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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윤병국 청담우리동물병원 대표 “슬개골 탈구, 가정에서 관리가 핵심”

조지윤 기자

2024. 07. 17

슬개골 탈구는 소형견 견주라면 누구나 갖는 고민거리다. 윤병국 수의사는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관심만이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지난 5월 발표한 ‘서울 펫 스마트라이프’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반려견 10마리 중 2마리(19.8%)는 몰티즈였다. 이어 푸들(14.1%), 믹스견(13.3%), 포메라니안(9.4%), 시추(5.8%) 등의 순으로 많았다. 서울 외 지역에서도 이들 소형견은 쉽게 만날 수 있다. 국내에서 가장 보편적인 주거 형태가 아파트인 만큼 방 안에서 키우기 쉬운 견종들이 인기가 높아서다. 국내 반려인 가운데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소형견 견주들의 공통적인 고민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슬개골 탈구 질환에 관한 것이다.

슬개골은 뒷다리 가운데 위치한 동그랗고 작은 뼈이다. 작지만 무시할 수는 없다. 슬개골이 불안정하면 뒷다리의 보행은 물론이고 전반적인 근육과 인대 등의 구조 정렬이 어긋나서다. 슬개골 탈구는 이 슬개골이 본래 위치(활차구 홈)에서 벗어난 질환을 말한다. 수의업계에 의하면 체중 5kg 미만 소형견의 90%가 슬개골 탈구 질환을 앓고 있다. 메리츠화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반려견 보험 지급 규모별 원인 1순위가 슬개골 탈구(약 43억9000만 원)였다.

슬개골 탈구가 발생하는 원인의 8할은 유전이라고 알려져 있다. 소형견은 체구와 관절 자체가 작기 때문에 슬개골이 놓인 활차구 홈이 얕고 좁다. 무릎에 약간의 부담만 가도 쉽게 탈구될 수 있는 이유다. 사람도 어릴 때 어깨가 빠진 경험이 있으면 성인이 돼서도 자주 빠지는 것처럼, 탈구 역시 한번 발생하면 이후 빈번하게 발생한다. 이는 추후 십자인대 파열 및 관절염으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중대형견이라고 안심할 수는 없다. 이들은 엉덩이 부근의 고관절 탈구가 유전질환으로 빈번하게 발생한다.

2002년부터 임상에 뛰어들어 슬개골 탈구 수술만 4500건 이상 진행한 윤병국 청담우리동물병원 대표 수의사는 “반려견에게 관절 건강은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관절 질환이 기본적으로 목숨에 치명적이지는 않지만, 지속적인 통증은 만성염증으로 이어진다”며 “높은 염증 수치는 면역 시스템에 치명적이며, 수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단, 슬개골 탈구가 타고나는 질환이라고 해서 보호자들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반려견의 관절 질환 여부를 파악하고, 가정에서 예방 및 개선해 갈 방법은 충분하다.

반려견 삶의 질에 지대한 영향 주는 ‘무릎’

윤병국 수의사가 슬개골 진단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윤병국 수의사가 슬개골 진단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슬개골 탈구는 결국 수술이 답인가요.
진행 기수에 따라 달라요. 1기는 수술이 필요 없는 단계고, 3기나 4기는 수술이 가장 빠른 해결책입니다. 탈구와 환납이 반복되는 2기의 경우에는 반려견의 통증 여부에 따라 수술을 결정합니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느끼지 않으면 수술을 안 해도 되지만, 다리를 들고 있는 등 아파하는 모습을 보이면 수술을 권장합니다. 슬개골 탈구 수술을 하는 이유는 결국 십자인대를 보호하고 관절염이 덜 생기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슬개골 탈구가 있으면 십자인대 파열이 올 확률이 절반입니다. 무릎 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반려견 삶의 질은 현저히 떨어지죠.

수술 후에도 다리를 절거나 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수술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해야 해요. 100% 성공하는 수술은 없기에 간혹 재탈구가 되기도 합니다. 수술이 성공적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불편해한다면 염증을 의심해야 합니다. 뼈 구조가 망가지면서 관절이나 인대 주변에 염증이 생겼을 수 있어요. 수술 이후에도 통증이 있다면 염증 치료를 2달가량 지속해야 합니다.

