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핫플을 이끄는 야심만만 외식 사업가
(왼쪽부터) 너츠버거, 쏘심플, 짠짠
재패니즈 이탤리언 음식과 내추럴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쏘심플
기존 매장을 정리하고 2021년 6월부터 차례로 론칭한 세 개의 브랜드 역시 하나같이 컨셉추얼하다. 피너츠 버터가 들어간 치즈버거가 대표 메뉴인 ‘넛츠버거’는 번 테스팅에만 7개월이 소요됐을 정도로 공을 들인 아메리칸 스타일의 버거 전문점이다. 폭신폭신한 식감의 포테이토 번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며 내슈빌 치킨과 함께 먹으면 진한 미국 맛을 느낄 수 있다. 같은 건물 지하에는 재패니즈 이탤리언 음식과 내추럴 와인을 경험할 수 있는 ‘쏘심플’이 자리한다. “일식 터치가 가미된 이탤리언 음식은 달아래 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장르예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본 식당인 메제바바나 구치테의 디시는 겉으로 보기에는 매우 심플하지만 맛에서는 엄청난 내공이 느껴지거든요. 브랜드에 대한 기획은 이미 끝난 상태였고 키친을 맡아줄 적임자를 찾지 못해 미루고 있었는데 이번에 제대로 소원 풀이를 한 거죠.” 쏘심플은 국내에서 재패니즈 이탤리언 퀴진의 대표 격인 알라프리마 출신의 김재훈 셰프가 이끌고 있다. 기존 달아래, 면 자리를 재단장한 막걸리 포차 짠짠은 LA의 한인타운, 런던의 소호, 밴쿠버의 번화가에서 한식을 소개하면 어떤 모습일까를 상상하며 만든 공간이다. “가게 이름도 외국인들이 발음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서 짠짠으로 지었어요. 인테리어부터 각종 기물, 메뉴 디자인까지 외국 현지에 있는 한국 스타일의 포차를 상상하며 만든 공간이에요.”
매일 먹는 끼니에 진심인 편
아메리칸 스타일의 버거 전문점 너츠버거
막걸리 포차 짠짠
누구의 방해 없이 혼자 음식을 즐기는 사람을 고독한 미식가라고 한다면 박용인은 전혀 고독하지 않은 미식가다. 그의 주변엔 맛있는 음식뿐만 아니라 푸디들로 넘쳐나기 때문. “좋은 음식은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먹었을 때 맛이 배가되는 것 같아요. 음식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고 맛집 찾아다니는 것을 즐기는 지인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이에요.” 늘 맛을 아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는 그는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파트너와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선호한다. 최근에 오픈한 짠짠과 쏘심플은 푸드 인플루언서 송슐랭가이드(@songchelin_guide)와 의기투합해 만든 곳들이다. 푸디로서 좋은 음식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픈 그의 열정은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람들을 모아 맛집을 방문하는 ‘#용슐랭투어’를 기획하기에 이르렀다. 지인들을 대상으로 한 용슐랭투어는 큰 호응을 얻었으나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미뤄지다 올해 말부터 다시 재개할 예정이다. 대상도 일반 구독자로 확대하고 사전 고지 없이 ‘벙개’ 형식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편견 없이, 모든 음식을 사랑하는 인싸 푸디
먹는 것에 진심인 그의 미각을 형성하는 데는 어린 시절 젓갈 장사를 했던 외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귀한 젓갈이 냉장고에 항상 가득했어요. 명란젓을 밥에 넣어 비벼 먹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찜으로 만들기도 했고요. 성인이 돼서 명란 파스타 먹어보고 우리나라 명란으로 이 정도 맛을 내는데 굳이 이탈리아 어란을 써야 하나 생각했던 적도 있어요.” 그는 미각에 예민한 만큼 요리 실력도 수준급이다. “음식점 차리기 전부터 원래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했어요. 또 주변에 워낙 요리 잘하는 분들이 많으니까 어깨너머로 배웠고요.” 이탤리언 레스토랑 창업을 준비할 즈음에는 순수하게 파스타 먹으려고 이탈리아를 방문한 적도 있다. “정통 생면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비행기 타고 날아간 거죠. 정통 이탈리아 파스타 맛도 모르면서 어떻게 이탤리언 레스토랑을 할 수 있을까 싶었거든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차곡차곡 내공을 다진 박용인의 폭넓은 미식 스펙트럼은 레스토랑의 메뉴를 짤 때 진가를 발휘했다. “기본적인 메뉴는 제가 다 기획하고 셰프와 의논해서 디벨롭시키는 식으로 최종 메뉴가 결정돼요. 예외적으로 넛츠버거의 메뉴는 모두 제가 만든 것들이고요.”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는 박용인은 이번 겨울 성수동에 네 번째 매장을 선보일 예정이다. 버터를 주제로 한 카페로, 음료와 베이커리뿐만 아니라 자체 생산한 다양한 플레이버의 버터를 판매할 계획이다. 그의 최종 목표는 독보적 콘셉트의 외식 그룹을 만드는 것. “재미있는 캐릭터의 먹거리 브랜드들로 가득 찬 외식 그룹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그걸 실험하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푹 빠져서 하는 것, 열심히 하는 것은 누구에게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말하는 그. 미식이란 단어는 여전히 어렵지만 좋아하는 음식 찾아 먹는 것이 행복하다며 남들이 뭐라 해도 자신의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그. 보컬로서 박용인의 눈빛이 부드럽고 애절하다면 외식 사업가와 푸디로서 그의 눈빛은 강렬하다 못해 반짝반짝 빛이 난다.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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