틴 재학 시절 해리 스타일스의 눈에 띄어 2018년 투어 의상을 제작한 해리스 리드, 2020년 ‘Golden’ 뮤직비디오에서 해리 스타일스에게 대학 졸업 작품을 입힌 스티븐 스토키 달리 등 해리 스타일스가 찜한 디자이너들이 요즘 패션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평소엔 사랑스럽게, 공식 석상에선 ‘슈트발’

올 2월 브릿 어워드에 참석한 해리 스타일스는 해리스 리드가 니나리치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인 슈트를 입었다(왼쪽). 화려한 패턴, 진주 목걸이, 독특한 슈즈 등 해리 스타일스식 위트를 가미한 슈트 룩의 예.

올 2월 브릿 어워드에 참석한 해리 스타일스는 해리스 리드가 니나리치 디렉터로서 처음 선보인 슈트를 입었다(왼쪽). 화려한 패턴, 진주 목걸이, 독특한 슈즈 등 해리 스타일스식 위트를 가미한 슈트 룩의 예.

패션에 경계가 없다고 해서 그가 늘 독특한 옷만 추구하는 건 아니다. 무대 위에서 제일 화려하고 무대 밖에서는 TPO에 맞춰 그때그때 다르다. 솔로 활동 초반 온갖 플라워 패턴 구찌 슈트를 입고 무대에 서던 해리 스타일스가 요즘은 월드 투어 테마인 ‘Love On Tour’에 맞춰 사랑스러워졌다. 특히 사선, 헤링본, 도트, 하트 등이 반복된 점프슈트나 셋업 의상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다소 파격적이다 보니 어색해하는 팬들도 있는데 튀게 입는 이유가 있다. 무대 위는 가수로서 가장 자유로운 곳이기 때문이다. 내한 공연에서도 “이 공연을 보는 순간만큼은 당신이 하고 싶은 걸 마음껏 해도 된다”며 분위기를 달궜다.

콘서트 외 공식 석상에서의 선택은 주로 슈트다. 해리 스타일스가 슈트를 입는 방식은 2가지다. 패턴, 광택이 나는 원단 등 슈트 자체에 힘을 주거나 반대로 슈트는 노멀하게 입되 볼드한 액세서리나 포인트 소품으로 위트를 더한다. 예를 들어 차분한 갈색이어도 2021년 브릿 어워드에서 선보인 1970년대풍 구찌 슈트는 엄청 화려하다. 기하학적인 더블브레스트 슈트를 입고 대나무 손잡이 핸드백을 들었다. 반면 2020년 브릿 어워드 레드카펫에서는 베이식한 구찌 슈트에 레이스 칼라와 진주 목걸이, 메리제인 슈즈로 이색 조합을 선보였다.

자신이 참여한 구찌 ‘하 하 하(HA HA HA)’ 컬렉션을 입고 있는 해리 스타일스. 키치한 무드의 아트워크와 강렬한 대비의 컬러 조화가 특징이다.

자신이 참여한 구찌 ‘하 하 하(HA HA HA)’ 컬렉션을 입고 있는 해리 스타일스. 키치한 무드의 아트워크와 강렬한 대비의 컬러 조화가 특징이다.

평소에는 알록달록한 니트와 청바지, 재킷, 트레이닝복 등을 주로 입는다. 선호하는 브랜드는 영혼의 짝 구찌와 함께 스니커즈 브랜드 반스, 컬러 비즈 목걸이로 유명한 엘리우, 오래된 천을 재활용하는 보디 등이다. 따뜻한 분위기의 레트로풍 스타일이 해리 스타일스 삶의 모토인 ‘Treat people with kindess(친절하게 사람들을 대하자)’와도 잘 어울린다.

한편 앞으로의 해리 스타일스 패션은 또 다르게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 해리 스타일스의 의상을 전담하다시피 한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와 이별했고, 좋아하는 젠더 플루이드 패션 디자이너 해리스 리드는 니나리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발탁됐다. 사실 무슨 브랜드의 어떤 아이템을 택하든 ‘믿고 보는’ 해리 스타일스 패션이다. 해리 스타일스는 자신의 매력을 정확히 알고 있을뿐더러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도 아는 영민한 아티스트니까.

#해리스타일스 #패션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디자인 강부경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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