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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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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가 며느리 말고, 있는 그대로의 최정윤

글 최은초롱 기자 정혜연 기자

2021. 04. 30

배우는 연기를 할 때 가장 빛난다. 결혼 후 육아로 공백기를 가졌던 배우 최정윤이 6년 만에 아침드라마 ‘아모르 파티’ 여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슬립 드레스 언톨드레이블.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슬립 드레스 언톨드레이블.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똑 부러질 것 같은 세련된 외모에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매력적인 배우 최정윤(44). 미니시리즈부터 일일드라마까지 다양한 얼굴을 선보이며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온 그녀가 4월 12일 첫 방송한 SBS 아침드라마 ‘아모르 파티’의 여주인공 도연희 역으로 복귀했다. 그녀는 드라마 ‘청담동 스캔들’ 이후 6년이라는 공백기가 무색할 정도로 역할에 깊이 몰입한 덕에 호평을 받고 있다.

연기를 쉬는 동안 최정윤은 예능 프로그램에 간간이 얼굴을 드러내며 소식을 알렸다. 지난해 JTBC ‘가장 보통의 가족’에서 독박 육아를 감내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근황을 전했고, 올해 3월에는 MBC ‘복면가왕’에 깜짝 등장해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1년째 공부 중이라는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육아와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는 와중에도 그녀는 “다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다.

공백기를 가지기 전까지 최정윤은 워커홀릭이라 불릴 정도로 쉬지 않고 활동해왔다. 1996년 광고 모델로 데뷔하고, 이듬해 SBS 드라마 ‘아름다운 그녀’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했다. 그해 영화 ‘아버지’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아버지(박근형)의 딸 역할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드라마 ‘미스터 Q’ ‘사랑은 아무도 못말려’ ‘오작교 형제들’ ‘청담동 스캔들’,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영화 ‘폰’ ‘분신사바’ ‘라디오 스타’ 등 20여 년간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 배우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렇다고 연기만 고집한 건 아니다. 종종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끼를 발산해왔다. 2008년에는 SBS 예능 ‘골드미스가 간다’에 고정 출연해 새침한 외모와는 달리 털털한 면모를 보여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당시 다양한 일반인 남성들과 맞선을 보며 솔로 탈출을 꿈꾸는 모습을 보였던 그녀는 프로그램 종영 후 결혼 소식을 알렸다. 상대는 박성경 이랜드 그룹 부회장의 장남이자 아이돌 그룹 이글 파이브 멤버였던 네 살 연하의 사업가 윤태준. 연예인과 국내 굴지의 기업 자제의 결혼에는 사람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재벌가 며느리가 된 후 은퇴하는 스타도 많지만 최정윤은 누구의 며느리 혹은 아내라는 타이틀에 좌우되지 않고 본업에 충실했다.

이후에도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에의 끈을 놓지 않았던 최정윤은 2017년 남편의 불미스러운 일로 활동을 잠시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육아에 몰입하며 공백기를 가지던 중 지난해 대학 동문이자 오랜 친구인 배우 하정우가 설립한 지금의 소속사와 계약을 맞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섰다. 최정윤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남편과 관련된 언급은 조심스러워했다. 자신이 어떤 말을 하든 피해를 입은 쪽에는 상처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힘들었던 시간을 딛고 이제 다시 대중 앞에 배우로 선 최정윤의 솔직한 심정을 들었다.



interview_

랩 블라우스 프랑. 이어링 골든듀.

랩 블라우스 프랑. 이어링 골든듀.

6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했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데뷔하고 나서 쉬어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결혼하는 시점에도 드라마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를 낳고 육아에 집중하느라고요. 물론 육아도 대단한 일이지만 1년 이상 쉬어본 적 없으니 나를 계속 놀리고 있다는 게 이상하고 아쉬웠어요. 그런데 제가 일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연기에 대한 절실함만 가지고 있던 찰나에 캐스팅 제의가 들어와서 참 감사했어요.

‘아모르 파티’ 여주인공 도연희는 최정윤 씨와 닮은 듯 다른 것 같아요.

그렇죠. 도연희가 약간 고구마 캐릭터인데 그렇다고 착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항상 기죽어 있는 건 아니고, 살림을 잘 해나가면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혼자 나가서 풀기도 하거든요. 전 그게 현명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려는 스타일인데 그런 부분에서 연희와 많이 닮았어요. 다른 점이라면 너무 눈치가 없는 거(웃음)? 어떻게 남편이 대놓고 바람피우고 다니는데 모르는 건지…. 그런데 그런 설정이어야 드라마가 되니까 이해해요.


