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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투자 BTC, ETH가 여전히 대세인 이유

글 함지현 코인데스크 코리아 기자

2022. 05. 07

지난 8년간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소에 신규 등록한 암호화폐는 8950개, 이 중 40%가 사라졌다.암호화폐 투자도 이제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수많은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여전히 투자 대세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아봤다.

2009년 비트코인(BTC), 2015년 이더리움(ETH) 탄생 후 새로운 가상자산이 매일같이 등장하고 있다. 그중 에이다·루나·솔라나 등 5년 넘게 생존한 나름 ‘장수 코인’들이 시가총액 10위권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대체불가토큰(NFT)이나 플레이 투 언(P2E·이용자가 게임을 통해 획득한 아이템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개념) 관련 가상자산들은 일주일 만에 30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하기도 한다.

매력적인 선택지가 많아지면서 국내 투자자들은 점점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을 등한시하고 있다. 2월 28일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가상자산 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거래소의 거래량 중 비트코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39.2%였으나, 국내 거래소에서는 비트코인 비중이 단 13.6%에 그쳤다. 마찬가지로 이더리움도 글로벌 거래소 비중(19.6%)보다 국내 거래소 비중(12.4%)이 낮다.

비트코인, 안전자산에서 결제수단으로 확장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2’ 콘퍼런스에서 잭 맬러스 스트라이크 CEO가 발언하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2’ 콘퍼런스에서 잭 맬러스 스트라이크 CEO가 발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시가총액 1, 2위의 아성을 계속 지킬 것으로 점쳐진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기존 금융권에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녹아들고 있어서다. 주로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매입하고 있으며, 자산관리사들 중 상당수가 비트코인 선물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경험을 갖고 있다.

비트코인이 기존 한계인 느린 거래 처리 속도에 대한 돌파구를 찾은 점도 밝은 전망에 한몫한다. 앞으로 비트코인이 새로운 결제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정부에 보낸 가상자산 기부금 중 대다수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는 점도 미래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4월 6일(현지 시간)부터 나흘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2’ 콘퍼런스 중 깜짝 발표가 있었다. 바로 모바일 결제 업체 ‘스트라이크(Strike)’가 글로벌 이커머스 업체 ‘쇼피파이(Shopify)’, 포스(POS)기 공급업체 ‘NCR’과 협력 관계를 맺은 것이다. 스트라이크는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에 관련 기술을 지원한 업체로, 이번 발표는 비트코인 결제의 확산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사용하는 데 있어 가장 큰 한계로 지적된 것은 느린 거래 처리 속도였다. 비트코인은 초당 7건의 거래(7TPS)를 처리할 수 있다. 비자카드가 5000TPS(초당 5000건의 거래가 가능한 속도)인 점을 고려하면 비트코인 거래 속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하지만 2016년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등장한 이후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보조 블록체인이다. 비트코인은 소액 거래일지라도 그 거래 과정과 결괏값을 모두 블록체인 장부에 적어놓기에 속도가 느리다. 라이트닝 네트워크는 비트코인 거래 내역 중 일부를 별도 서버에서 처리하고 그 결괏값만 비트코인 블록체인상의 장부에 기록한다. 네트워크가 처리해야 하는 작업을 줄여 속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그동안 ‘디지털 금’이라고 불리며 가치 저장 수단으로만 여겨지던 비트코인은 결제수단으로 그 쓰임새를 넓힐 것이다. 스트라이크는 라이트닝 네트워크를 활용해 비트코인 결제 플랫폼을 제공하는 업체로, 앞으로 쇼피파이에 비트코인 결제를 정착시키고 NCR과 협업해 비트코인 POS기를 배포할 것으로 전망된다. 맥도날드에서 비트코인으로 햄버거를 사 먹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기죽은 이더리움 킬러들

3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3월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빗썸 라이브센터 현황판에 비트코인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2세대 가상자산 이더리움의 거래 처리 속도는 최대 20TPS다. 지난해 솔라나(SOL), 클레이튼(KLAY) 등은 빠른 속도를 앞세우며 ‘이더리움 킬러’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솔라나는 6만5000TPS, 클레이튼은 4000TPS의 속도를 자랑한다. 그러나 솔라나는 지난해 9월 네트워크가 18시간 마비돼 안정성 문제가 제기됐다. 클레이튼은 네트워크 참여자가 한국에 집중돼 있어 블록체인이 추구하는 ‘탈중앙화’ 정신에 위배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탈중앙화는 소수가 가진 의사결정 권리를 다수에게 분산시키는 것을 말한다. 그만큼 다양한 주체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업체 전문가는 “이더리움의 창시자인 비탈릭 부테린이 이더리움의 속도를 15~20TPS로 설정한 것은 비교적 컴퓨터 성능이 낮은 국가의 네트워크 참여자가 반대편 국가의 참여자로 이더리움을 보내더라도 네트워크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탈중앙화의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에도 이더리움을 위협하는 이오스(EOS)가 등장했다. ‘이더리움 킬러’를 표방하는 이오스는 한때 암호화폐 시가총액 5위권 안에 들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오스는 2018년 6월 대규모 해킹을 당한 이후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었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이오스는 시가총액 51위로 밀려났으며, 가격도 전 고점(2018년 4월, 21.54달러)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이처럼 경쟁 상대들이 이더리움을 추월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더리움은 올해 6월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이더리움 2.0 업데이트의 첫 단계인 ‘병합(the merge)’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보다 안전하고 효율성이 높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로 거듭날 전망이다.

금융권도 ‘비트’ ‘이더’에 주목

3월 나스닥(Nasdaq)이 미국 자산관리사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72%가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나온다면 가상자산에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비트코인 자체가 아닌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상장된 비트코인 선물의 가격을 추종하는 ‘비트코인 선물 ETF’에 투자한 자산관리사도 응답자 중 절반에 달했다. 해외 금융권은 이미 가상자산을 주식, 채권 같은 자산군으로 보고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중심으로 파생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CME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기반 선물 및 옵션을 먼저 출시했다. 금융권이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 이더리움까지는 어느 정도 안정성을 담보한 자산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법인이 비트코인을 담보로 대출받은 사례도 있다. 미국 소프트웨어 회사 마이크로스트레티지(MicroStrategy)는 지난달 실버게이트 은행에 비트코인을 맡기고 2억500만 달러(약 2500억원)를 빌렸다. 실버게이트 은행은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금융권의 행보를 살펴보면 현재까지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 가장 안전한 투자처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기술적 진보가 있을지 모른다는 측면에서 결국 어디에 투자할지는 여전히 개인 판단의 몫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암호화폐 #여성동아

사진 뉴스1 
사진출처 ‘비트코인 2022’ 콘퍼런스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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