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더불어 다양한 디자인 체어와 오브제가 자리해 문화 감성을 키울 수 있는 ‘소전서림’ 내부.
청담동에 자리한 럭셔리한 문학 도서관
“청담동에 웬 도서관?” 명품 패션의 메카인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도서관이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 처음 든 생각이다. 패셔니스타의 블링블링한 아지트가 있을 법한 곳에 도서관이라니! 과연 어떤 모습일지 호기심이 발동했다.지난 2월 문을 연 ‘소전서림(素石專書林)’은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이란 의미를 지닌 멤버십형 문학 도서관이다. 스스로 생성하며 순환하는 숲처럼, 책을 통한 독서와 문화의 경험이 개개인 성장의 밑거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은 아름다운 공간이다. 건물 설계는 스위스의 세계적인 건축가 다비데 마쿨로가 맡았으며, 1층에는 카페 겸 와인 바가, 지하에는 핵심 장소인 도서관이 자리하고 있다.
좁고 깊은 지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그야말로 고급미 뿜뿜 풍기는 책의 향연이 펼쳐진다. 문학 도서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문학을 주축으로 예술, 철학, 역사, 매거진 등 4만여 권의 책이 비치돼 있다. 도서 큐레이션 작업에만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고. 도서 선택에는 강영희 보안책방 큐레이터, 김영준 열린책들 편집이사, 김영훈 안나푸르나 출판사 대표, 박정하 철학아카데미 이사, 박혜진 비평가, 백영란 역사책방 대표, 시인 서효인 등이 함께했다.
이곳은 독서하기에 최상의 컨디션을 제공한다. 우선 장르, 국가, 작가 순으로 도서를 배치해 책을 찾기 편하며 눈이 피로하지 않게 조명에도 신경 썼다. 4m가 넘는 높은 천장 덕분에 지하임에도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다. 또 4명의 북 큐레이터가 상주하고 있어 ‘맞춤형 도서 추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소전서림 관계자는 “최대 수용 인원은 40명 정도로, 마음껏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힐링 스페이스”라고 설명했다.
각종 전시와 강연, 낭독회 등이 열리는 아트 살롱 같은 공간인 ‘예담’.
소전서림은 문학 관련 책들이 즐비한 문학서가와 예술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인 예담(藝談), 소전서림이 초청한 문인들과 일부 회원을 위한 청담(靑談), 별관인 하오재(何오齎) 등으로 구성돼 있다. 문학서가를 지나면 나오는 예담은 일명 ‘아트 살롱’ 같은 장소다. 전 세계 갤러리와 미술관에서 출판한 도록을 중심으로 예술 인문학 서적들이 비치돼 있다. 평소에는 책 읽는 장소였다가 테마 전시, 강연, 콘서트, 낭독회 등이 열려 책을 매개로 한 다채로운 문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소전서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잠시 미뤄지긴 했지만 문학, 예술, 철학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깊이 있는 강좌를 제공하는 ‘소전 아카데미’도 예담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혼자 오붓하게 독서하는 재미를 누릴 수 있는 1인용 서가(왼쪽). 1층에 자리한 카페 겸 와인 바 ‘투바이투’.
땅값 비싸기로 유명한 청담동에 자리한 도서관답게 이용료는 저렴하지 않은 편이다. 일반회원은 반일권 3만원, 종일권 5만원(이용 시간 내 공연과 강연료 포함). 연간회원의 경우 1년 회원비는 66만원이며, 기존 입장권을 절반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책 대여는 불가능하다.
다소 부담스러운 이용료지만 디자인 체어에 앉아 세심하게 선정된 수많은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갤러리 뺨치는 근사한 예술 작품 감상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명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간회원권 구입은 고민스럽지만, 공연이나 강연이 열릴 때 다시 방문하고 싶다.
사진 홍태식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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