니트 톱 코스. 화이트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골든듀.

니트 톱 코스. 화이트 팬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골든듀.

연기하는 걸 바랐지만 막상 쉴 틈 없는 스케줄에 힘들지 않나요.

힘들더라고요. 오랜만에 해서 그렇기도 하지만, 이제 나이가 40대 중반이니 예전이랑은 너무 달라요. 또 이제는 일 끝나고 집에 가면 육아를 해야 하니까 전 쉬는 날이 없어요. 육퇴 후 출근이에요. 정말 연기자뿐만 아니라 일하시는 엄마들은 뭘로 상을 줘야 하나 싶을 정도예요.

데뷔한 지 올해로 25년 차예요. 처음 연기 시작할 때 어떤 꿈을 꾸고 있었나요.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시작했을 때부터 원대한 꿈을 가지고 출발했던 건 아니거든요. 전 그냥 닥치면 하는 스타일이에요. 고등학교 때 우연한 기회에 광고 촬영을 했던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였고, 일이 하나씩 들어올 때도 그때그때 끌려서 한 거예요. 지금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때는 경쟁 상대도 많지 않았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일을 일로 대하지 않고 부담 없이 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드라마와 영화, 연극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연기해왔는데 기억에 남는 작품은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는 2005년 출연한 MBC 드라마 ‘태릉선수촌’이 기억에 남아요. 스포츠 드라마였지만 감정선이 정적이면서 현실적인 느낌이었거든요. 감독님뿐 아니라 제작진 모두 한 신을 가지고 지지고 볶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찍었는데 그런 현장 분위기가 너무 좋았어요. 또 기억나는 건 영화 ‘라디오 스타’예요. 물론 영화가 잘되기도 했지만 그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좋았어요. 배우들 간의 앙상블도 좋았고요. 애쓰지 않아도 잘 흘러간 현장들은 흥행에 관계없이 기억에 남더라고요.

2008년 출연한 예능 ‘골드미스가 간다’에서의 모습을 좋아하는 시청자도 많아요.

너무 재미있었고 당시 멤버들과는 지금까지도 친하게 지내요. 안 그래도 어제 ‘골드미스가 간다’ 팀에서 드라마 현장으로 커피차를 보내줘서 감사했어요. 코로나19로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그 전까지는 자주 얼굴을 봤어요. 출연 배우들끼리만 친한 게 아니라 PD, 작가들까지 다 친하거든요. 지금은 1~2년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듯 편하고 좋은 사이가 됐어요. 그때도 일을 한다는 생각 없이 친구들, 언니들이랑 놀러 다니는 것처럼 편하게 촬영했어요. 쥐어짜지 않는 예능은 좋아해요.

종영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결혼 소식을 알렸어요. 재벌가 며느리는 은퇴하는 경우도 많은데, 활동을 계속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스무 살 때부터 일하며 힘들게 지켜온 직업인데 결혼을 했다고 놓을 순 없었어요. 물론 아기를 낳으면 일보다 엄마가 되기를 선택할 수 있죠. 그런데 결혼 때문에 포기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전 제 일에 자부심이 있고, 누구보다 열심히 해왔기 때문에 내 커리어를 포기할 이유가 없었어요. 집안의 반대 같은 것도 없었고요. 그런 게 있다 해도 내 의지로 싸워서 쟁취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니트 랩 원피스 코스. 화이트 로퍼 레이첼콕스.이어 커프 윙블링.

니트 랩 원피스 코스. 화이트 로퍼 레이첼콕스.이어 커프 윙블링.

지난해 출연한 ‘가장 보통의 가족’에서 독박 육아 일상을 공개해 많은 엄마들의 공감을 얻었어요.

어떤 엄마든 마찬가지일 거예요. 나만 챙기고 살다가, 아이를 낳고 내가 아니면 안 되는 누군가를 챙겨야 하는 순간을 맞잖아요. 이전까지 부모한테 받기만 했는데 한 사람의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그런 큰 역할을 갑자기 맡게 됐으니 쉽지 않았죠. 그래서 혼자 아동심리학을 공부하기도 했어요. 아이들은 무슨 심리기에 저렇게 행동할까 궁금했거든요. 아이가 짜증 내고 울면 ‘얘가 왜 이럴까’ 궁금해하고 “왜 그러니” “왜 울어” 하고 묻기 바빴는데 참 바보 같은 질문이었어요. 결국은 다 사랑이더라고요. 그냥 꼭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면 끝나는 일이었거든요.

