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체조 국가대표 시몬 바일스(오른쪽) 선수는 키가 커 보이는 레오타드 형태의 선수복을 선호한다.
독일 체조선수들이 유니타드 경기복을 입은 이유
도쿄올림픽에서 레깅스 타입의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독일 체조대표팀. 선수들은 유니폼의 선택의 폭이 넓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 체조대표팀이 새로운 유니폼을 선택한 이유는 크게 2가지. 첫 번째는 경기력 향상을 위해서고, 두 번째는 선수들이 성적 대상화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고 알려졌다. 독일 대표팀이 유니폼에 변화를 꾀한 것은 지난 4월 유럽 체조선수권대회부터였다. 사라 보시 선수는 당시 B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어릴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생리를 시작하고 사춘기에 이르면서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레오타드(Leotard)를 입는 것이 불편했다. 어린 선수들이 우리 의상을 보고 용기를 내서 (편안한 의상을) 입길 바란다”고 밝혔다. 독일체조연맹은 “(유니타드는) 스포츠계 성차별에 대항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히며 선수들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체조선수들은 그간 동작 수행 여부를 잘 드러내기 위해 레오타드 형태의 유니폼을 입어 왔는데, 노출이 많은 탓에 선수들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 데 일조한다는 평을 얻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2018년 불거진 미국 전 체조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의 상습 성폭행 사건이다. 그는 30여 년간 선수 1백50여 명을 상습적으로 성폭행·성추행해온 것으로 밝혀졌으며 심지어 미국의 체조 간판스타로 2016년 리우 올림픽 4관왕의 업적을 이룬 시몬 바일스 역시 래리 나사르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털어놔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경악에 빠트렸다. 유니타드를 선택한 독일 체조대표팀 선수들도 성적 대상화로 인해 만들어진 잘못된 인식이 결과적으로는 래리 나사르의 성범죄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폼과 경기력, 상업성의 함수관계
도쿄 올림픽에서 세계배드민턴연맹은 복장을 자유화했고 소라야 아가에이 이란 선수는 히잡을 쓰고 경기를 뛰었다.
노르웨이핸드볼연맹 코레 게이르 리노 회장은 “가장 중요한 점은 선수들이 편안한 의상을 입는 것”이라고 말하며 연맹에서 벌금을 대신 낼 것이라고 밝혔고, 노르웨이 문화체육부 아비드 라자 장관 역시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남성 우월주의적이고 보수적인 국제 스포츠계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2021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빌보드 아이콘 상을 수상한 팝 스타 핑크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성차별적인 유니폼 규정에 항의하는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팀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유럽핸드볼연맹은 성차별에 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내가 노르웨이 비치핸드볼팀을 대신해 벌금을 내겠다. (바지 유니폼 착용을) 계속 이어가라”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며 21만 건의 ‘좋아요’를 받았다.
비키니 수영복 형태의 유니폼을 입은 노르웨이 비치핸드볼 선수들(위). 지난 7월 대회에서는 반바지 형태의 수영복으로 바꿔 입었다.
이 문제의 해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른다. 독일 체조대표팀 엘리자베스 자이츠는 도쿄 올림픽 연습경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무엇을 입을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어떤 유니폼을 선택할지는 우리가 어떻게 느끼고, 무엇을 원하는지에 따라 매일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체조 국가대표 시몬 바일스 역시 이에 동의한다. 4피트 8인치(약 142cm)의 단신으로, 다리가 길어 보이고 키가 커 보이기 때문에 레오타드 타입 유니폼을 선호한다고 밝힌 그녀는 “원하는 대로, 편안한 옷을 입기로 한 (독일 체조대표팀의) 결정에 동의한다. 유니타드든 레오타드든 선수 본인의 선택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은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앞두고 배드민턴 인기를 높이기 위해 여자 선수들에게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가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선수들의 복장을 자유화했다. 그 결과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원피스, 치마바지 등 다양한 형태의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등장했고, 이란과 인도 등 이슬람권의 선수들은 히잡에 레깅스를 입고 경기에 출전하기도 했다. 영국 대표 커스티 길모어 선수는 “우리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에 부담을 느끼지 않게 돼 행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진제공 소라야 시몬바일스 파울린 시퍼 인스타그램 노르웨이 비치핸드볼팀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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