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두아르 마네의 ‘놀란 님프’(1861), 아르헨티나 국립미술관.
1970년대 중반 두산 계열의 동양맥주는, 와인으로 유명한 독일 가이젠하임(Geisenheim)대학에 직원을 파견해 1년간 배우게 하고 현지에서 리슬링(Riesling) 묘목을 가져와 국내 재배에 성공했다. 드디어 1977년 6월 마주앙이 세상에 나왔다. 1978년 미국 ‘워싱턴포스트’지는 마주앙을 ‘신비의 술’이라고 소개했고, 시판과 동시에 현재까지 로마교황청 승인 아래 한국 천주교 공식 미사주로 사용되고 있다. 1987년에 출시된 ‘마주앙 모젤’은 독일 와이너리와 협업하여 OE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모젤은 독일 와인 산지인 모젤자르루버(Mosel-Saar-Ruwer)의 줄임말로, 이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을 모젤이라고 총칭한다. 모젤강 지류에서 재배된 리슬링이 모젤 와인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
‘SMW 리슬링 리저브 젝트 2012년’은 리슬링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와인이다. 젝트는 독일어로 스파클링와인을 의미한다. 이 와인의 라벨에는 포도 화관을 머리에 쓴 한 여성이 그러져 있다. 탐스러운 화관을 쓰고 마치 흘러내리는 듯 우아하게 주름진 천으로 몸을 감싼 여성은 님프(Nymph)를 떠올리게 한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님프는 정령 또는 여신으로 불리는데, 보통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묘사된다. 그리스인들은 산과 들, 강과 호수 등 자연을 인격화하여 님프라는 존재를 만들어냈다.
프랑수아 부셰의 ‘판과 시링크스’(1759), 런던 내셔널갤러리.
판과 님프를 주인공으로 한 이 작품에서 반인반수의 모습을 한 판은 포도를 먹고 피리를 연주하며 여유롭게 여름날의 오후를 보낸다. 이때 7명의 님프가 목욕을 하러 연못에 등장하고, 판은 님프를 보기 위해 언덕에서 내려온다. 님프들은 스카프를 벗다가 갑작스러운 판의 등장에 놀라 허겁지겁 자리를 뜬다. 그러다 한 님프가 두고 온 스카프를 되찾기 위해 연못으로 돌아오고, 판에게 붙들려 춤을 추게 된다. 님프에게 반한 판이 팔을 잡자 겁에 질린 님프는 달아나버렸고, 판은 떨어진 스카프를 주워 껴안고 그 위에 엎드려 사랑의 마음을 분출한다.
발레 ‘목신의 오후’는 발레의 전통을 벗어난 부조적 평면의 움직임으로 신체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넣으려 한 독특한 시도였다. 하지만 이런 시도에도 판이 욕구를 감추지 못하고 드러내고야 마는 극적인 장면을 넣어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님프는 미술 작품에도 많이 등장하는데, 런던 내셔널갤러리의 ‘판과 시링크스’(1759)는 판이 님프 시링크스를 잡으려고 갈대가 몸에 감기는 것도 모른 채 거침없이 달리는 모습이 드라마틱하게 표현돼 있다.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의 청동 조각 ‘판이 시링크스를 잡다’ 역시 잡고 잡히는 순간을 역동적으로 담아냈다.
제랄드 혼트레이트의 ‘사티로스와 님프’(1623), 암스테르담 국립미술관.
님프는 원치 않는 사랑을 단호하게 거절하고 달아나지만 사티로스에게는 그저 도망갈수록 쫓고 싶은 존재처럼 여겨졌다. 매혹적인 님프가 연상되는 SMW 리슬링 리저브 젝트 2012년의 라벨은 이 와인을 더욱 쫓고 싶게 만든다. 마치 님프가 머물렀던 신비로운 연못의 맑은 물처럼 묘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와인 #SMW리슬링리저브젝트2012년 #여성동아
사진제공 이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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