염증 치료는 어떤 게 있나요.
사람이 허리나 무릎이 아프면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듯이 반려견도 재활 치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염증을 줄여주는 레이저나 체외충격파, 수중 치료, 도수치료 등이 있습니다. 관절 안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도 있습니다. 이때 사람 관절염 치료에 많이 쓰는 ‘콘쥬란’ 주사와 동일한 성분인 ‘애니콘주’라는 주사가 도움이 됩니다. 관절 영양제를 챙겨 먹는 것도 좋습니다.

예방이 아닌 치료에도 영양제가 효과 있나요.
실제 글루코사민, 콘드로이틴, 초록입홍합 등의 성분들을 복용하고 통증 정도가 확연히 주는 것을 느낀 보호자들이 많습니다. 물론 영양제를 먹었다고 해서 다음 날 바로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꾸준히 복용하면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줍니다. 다만 반려견이 영양제를 먹고 토한다거나 설사를 하는 등 이상 반응을 보이면 제품을 바꿔줘야 합니다. 브랜드나 제형, 용량 등을 조절할 필요가 있어요. 영양제는 장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만큼 복용에 대한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게 중요합니다. 입이 짧은 반려견의 경우 기호성 좋은 제품으로 맞춰줘야 해요.

수술에 앞서 다이어트가 최우선

가정에서 관절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나요.
가장 우선적인 것은 바닥 미끄럼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집은 대부분 실내가 마루나 대리석이고, 많은 반려견이 실내 생활을 합니다. 발바닥 털이 조금이라도 자라면 쉽게 미끄러지는데 이는 관절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마찰을 줄 수 있는 카펫이나 아이들 놀이방 매트 등을 깔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발바닥 털을 짧게 관리해주는 것도 필수입니다.

발바닥에 런패드 붙이는 것도 도움이 되나요.
발바닥 자체에 붙이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 발바닥도 피부와 같이 하나의 조직인데 이물을 붙이면 불편할 수밖에 없어요. 피부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반려견 운동화도 크게 추천하지는 않아요. 사람 신발은 사이즈도 다양하게 나오고, 본인 발에 맞는 것을 찾아서 신습니다. 하지만 반려견 신발은 사이즈가 다양하지도 않고, 불편하더라도 반려견이 의사 표현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바닥 털을 짧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관절 질환을 개선하기 위한 보호자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인가요.
결국은 체중 조절입니다. 관절 수술 전에 살을 뺄지, 수술 후에 살을 뺄지 고민인 경우도 있는데, 우선 수술을 하고 식이요법으로 살을 빼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안 좋은 다리를 계속 쓰게 하는 것이 더 상황을 악화시키기 때문이죠. 실제로 반려견을 다이어트 시키기 위해 산책을 무리하게 하다가 관절염이 빨리 진행되는 경우도 종종 보고요. 몸무게가 10%만 줄어도 관절의 하중은 15%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진통제를 안 먹어도 될 만큼 상당히 부담이 줄어드는 겁니다. 소형견들은 5kg 내외가 많아서 500g만 몸무게가 줄어도 효과가 좋습니다. 급식량을 조절해서 살을 빨리 빼주는 것이 무릎 건강에 큰 도움이 됩니다.

반려견 다이어트를 어려워하는 보호자도 많습니다.
사실 반려견들은 보호자가 급식량을 줄이면 무조건 살이 빠집니다. 사람처럼 혼자서 밤에 야식을 먹거나 할 수 없으니까요. 안쓰러워서 혹은 예뻐서 조금씩 주는 간식도 반려견한테는 꽤 많은 양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겨우’ 과일 한 조각이라고 해도 반려견의 하루 권장 열량에서는 큰 부분을 차지해요.

반려견도 급격한 다이어트는 무리가 되나요.
그럼요. 일주일에 몸무게의 1~2% 감량하는 것이 적정 속도입니다. 급격하게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리면 스트레스 받아서 탈모가 생기거나 공복성 구토를 할 수 있어요. 불만 행위로 대소변을 아무 데나 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포만감은 높지만 열량이 적은 양배추 등으로 양을 채워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원래 잘 안 먹던 반려견이라도 급식량 자체가 줄어든 만큼 맛이 없어도 이전보다 잘 먹어요. 사람이랑 똑같아요(웃음).

