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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꽃, 언제 구매하시나요?

이동민 강릉원주대학교 교수

2023. 09. 19

“나는 졸업하고 반면, 집에서 살림을 배우며 요리 학원과 꽃꽂이 학원과 차밍스쿨을 순례 중이었고 그는 일류 기업에 취직해서 수습 기간을 끝낸 시기였으니 피차 적령기였다.”

우리나라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고(姑) 박완서 작가의 소설 ‘아름다운 나의 이웃’ 중 한 문장이다. 이때만 해도 꽃꽂이는 주부들의 취미 생활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점차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비율이 높아지고 집 안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자연스럽게 꽃꽂이는 사라져갔다. 꽃을 즐기고 향유하는 문화가 사라진 것이다. 덩달아 꽃은 실용적이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며 졸업식, 생일, 승진 등 타인의 이벤트를 축하하기 위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

국내 꽃 산업이 더 활짝 피지 못한 이유는 꽃이라는 품목이 타인을 축하하기 위한 한정된 상황에서만 주로 사용되는 데 있었다. 이러다 보니 국내 화훼 소비시장은 2016년 시작된 청탁금지법과 코로나19의 주된 타깃이 되었다. 꽃으로 타인을 축하할 수 있는 상황 자체가 축소되거나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19를 겪으며 꽃 소비에 변화가 일고 있다. 2005년 이후 1인당 화훼 소비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21년 기준 소폭 상승세를 보인 것. 이는 코로나19 이후 가공 및 신선식품, 생활용품, 가구, 컴퓨터 및 주변기기 등 ‘집 안’이라는 공간에서 소비할 수 있는 카테고리의 소비가 급격하게 성장한 것과 맥을 같이한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며, 즉 기존과는 다른 상황에서의 꽃 소비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떠한 변화들이 있는 걸까?

일상 속에 스며들다 ‘꽃 정기 구독 서비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농부의 꽃’ 상품들.

마켓컬리에서 판매하는 ‘농부의 꽃’ 상품들.

코로나19 이전부터 꽃을 일상적으로 향유하고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곳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14년 론칭한 꾸까(KUKKA)를 필두로 한 큐레이션형 구독(subscription) 모델을 통해서다.

구독 서비스는 제품이나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하여 소비자가 일정한 금액을 정기적으로 지불하는 비즈니스모델이다. 크게 보급, 접근, 큐레이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매킨지·2018). 보급(replenishment) 유형은 비슷한 혹은 같은 제품을 정해진 날짜에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것으로 생수, 휴지 등 일상적으로 쓰이는 제품군에 사용되는 구독 서비스이다. 접근(access) 유형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회원들에게만 제공되는 특별한 상품, 가격, 서비스 등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주로 온라인 플랫폼의 음악, 영화 등의 콘텐츠 사업에서 접근형 구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큐레이션(curation) 유형은 전문가가 제품을 엄선하여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형태다. 주로 화장품, 의류, 식품 등에 사용되는 방법이다. 꾸까 등의 기업이 바로 이 큐레이션형 구독 서비스를 통해 꽃을 정기적으로 소비자의 일상 속에 스며들게 하고 있다.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를 틍해 
꽃을 정기 서비스하는 꾸까의 캐치프레이즈.

큐레이션 구독 서비스를 틍해 꽃을 정기 서비스하는 꾸까의 캐치프레이즈.

꾸까의 대표 캐치프레이즈는 “NO REASON FOR FLOWERS(꽃에게는 이유가 없어요)”로 특별한 이유 없이 일상적으로 꽃을 구매하고 즐기는 문화를 만드는 데 목표가 있다. 소비자는 배송받을 꽃의 크기(S·M·L)와 정기배송 기간(2주·4주)을 선택해 전문 플로리스트가 구성한 꽃다발을 받을 수 있다. 꾸까 출범 이후 어니스트플라워 등 큐레이션형 구독 서비스를 표방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지역 내 꽃집에서도 정기 구독 서비스를 펼치는 곳이 늘어났다.

장바구니 속에 꽃을 넣다 ‘새벽배송 서비스’

한 단계 더 나아가 소비자의 일상 속으로 비집고 들어간 비즈니스모델 형태도 존재한다. 바로 마켓컬리나 쿠팡 같은 새벽배송 플랫폼에서 꽃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켓컬리의 경우 2022년 초부터 ‘농부의 꽃’ 브랜드로 화훼농가들이 수확한 다양한 종류의 꽃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일상적인 소비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여러 품목과 함께 하나의 장바구니에 담는다는 점이 포인트다. 같은 장바구니에 넣는다는 행위를 통해 더욱더 일상적인 소비라는 점이 부각된다.

마켓컬리는 소비자들이 꽃을 일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판매하는 제품의 형태를 다르게 했다. 타인의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해 구매한 꽃은 선물 받는 그 시점에 가장 풍성하고 아름다워야 한다. 이에 적절하게 핀 여러 종류의 꽃을 믹스하여 아름다운 꽃다발 혹은 꽃바구니 형태로 만든다. 하지만 본인이 일상에서 즐기기 위한 목적이라면? 보다 더 길게 소비할 수 있는가에 큰 방점을 두어야 한다. 따라서 장바구니에 함께 넣어도 부담스럽지 않도록 1만~2만 원대, 한 종류 꽃으로 구성한다. 또한 소비자들이 더 오래 즐길 수 있도록 튤립이나 백합의 경우 덜 핀 꽃봉오리 형태로 소비자에게 보낸다. 화훼농가에서 수확한 꽃을 그 자리에서 포장하기 때문에 가능한 부분이다. 꽃다발 속 적당하게 몽오리 진 튤립이나 해사하게 핀 백합을 생각한다면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으로 도착한 튤립이나 백합은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봉오리가 피기 시작할 때부터 더 길게 꽃의 모습과 향을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이 소비자에게 주어진다.

꽃 정기 구독 서비스와 새벽배송 장바구니 속의 꽃. 두 형태 모두 타인을 위한 특별한 꽃에서 나를 위한 일상적인 꽃 소비를 촉진하는 비즈니스모델임에 틀림없다. 소비문화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루하루 켜켜이 쌓이는 선택과 습관이 앞으로의 우리네 꽃 소비문화를 더 다채롭게 할 것으로 기대한다.

#꽃선물 #꽃정기구독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꾸까 마켓컬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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