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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시민 안전이 조두순 인권보다 중요하다”

윤화섭 안산시장이 추미애 법무장관에 '보호수용법' 요청 서한 보낸 이유

글 이현준 기자

2020. 09. 16

안산시민들에겐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공포라고 말하는 윤화섭 안산시장.

안산시민들에겐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 자체가 공포라고 말하는 윤화섭 안산시장.

2008년 8세 여아를 납치해 성폭행하고 신체를 훼손하는 범죄를 저질러 세상을 경악케한 조두순(68).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그가 12월 13일 형기를 마치고 출소할 예정이다. 2017년 조 씨의 출소를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61만 명 넘게 동의했을 만큼 대중은 조 씨가 교도소 밖으로 나오는 것을 원하지 않았지만 현행법상 그의 출소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조 씨는 출소 후 수감 전 거주했던 경기도 안산으로 갈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조두순은 2008년 사건 이전에도 성폭력 및 상해치사 등 전과가 무려 17차례나 된다. 2008년 사건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안산시민들은 충격과 불안에 휩싸였다. 

이에 9월 14일 윤화섭 안산시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호수용법’ 입법 요청을 골자로 한 긴급서한을 보내 눈길을 끈다. 보호수용법은 아동 성폭행범, 상습성폭력범, 연쇄살인범 등 흉악범을 형기 후에도 일정 기간 사회와 격리해 별도 시설에 수용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2014년 법무부가 입법 예고했으나 이중처벌 논란에 현실화되지 못했다. 

윤 시장을 비롯한 안산시민들의 바람과 달리 법무부는 9월 15일 사실상 조두순의 보호시설 격리가 불가하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같은 날 안산시청에서 만난 윤 시장은 “피해자와 다수의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수용법이 반드시 입법돼야 한다”는 소신을 꺾지 않았다.

9월 14일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보호수용법을 ‘긴급’ 요청했습니다. 

현재의 법만으론 조두순이 돌아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안산시민들은 두려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습니다. “조두순이 왜 여기로 와야 하냐” “서명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심지어 이사를 가야겠다는 말까지 나오고요. 시민의 불안을 두고 볼 수 없어 긴급하게 요청하게 됐습니다.



조두순이 안산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사실인가요. 

직접 듣지는 못했습니다만, 법무부 안산보호관찰소에서 면담을 진행해온 것을 보면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피해자와 조두순의 거주지간 거리가 1㎞에 불과하다는 소식이 알려져 충격을 주었습니다. 

우리 시는 피해자의 집주소를 알지 못합니다. 조두순이 출소 후 거주하는 집 주소는 ‘성범죄 알림e’를 통해 공개되지만, 시에서도 피해자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지 못하며 공개돼서도 안 됩니다. 최근 이 내용이 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는데, 이에 대해 시 차원에서 유감의 뜻을 밝혔습니다. 피해자에겐 ‘잊혀질 권리’가 있고 배려 받아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현행법상 조두순은 출소 후에 전자발찌를 차게 돼 있고, 피해자에게 100m 이내로 접근해선 안 됩니다. 법무부는 1:1 보호관찰관을 붙이겠다, 관할 경찰서에서는 24시간 감시를 붙이겠다했고요. 그럼에도 부족하다고 보는지요.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봐야 합니다.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74만 안산시민에겐 조두순이라는 범죄자가 안산으로 돌아오는 것, 그 자체가 공포입니다. 전자발찌로 성폭력 재범률이 감소한다고 하지만 전자발찌를 착용한 상태에서 저지른 성폭력 사건이 지난해 55건, 올 상반기 30건이나 발생했다고 합니다. 보호관찰관, CCTV 확충, 24시간 감시 등도 나쁜 방법은 아니지만 이 역시 재발률을 낮출 뿐 범죄를 없앨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근본적으로 시민들의 불안을 해소하고 범죄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보호수용법 입법으로 흉악범을 격리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안산시민들의 불안이 어느 정도인가요. 

여성이나 딸을 둔 부모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시민들이 불안해합니다. 안산소식(페이스북 페이지)에 4000개가 넘는 성토의 댓글이 달렸고, 매일 수백 통씩 항의 전화가 옵니다.

보호수용법에 대해서 당사자와 당사자의 가족에 대한 인권 침해, 이중처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흉악범의 인권만 중요합니까. 보호수용법이 없다면 가장 불안한 사람은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입니다. 안산시민들도 마찬가지고요. 흉악범의 인권을 존중하기 위해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 일반 시민의 인권은 보호받지 못하게 되는 게 정녕 옳은 일인지 되묻고 싶습니다.

조두순의 출소가 임박해서야 봇물 터지듯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더 일찍 논의가 시작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지금도 열의를 다하면 늦지 않았다고 봅니다. 조두순의 출소 전에 여야뿐만 아니라 국민이 힘을 하나로 모으면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법률 시행 절차가 있기 때문에 늦어도 조두순 출소 한 달 전인 11월 초까지는 입법 과정이 마무리돼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때문에 지금 당장 관계기관에서 국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마음으로 대책 마련에 힘을 모아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법무부에서 시장님의 긴급요청에 대해 사실상 수용 불가 입장을 밝혔습니다. 

현실적으로 이중처벌, 인권문제 등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법무부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선진국과 비교할 때 현저히 낮다는 게 중론입니다. 법무부도 법안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발의는 정부뿐 아니라 국회의원도 할 수 있습니다. 안산 지역구 의원인 전해철, 김철민, 고영인, 김남국 의원과 힘을 모아 보호수용법안이 입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사진 홍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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