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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사과가죽·커피자루 가방… 에코백에서 답 찾은 김건희 여사

김명희 기자

2023. 04. 25

김건희 여사의 패션 키워드가 ‘지속가능성’으로 모아지고 있다. 영부인의 친환경 패션에 대한 관심으로 비건 및 업사이클링 패션 브랜드도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캄보디아 방문 당시 프놈펜 스마테리아 매장을 찾아 친환경 가방을 들어보고 있는 김건희 여사.

지난해 캄보디아 방문 당시 프놈펜 스마테리아 매장을 찾아 친환경 가방을 들어보고 있는 김건희 여사.

“김건희 여사가 저희 가방을 착용한 후 두 달간 매출이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섰어요.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처한 여건이 녹록지 않은데, 여사님의 관심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패션 브랜드 할리케이 김현정 대표의 말이다. 대구에 기반을 둔 할리케이는 업사이클링 및 비건 가죽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다. 딸 셋을 키우는 김현정 대표는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를 고민하다 2018년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는 패션 회사를 설립했다. 대구 지역의 청년과 시니어 봉제 장인,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해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착한 기업이지만 매출 규모가 크지 않았던 할리케이는 지난해 11월 김건희 여사가 이 회사의 ‘비니 미니 토트백’을 착용하면서부터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 뜨겁게 화제를 모으며 기존 제품이 완판돼 예약 주문을 받는 것은 물론, 3월 21일 H몰 라이브 판매에서는 단 몇 시간 만에 3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3월 말에는 서울 신세계백화점 본점에서 팝업스토어도 열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했을 당시에는 원두 자루로 만든 할리케이의 비니 미니 토트백을 들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배우자 프로그램에 참석했을 당시에는 원두 자루로 만든 할리케이의 비니 미니 토트백을 들었다.

비니 미니 토트백은 커피자루와 한지 가죽으로 제작한 업사이클링 제품이다. 카키, 캐멀, 블랙, 레몬 옐로, 라이트 블루, 레드 총 6가지 컬러로 출시됐는데, 김 여사가 착용한 가방은 블랙 컬러로 가격은 21만9000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6위의 원두 수입국이다. 그런데 원두를 들여올 때 사용한 자루는 용도가 다하면 땅에 묻거나 소각해야 한다. 일종의 산업 쓰레기인데, 이걸로 가방을 만들면 예쁘고 가벼우며 내구성도 좋다”는 게 김현정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김건희 여사가 어떻게 할리케이 제품을 접하셨는지 모르겠다. 사전에 알았더라면 재고를 넉넉히 준비해두었을 텐데 아쉽다”며 웃었다. 아울러 “비니 미니 토트백이 유명해지면서 자사 다른 친환경 제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며 “사회 전반에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인식이 확산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과껍질로 만든 마르헨제이의 가방을 들고 있는 김건희 여사.

사과껍질로 만든 마르헨제이의 가방을 들고 있는 김건희 여사.

영부인의 패션은 단순한 스타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자신이 추구하는 이미지나 가치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재클린 여사는 젊고 우아한 재키 룩을 만들어냈으며,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의 부인 카를라 브루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프렌치 시크의 아이콘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의 포스 넘치는 명품 룩, 바이든 대통령의 올드함을 상쇄하는 질 여사의 생기 넘치는 꽃무늬 패션 등은 모두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1년간 김건희 여사가 보여준 스타일 키워드는 ‘지속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해외 순방 기간에는 반드시 국내 회사의 친환경 제품을 착용하고, 순방 일정에 되도록 업사이클링 브랜드 방문을 포함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국빈 방문을 한 김건희 여사. 메르헨제이 가방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 국빈 방문을 한 김건희 여사. 메르헨제이 가방을 들었다.

지난 3월, 1박 2일간의 일본 방문 당시 김 여사 일정에 함께했던 가방은 국내 패션 브랜드 마르헨제이의 헤이즐 백이다. 2022 S/S 시즌에 출시된 이 가방은 특이하게도 주원료가 사과 껍질이다. 주스, 잼 등을 만들고 남은 사과를 씨앗과 껍질로 분리해 파우더 형태를 완성한 다음 에코 잉크를 더해 제작한다. 가방은 루체블랙을 비롯해 4가지 컬러로 출시됐으며 가격은 37만8000원이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 4월 1일 대구 서문시장 방문, 윤석열 대통령과 4월 25일 미국 국빈 방문 때도 이 가방을 들었다.

스페인 방문 당시에는 아모레 퍼시픽 뮤지엄에서 판매하는 에코백을 들었다.

스페인 방문 당시에는 아모레 퍼시픽 뮤지엄에서 판매하는 에코백을 들었다.

마르헨제이 조대영 대표는 공학도 출신의 채식주의자다. 동물 가죽을 사용하지 않고도 고급스러운 가방을 만들기 위해 2015년 브랜드를 설립하고 사과 가죽, 선인장 가죽, 대나무 가죽 등 비건 소재와 업사이클링 나일론 소재 제품을 내놓고 있다. 마르헨제이 측은 “사과 가죽은 이탈리아 최고 원단 기업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마르헨제이가 유일하게 파트너사로 계약을 체결해 독점 수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 윤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스페인 마드리드를 방문했을 당시 김 여사는 현지 업사이클링 회사 에콜프(Ecoalf) 매장을 방문, 폐기물을 재활용해 만든 의류와 중고 타이어로 제작한 신발 등을 살펴보며 지속 가능 패션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이날 착용한 가방은 아모레퍼시픽의 ‘아카이브 와펜 에코백’. 해당 가방은 아모레퍼시픽에서 굿즈 등을 제작하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만든 것으로, 에코백 세트에 아모레퍼시픽의 1950~60년대 출시 제품 4종(ABC 포마드, ABC 허니레몬 로숀, ABC 리도 포마드, 횃숀 콜드크림) 와펜을 넣어 개성 있게 에코백을 꾸밀 수 있도록 했다.

공식 만찬 때는 로저비비에 클러치백 매치

G20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김건희 여사가 든 가방은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이다.  

G20 정상회의 환영 만찬에서 메가와티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윤석열 대통령 부부. 김건희 여사가 든 가방은 로저비비에의 클러치백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스페인 방문 당시 국내 재활용 페트병에서 추출한 원사가 들어간 블랙야크 티셔츠를 입었다. 블랙야크는 2020년 7월 국내 브랜드 가운데 처음으로 국내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패션 제품 시장화에 성공했으며, 티셔츠와 재킷 등 의류부터 가방, 모자, 신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다.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방문 시에는 수도 프놈펜 스마테리아 매장을 찾아 업사이클링 제품들을 둘러봤다. 이 회사는 폐어망 등을 활용한 가방과 액세서리 등을 제작, 판매하는 친환경 업사이클링 사업으로 여성의 경력 단절을 막고 일자리를 지원할 뿐 아니라 적극적인 보육 혜택을 제공한다.

김건희 여사가 TPO(시간·장소·상황)를 무시하고 모든 자리에 친환경 가방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외국 정상들과의 만찬 등 격식을 차려야 하는 자리에는 주로 프랑스 명품 브랜드 로저비비에의 ‘섹시 쇼크 클러치백’을 든다. 블랙 컬러 새틴 소재에 크리스털 버클 장식이 있는 제품으로, 특별한 이브닝 행사에 어울리는 우아한 디자인이라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 제품은 브랜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177만 원에 판매되고 있다.

#김건희스타일 #지속가능패션 #여성동아

사진 뉴스1 뉴시스 
사진제공 아모레퍼시픽 마르헨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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