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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who wear what

튀지 않는 절제된 멋스러움, 구광모 LG대표

김명희 기자

2022. 07. 25

구광모 대표의 세련된 슈트 룩, 무채색의 젊고 감각적인 캐주얼 룩은 LG가 추구하는 그룹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있다. 

구광모(44) LG그룹 대표는 6월 28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를 찾아 차세대 배터리 소재, 탄소저감 기술 등 그룹 미래성장동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평일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슈트 대신 흰색 이너 웨어에 회색 카디건, 검정색 면바지, 흰색 스니커즈를 매치한 캐주얼한 차림의 구 대표는 제품을 직접 만져보기도 하고 무릎을 접고 앉아 설명을 듣기도 했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점은 이날 구 대표의 의상이 지난해 9월 경기 평택 LG전자 HE연구소 방문 때와 동일한 스타일이었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검정색 카디건에 검정색 셔츠, 회색 바지를 입었다. 특히 이번에 입은 회색 카디건과 지난해의 검정색 카디건은 밑단 배색 디테일과 스트링 장식으로 보건대, 같은 스타일에 컬러만 다른 제품으로 추정된다.

동일한 스타일에 컬러만 다른 카디건을 착용한 구광모 대표.

동일한 스타일에 컬러만 다른 카디건을 착용한 구광모 대표.

이런 구광모 대표의 스타일은 신제품 프레젠테이션 때마다 항상 검정색 터틀넥 셔츠에 청바지, 회색 운동화를 착용했던 애플 창업주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게 한다. 자신보다는 제품이나 행사의 본질에 스포트라이트가 쏠리도록 하려는 의도와 아울러,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통해 구성원과 고객들에게 신뢰를 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구광모 대표는 5대 기업(삼성·SK·현대차·LG·롯데, 2022년 공정위가 발표한 자산 총액 기준) 총수 가운데 가장 젊을 뿐 아니라 유일한 40대이기도 하다.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는 2004년 큰아버지인 구본무 회장의 양자로 입적됐다. LG家는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하고 있는데, 구본무 회장이 사고로 외아들을 잃자 경영 승계를 위해 구 대표를 입적한 것이다. 미국 로체스터 공대에서 유학한 구 대표는 2006년 LG전자 재경 부문 대리로 입사해 여러 부서를 돌며 실무를 익히다가 2018년 구본무 회장 타계 후 그룹 경영을 이어받았다.

구광모 대표가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구광모 대표가 디자인경영센터를 방문해 출시 예정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지인들에 따르면 구광모 대표는 조용하면서도 꼼꼼한 성격으로, 패션 스타일에서도 이런 면모가 드러난다. 구 대표의 옷차림을 살펴보면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우선 TPO(time, place, occasion)에 맞는, 철저하게 계산된 스타일을 구사한다. 공식적인 행사나 회의에서는 단정한 슈트를, 현장 방문 때는 캐주얼 룩을 입되 컬러는 흰색과 검정색, 회색, 감색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절대 브랜드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상은 물론 벨트, 스니커즈조차도 특정 브랜드 로고가 표시된 제품은 착용한 적이 없다.

남성들이 슈트를 입었을 때 얼굴 다음으로 시선이 머무는 곳이 V존(셔츠와 타이가 보이는 V 자 형태의 구역)이다. 재킷 라펠의 모양, 와이셔츠 칼라의 생김새, 넥타이 매듭 모습 등에 따라 인상이 많이 달라 보이기 때문에 옷 잘 입는 남성들이 특히 신경 쓰는 부분인데, 구광모 대표는 항상 와이드 스프레드 칼라의 와이셔츠를 선택한다. 스탠더드 칼라보다 각도가 넓은 와이드 스프레드 스타일은 사랑 때문에 왕위를 버린 영국 왕실의 풍운아이자, 체크 슈트와 더블브레스트 슈트 등을 유행시킨 ‘20세기 남성 패션의 아이콘’ 윈저 공이 즐겨 입었다. 때문에 ‘윈저 칼라’로도 불리는데, 젊고 세련된 느낌을 주며 긴 얼굴형을 커버하기에도 좋다.



단순, 조화, 절제 추구하는 LG 시그니처 디자인 철학과 닮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LG 올레드TV 활용한 미디어아트전.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린 LG 올레드TV 활용한 미디어아트전.

튀지 않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는 구광모 대표의 절제된 스타일은 제품의 본질적인 목적에 충실한, 심플함과 우아함을 추구하는 ‘LG 시그니처’의 디자인 콘셉트와 닮은 부분이 있다. LG 시그니처는 고(故) 구본무 회장이 추진한 디자인 강화 전략의 일환으로 2016년 론칭한 LG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브랜드. 제품의 본질적인 목적과 직관적인 사용성을 중시하며, 미학적으로는 단순, 조화, 절제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LG의 기술력에 세련된 디자인까지 탑재한 시그니처 브랜드의 선전 등에 힘입어 LG전자 생활 가전은 2021년 매출 27조원을 기록, 이 부문 ‘전통의 강자’로 꼽히는 미국 월풀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1위로 올라섰다. 구본무 회장이 뿌린 씨앗이 구광모 대표 대에 이르러 결실을 맺은 것이다.

LG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가전과 예술의 접점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관인 영국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LG 올레드TV를 활용한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이어 올해 6월에는 구겐하임 미술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신예 아티스트들이 올레드TV를 활용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약속했다. 2027년까지 계속되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미국 뉴욕, 스페인 빌바오, 이탈리아 베니스 등 전 세계 구겐하임 미술관의 티켓과 브로슈어, 홈페이지 등에 LG 브랜드가 노출된다.

10월 오픈하는 ‘LG아트센터 서울’(사진 배지훈).

10월 오픈하는 ‘LG아트센터 서울’(사진 배지훈).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올 10월 서울 마곡에 개관하는 ‘LG아트센터 서울’ 역시 주변을 둘러싼 서울식물원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절제된 조형미로 주목받고 있다. 1300여 명 규모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 극장의 이름은 ‘LG 시그니처 홀’이다. “LG아트센터 서울의 메인 극장이 LG 시그니처가 지향하는 이미지와 가치를 담고 있다고 판단해 LG전자에서 네이밍 스폰서로 참여했다”는 것이 LG아트센터 측의 설명이다.
구광모 대표는 화려한 스타일로 주목받는 전형적인 패션 셀럽은 아니지만, 기업이 추구하는 이미지를 일관된 비주얼로 성실하게 구현한다는 점에선 탁월한 패셔니스타라 할 수 있다.

#LG구광모 #CEO스타일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제공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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