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EOPLE

꿈을 향해 '탈주'하는 배우 이제훈

두경아 프리랜서 기자

2024. 07. 03

주어진 운명에 순응할 것인가, 실패하더라도 세상을 깨고 나올 것인가. 배우 이제훈은 영화 ‘탈주’를 통해 자신의 한계, 그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첫사랑에 가슴앓이하는 ‘청춘의 표상’부터 악을 응징하는 ‘K-히어로’까지 다양한 얼굴을 선보여온 배우 이제훈. 그가 이번에는 목숨을 걸고 탈출하는 북한 병사를 연기한다. 7월 3일 개봉하는 영화 ‘탈주’에서다. ‘탈주’는 10년 만기 제대를 앞둔 중사 ‘규남’(이제훈)의 목숨 건 탈출기를 그린다. 규남의 탈주는 그를 추적하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으로 인해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아슬아슬하게 펼쳐진다. 쫓고 쫓기는 관계지만 마냥 삭막하지만은 않다. 둘 사이에 묘하게 흐르는 브로맨스도 있다. 그렇기에 영화의 진행과 재미에서 두 사람의 호흡, 즉 ‘티키타카’가 가장 중요한 요소다.

이제훈은 ‘탈주’ 시나리오를 받고 상대역인 현상에 대해 많은 상상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그때까지는 인연이 없었던 구교환을 떠올렸고, 2021년 제42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마주친 그에게 무작정 “꼭 같이 연기하고 싶다”며 손가락 하트를 보냈다. 그의 진심이 통했는지, 구교환 역시 이제훈의 ‘공개 고백’에 손가락 하트와 환한 미소로 화답했다. 훈훈한 현실 브로맨스에 이를 본 시청자들도 반응했다.

“시상식에서 제 사심이 가득 담긴 마음을 표현했죠. 형(구교환)은 당황스러워 하실 수 있지만, 같이 하고 싶은 열망이 너무나 컸거든요. 현장에서 하트를 보낸 걸 형이 또 하트로 화답을 해주셔서 ‘진짜 함께 작품 하면 너무 좋겠다’는 마음이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과 제작사분들께 의견을 전하기도 했고, 실제 형에게 시나리오도 보냈어요.”

절박했던 규남의 의지에 동질감

‘탈주’에서 보위부 장교 현상 역을 맡은 구교환(왼쪽)과 제대를 앞둔 중사 역을 맡은 이제훈.

‘탈주’에서 보위부 장교 현상 역을 맡은 구교환(왼쪽)과 제대를 앞둔 중사 역을 맡은 이제훈.

시나리오를 받은 구교환은 바로 출연 의사를 밝혔고, 크랭크인까지 순조롭게 이어졌다. 구교환 역시 “영화를 공부하면서 이제훈이라는 배우를 염두에 두지 않은 적이 없다”며 “시나리오까지 전달받았으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으로 ‘탈주’가 시작됐다. 이제훈이 이 영화에 대한 감정이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말 꿈만 같았어요. 함께 촬영하면서도 내내 ‘우리가 왜 이제야 만났지? 진작 만났으면 이 행복이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즐거웠습니다. 그리고 완성된 영화를 보고 ‘현상은 정말 구교환 배우 아니면 할 수 없다’는 걸 다시금 느꼈어요. 이렇게 더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캐릭터를 만들어냈어요. 고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그것조차 기쁨으로 다가왔습니다.”



행복한 캐스팅 비화와는 별개로, 북한군이 목숨 걸고 탈북하는 연기는 결코 쉬울 리 없었다. 이제훈은 촬영 내내 뛰고 구르고 싸우고 다치고를 반복했는데, 늪에 빠지거나 지뢰밭을 뚫고 뛰는 등 “세상에 존재하는 액션이라는 액션은 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절박하게 연기했어요. 규남의 탈주에는 우여곡절이 많습니다. 그럼에도 기지를 발휘하고, 다시 직진하죠. 거기서 잡히면 인생이 끝나니까요. 그런 규남처럼, 항상 벼랑 끝이라 생각하며 연기했어요. ‘정말 마지막일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으로요.”