SNS를 통해 딸과 함께한 사진을 보면 참 행복하다, 느껴져요. 본인만의 육아관이나 철학이 있을까요.

저는 어떤 엄마들보다 부족한 엄마예요. 요즘 엄마들은 현명하고 똑똑한 분들이 많더라고요. SNS 팔로잉하는 어떤 엄마는 아이와 함께하는 미술놀이에 관한 정보를 많이 공유해줘요. 전 그런 엄마들의 아이디어를 보고 배워서 따라 하는 정도예요. 특별한 육아관이 있는 건 아니고, 되도록 아이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심어주고 싶어요. 너무 살아가는 게 힘든 세상이잖아요. 어떤 일을 맞게 되든 스스로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극복할 수 있는 그런 성향의 아이로 키우려고 해요.

지난해 6월부터 유튜브 채널에 공인중개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찍어 올리고 있는데, 수험생처럼 공부하는 모습에 놀랐어요.

배우라는 직업이 일이 있을 땐 있고, 없을 땐 없잖아요. 그런 불안정함 속에서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봤더니 이 일은 자격증만 취득하면 되니까 제2의 직업으로 할 수 있겠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드라마 촬영 때문에 잠깐 멈췄어요. 지난해 1차 합격이 목표였는데 안 됐고, 올해도 일단 1차 합격만 목표로 하고 있어요. 스케줄상 2차까지는 무리인데, 드라마 촬영 대기 중에도 혹시나 해서 2차 과목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어요. 내년까지는 꼭 합격하려고요.

나이나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멋져요. 주변에서도 응원을 많이 해주나요.

원래도 연예인 타이틀은 개의치 않았어요. 저는 배우스럽지 않은 배우인 것 같아요.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좋았던 건 다양한 사람들 중에 비슷한 또래의 엄마들을 만난 거예요. 그분들이 저를 보며 ‘저 사람도 하는데’ 하며 어떤 희망을 가졌다고 하더라고요. 한번은 시험 준비하는 사람들 여럿을 같이 만났는데 다들 진심으로 응원해줘서 감사했어요. 그래서 전화번호도 교환하고, 서로 합격하자며 응원해주고, 커피 쿠폰도 보내주고 그래요. 얼마 전 시험에 합격한 분이 개업했다고 연락이 와서 한번 찾아가 보려고요.

올해 초 ‘복면가왕’에 나와 연기를 다시 하고 싶다고 말한 게 인상적이었어요. 복귀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아이가 가장 큰 이유였어요. 아이가 클수록 제 직업에 관심을 가지는데 과거 영상을 보여줘도 “엄마 맞는 것 같은데, 맞아?”라며 당황스러워하더라고요. 다시 연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찰나에 ‘복면가왕’ 출연 제의가 들어왔고 ‘좋은 기회가 되겠다’ 싶어 출연한 거예요. 출연 제의는 계속 있었는데 명분이 없었다가,4월 드라마 복귀를 계기로 출연했죠. 집에서 아이 친구와 같이 봤는데 가면을 딱 벗으니까 아이 친구는 단번에 알아보더라고요. 요즘은 엄마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잘 알게 됐고, 주변 친구들이 좋아하니까 으쓱하는 것 같아요.

왠지 이번 드라마가 최정윤 씨 배우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작품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이번 드라마가 마지막 주연작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올해 마흔네 살인데 제 나이도 그렇고, 요즘 일일드라마가 없어지는 추세라 더 그래요. 일일드라마니까 저를 찾지, 다른 데서는 잘 찾지 않잖아요. 제 나이대 여배우들은 비슷한 고민을 할 거예요. 여주인공도 애매해, 엄마도 애매해, 그렇다고 나이가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도 않거든요. 이번 드라마를 잘 끝내서 이다음을 어떻게 갈지 정하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일단 드라마가 잘돼서 저의 마흔네 살의 인생을 기쁘게 보낼 수 있으면 좋겠어요.

사진 신유나 
헤어 구미정(제니하우스 프리모) 메이크업 화주(제니하우스 프리모) 스타일리스트 고은숙
제품협찬 골든듀 레이첼콕스 언톨드레이블 윙블링 코스 프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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