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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trend

1940년대 패션의 재해석, 2020 F/W 트렌드

글 정세영 기자

2020. 09. 15

뉴 시즌 패션 트렌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패션과 닮았다. 실용적인 디테일을 찾는 한편 실루엣은 드라마틱하게 펼쳐지고, 젠틀한 스타일에 액세서리를 더해 우아한 룩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military look

각지고 넓은 어깨와 견장, 납작한 히프 라인, 간결하게 떨어지는 실루엣 등 흔히 떠오르는 밀리터리 룩의 디테일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시작됐다. 패션의 중심지였던 파리가 고립되면서 패턴이 단순해지고 직물 사용이 제한되는 등 디자인의 발전이 저해되자, 이를 개선하기 위해 디자이너들이 머리를 맞대고 찾은 해결책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군복 디테일을 여성복에 반영한 것이었다. 군더더기 없고 견고한 이 트렌드는 유행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F/W 시즌마다 색다른 변주로 돌고 돌면서 한껏 화려하거나 경쾌한 룩으로 변신해왔다. 

올해는 초보자가 밀리터리 룩에 도전하기 가장 좋은 시기! 돌체앤가바나의 오버사이즈 코트나 샤넬의 더블브레스트 코트 등 베이식한 실루엣이 눈에 띄는 1940년대 본연의 클래식한 스타일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좀 더 유니크하게 즐기고 싶다면 미우미우처럼 발끝까지 오는 롱 밀리터리 코트를 입은 뒤 다이아몬드나 크리스털이 더해진 화려한 액세서리를 매치하거나 레더, 벨벳 등 다양한 소재가 믹스된 아이템을 선택하시길!

siren suit

사이렌 슈트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윈스턴 처칠 수상이 자주 착용했던 상하의가 이어진 커버올 슈트, 즉 점프슈트를 뜻한다. 고립된 동시에 암울하고 위험천만했던 시대적 분위기가 오히려 여성복을 다양화시킨 아이러니한 아이템이라 할 수 있다. 당시 여성들의 군 입대와 군수 물자 생산을 위한 공업 활동 등 사회 참여 범위가 늘어나면서 바지 착용이 보편화됐고, 끊임없는 공습 때문에 실용적이면서도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아이템으로 사이렌 슈트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연령과 계층에 상관없이 대부분의 여성이 착용했으며, 스타킹을 대신하는 아이템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사이렌 슈트의 현대화 버전인 점프슈트는 한 벌로 이어졌지만 드레스는 아닌, 슈트의 젠틀함과 원피스의 활동성을 동시에 담은 아이템으로 소재와 디테일에 따라 다양한 무드로 재해석되고 있다. 

뉴 시즌에는 보다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넉넉한 실루엣이 인기를 끌 전망. 스텔라매카트니는 좌르르 흐르는 실크 소재에 패턴을 더한 디자인을, 비비안웨스트우드는 어깨를 한껏 드러낸 품이 넉넉한 튜브 톱 스타일을 선보였다. 1940년대 무드를 한껏 반영하고 싶다면, 전체적으로 볼륨감 있는 디자인에 벨트로 허리 라인을 확 줄인 볼드 룩 실루엣에 눈을 돌려볼 것!

scarf

전쟁 기간에는 노동력, 물자 부족으로 의복의 소재와 디자인이 제한되면서 실용적인 측면을 강조한 유틸리티 룩이 대두됐다. 



한편 군수 물자 확보를 위한 소비 제한이 의류 산업에도 영향을 미쳐 단추 개수, 주름 사이즈, 깃의 디테일, 옷감의 양 등 의복 제작에 사용되는 물자를 엄격하게 제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옷 자체가 간결하고 단조로워지자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이를 보완해줄 액세서리에 눈을 돌렸는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아이템이 스카프라고 알려졌다. 셔츠 깃 아래에 묶거나 헤어밴드로 사용해 스타일링에 재미를 더한 것. 스카프 또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 올해 런웨이에서 단연 눈에 띄는 스타일링은 바로 두건이다. 세모 모양으로 한 번 접거나 넓은 타이처럼 이마에 두르면 완성. 힙한 스타일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에르메스 런웨이 모델처럼 스카프를 목에 두른 뒤 리본 모양으로 묶어 클래식한 무드를 자아낼 것. 젠틀한 분위기로 소화하고 싶다면 두 번 두른 뒤 매듭을 목 뒤쪽에 지어 넥 라인을 살짝 드러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curve silhouette

인류의 많은 것을 앗아간 전쟁이 끝나자 응축돼 있던 삶의 아름다움과 예술에 대한 갈망이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게 꽃피우기 시작했다. 패션도 마찬가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샤넬이 패션의 중심이었다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패션의 현대화 과정에서 찾아낸 간결하고 실용적인 라인에 디테일과 실루엣으로 여성의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디올의 디자인이 큰 인기를 끌었다. 당시 여성들은 어깨선이 둥근 드롭 숄더, 잘록한 허리 라인, 아래로 내려갈수록 길고 풍성하게 퍼지는 플레어스커트로 대표되는 디올의 뉴룩을 통해 패션의 해방감을 맛보았다. 

F/W 시즌에는 1940년대 디올의 뉴룩에 곡선 실루엣을 과감하게 더한 롱 코트와 재킷 등 포멀하면서 모던한 스타일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스타일링 방법 또한 눈에 띄는데 전체적으로 볼륨감 있는 슈트에 벨트를 매치하거나, 라운드 숄더 오버사이즈 코트만 입은 뒤 유니크한 네클리스를 더하는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브랜드의 개성을 표현했다. 곡선 실루엣이 부담스럽다면 슬릿이나 프린지 등의 디테일을 가미해 완성한 라운드 라인 아이템을 눈여겨봐도 좋겠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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