산책의 목적은 운동 아닌 ‘후각’ 강화

관절 질환이 있어도 산책이 도움 되나요.
통증이 없다면 산책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반려견이 아픈지, 안 아픈지를 알기가 힘들다는 거예요. 다리를 전다거나 깽깽이걸음을 하는 것은 통증이 심각할 때 보이는 증상입니다. 내디딜 때 다리가 찌릿찌릿하다거나 어딘가 불편한, 그런 미묘한 상태를 캐치할 방법이 없죠. 심지어 심각하게 아픈 경우에도 자기도 모르게 소파에서 뛰어내리거나 흥분해서 두 발로 설 수도 있습니다. 만약 집에서 제자리 점프를 하거나 자꾸 뒷발로 선다면 보호자가 앉아서 눈높이를 맞춰주는 것이 좋아요. 또 사전에 병원에서 검진을 받아 질환 여부나 통증 정도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산책 시간을 조절할 필요가 있나요.
관절염이 있는 반려견은 오래 걷는 것이 제일 안 좋아요. 짧게 자주 걷는 것이 더 좋아서 소형견은 한 번 산책할 때 30분 이내로 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중간중간 쉬어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사람도 허리 디스크가 있으면 오래 앉아 있기보다는 중간중간 허리를 펴주고, 자세를 바꿔주는 것처럼요. 물론 탈구가 없거나 1기 수준인 반려견은 더 오래 걸어도 괜찮습니다.

직접 걷지는 못해도 ‘개모차’ 등으로 산책하는 것은 어떤가요.
매우 좋습니다. 반려견 산책 목적의 1순위가 운동은 아닙니다. 후각 자극이 가장 큰 이유죠. 반려견은 시각, 청각, 후각 중에서 후각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후각 기능이 떨어지면 사람의 치매와 비슷한 인지기능 저하가 옵니다. 걷지 못한다고 해서 집 안에만 있으면 매일 비슷한 냄새와 행동반경에만 적응이 돼서 치매 초기 증상이 빨리 나타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근육량과 운동량이 줄어도 보호자가 직접 안거나 개모차에 태워 데리고 나가야 해요. 잠시 땅에 내려놓으면 많이 걷지는 않아도 킁킁대면서 직접 냄새를 맡을 수 있고요. 반려견 두뇌 발달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산책 외에 반려견에게 도움이 되는 운동에는 어떤 게 있나요.
요즘에는 반려견들도 피트니스, 즉 재활운동을 많이 합니다. 반려견 스스로 코어근육을 자극하거나 특정 부위 근육을 강화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보호자가 반려견의 보행 자세나 기립 자세를 분석하고 정상적인 보행을 할 수 있게 도와줘야 합니다. 앞다리를 정상 가동 범위까지 뻗을 수 있는지, 허리는 꼿꼿하게 펴지는지 등을 일주일에 1~2회 정기적으로 체크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이 평소 쓰지 않는 근육을 의식적으로 스트레칭해주는 것처럼요. 반려견도 전반적인 체형을 정상적으로 돌려놓고 필요 근육을 키워줘야 관절을 더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다만 통증이 심각한 상태라면 재활운동을 하기 어려울 수는 있습니다.

가정에서도 가능한가요.
그럼요, 사람이 헬스장에서 PT를 꼬박꼬박 받는 것도 좋지만 홈 트레이닝을 하는 것도 건강에 큰 도움이 되는 것과 같죠. 보호자가 동물병원에서 재활운동을 하는 것을 보고 배워서 집에서도 직접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병원에 주기적으로 와서 실제로 개선이 되고 있는지, 어느 부위를 더 집중적으로 하면 좋을지 등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수영도 도움이 되나요.
건강한 경우에는 관계없지만 무릎이 안 좋은 반려견에게는 수영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반려견이 수영할 때 보면 뒷발을 상당히 세게 차고 불안정한 자세로 발을 많이 움직입니다. 이는 관절 질환이 있는 반려견들에겐 통증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심각하게는 무릎의 불안정성을 유발해서 십자인대 질환으로 이어지는 일도 있습니다. 다만 수영이 아니라 물에서 걷는 것은 좋은 운동입니다. 재활 치료로 수중 러닝머신 등도 많이 활용하고요.


#슬개골탈구 #반려견관절염 #여성동아

‌사진 이상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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