온 마음을 다해 연기했지만 몸으로 하는 액션 장면은 그에게 도전이었다. 이제훈은 “‘다른 사람이 연기하면 잘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마음은 더 앞서는데, 체력적으로 받쳐주질 못할 때는 속상하고 괴롭기도 했다”고 말했다.

북한 병사의 귀순은 더 이상 새로울 것 없는 소재 같지만, ‘탈주’는 남북 이데올로기를 배제한 채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인간의 도전이라는 주제에 집중했다. 규남은 타인이 정해준 길을 가길 거부하고, “맘껏 실패하기 위해” 귀순을 선택한다. 그러니 이는 비단 북한 병사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탈주’ 연출을 맡은 이종필 감독은 “북한 사람들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내 이야기, 우리의 이야기로 다가갔으면 하는 연출 의도가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훈 역시 자신의 꿈을 향해 직진하는 배우라는 점에서 규남과 비슷하다.

“규남은 군 제대하고 나면 갈 길이 정해져 있는데, 그걸 원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탈주였죠. 자신의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규남의 의지에 동질감을 많이 느꼈어요. 규남은 누군가가 정해놓은 운명에 따라 살아갈 사람이 아니라, 인도해줄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 실패할지라도 나아가는 사람이에요. ‘나라면 저런 선택을 했을까’ 생각하게 됐는데, 저 역시 목숨 걸고 탈주할 것 같았습니다.”

이제훈 역시 규남처럼 도전의 길을 걸어왔다. 영화 ‘파수꾼’ ‘고지전’을 통해 괴물 신인으로 등장해, ‘건축학개론’ ‘박열’ ‘아이 캔 스피크’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해왔다. 안방극장에서는 어느덧 ‘K-히어로’ 단골 배우가 됐다. 드라마 ‘시그널’부터 ‘모범택시’ ‘수사반장 1958’까지 역할이 경찰이든 택시 기사든 결국 악의 대상을 찾아내 처단하는 역할이다. 특히 지난 5월 종영한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은 과거 시청률 70%가 넘었던 국민 드라마 ‘수사반장’ 스핀오프작이고, 그가 맡은 역할이 최불암의 청년 시절이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었다. 게다가 성적도 좋았다. ‘모범택시 2’는 최고 시청률 21%, ‘시그널’은 12.5%, ‘수사반장 1958’은 10%로 다음 시즌이 확정되거나 논의되는 중이다.

로맨스도 하고 싶은 K-히어로

“드라마는 시간, 영화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작품을 보고 싶은 게 사람들 마음이잖아요. 먼저 그런 작품들을 고민해요. 예전에는 제가 꽂혀서 그냥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젠 사람들이 재미있게 볼지를 생각하거든요. 또 재미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의미나 메시지가 느껴지면 이 작품이 생각할 거리로 남겨지면서 선택에 영향을 미치더라고요.”

그렇다고 그가 소위 ‘장르물’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여전히 로맨스 작품에도 열려 있다고 말한다. 그의 도전은 연기 외의 분야에서도 진행 중이다. 영화 제작사 ‘하드컷’을 공동 설립해 4명의 배우 겸 감독과 옴니버스 영화 ‘언프레임드’를 제작했고, 매니지먼트 회사 컴퍼니온을 설립했다. 유튜브 채널 ‘제훈씨네’를 통해서는 전국의 독립영화관과 독립영화를 소개하고 있다. 모두 영화에 직진하는 사람으로서의 도전이다. 그렇기에 선보이는 매 작품에 진심일 수밖에 없다. 영화 ‘도굴’ 이후 ‘탈주’를 통해 4년 만에 스크린에 컴백한 마음 역시 남다르다.

“오랜만에 스크린에서 인사를 드리게 돼 실감이 안 나고 꿈만 같아요. 영화를 보면서 배우라는 꿈을 키웠고, 지금도 스크린에서 제 얼굴을 볼 수 있어 너무나 좋습니다. 모든 것을 걸고 연기했는데, 이 진심이 관객에게 잘 전달됐으면 좋겠어요. 귀중한 시간과 돈을 내고 영화를 보러 오신 분께 이 작품이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이제훈 #탈주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