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전한 조희선 대표의 사무실은 삼성 냉장고 ‘비스포크’의 서울 마포구 망원동 전시 스폿으로 선정됐다. 조 대표는 장 폴 고티에의 푸른 빛깔 벽지 등과 매치해 색감이 다양한 비스포크를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했다.
인테리어를 향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전문가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은 많다. 그런데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수준이 대중의 눈높이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게 조 대표의 생각이다. 이에 그는 책에서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신혼부부와 1인 가구를 위한 인테리어, 또 집을 마음대로 고치기 힘든 전셋집을 꾸미는 방법 등 20~30평대 공간을 중심으로 초보들을 위한 ‘가성비’ 좋은 인테리어 노하우를 담았다.
“오랫동안 인테리어를 하다 보니 하이엔드 시장만 바라보게 되더군요. 그런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홈쇼핑 방송 등을 하면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인테리어 가이드의 필요성을 절감했어요. 고가 제품들로 화려하게 장식하는 법만 알려주는 인테리어 책이 많잖아요. 제 책에선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분들에게 교과서같이 친절하게 알려주는 데 집중했어요.”
‘집이 작다’는 생각을 버려라
1 우드슬랩 테이블과 컬러 및 디자인이 다른 의자 여러 개로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출한 조 대표의 사무실. 테이블 조명은 빛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전구가 직접 눈에 보이지 않는 반원형 디자인을 선택했다. 2 장 폴 고티에의 작품을 활용한 벽지와 이탈리아산 빈티지 타일, 금빛 몰딩 등을 활용해 꾸민 사무실 안쪽 공간. 3 문은 거울로 장식해 밝고 공간이 넓어 보이는 효과를 줬다. 4 독특한 디자인의 시계와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사슴 헌팅 트로피. 조 대표는 명품 아이템과 저렴한 아이템을 다양하게 매치할 것을 조언한다.
다만 그는 많은 이들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소파는 과감히 절약 정신을 발휘해도 좋다고 설명한다. 부피는 큰데 의외로 수명이 짧고 이사할 때마다 집 구조와 분위기에 따라 애물단지가 되기 일쑤인 탓이다. 예전처럼 꼭 4인용 가죽 소파만 고집할 필요도 없다. 기능성 패브릭 소파 등 소재가 무척 다양한 데다 1인용 소파 여러 개를 함께 배치하면 구조에 구애받지 않고 어떤 집이든 인테리어를 하기 쉬워진다. 색깔은 전체적으로 무채색 계열로 하되 색이 있는 1인용 의자로 포인트를 주면 좋다. 조 대표는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한다면 사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이처럼 계속 가져가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을 구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하나 힘을 빼도 좋은 가구는 침대 프레임이다. 침실 인테리어는 디자인보다 기능에 초점을 두라는 조언이다. 침대 프레임은 단순한 것으로, 아예 헤드가 없는 것도 좋다. 헤드가 큰 침대는 매장에선 멋져 보이지만 오히려 공간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반대로 매트리스는 숙면과 직결되므로 가장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아이템이다. 수면 습관에 따라 스프링이나 폼을 선택하고 통기성과 항균성도 꼼꼼히 체크해야 한다. 기능을 중심에 두면 침실이 꼭 가장 큰 방일 필요도 없다. 작은 방을 침실로 하고 큰 방은 서재나 취미방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발휘해볼 수 있다. 빛 차단이 중요한 만큼 암막 커튼과 조명에도 신경 써야 한다. 조 대표는 “최근 나오는 암막 커튼은 컬러와 소재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지만 아주 저렴한 것은 빛이 투과될 가능성이 있어 피해야 한다. 조명은 누워서도 손쉽게 끄고 켤 수 있는 클립형이 좋다”고 귀띔했다.
전셋집 핵심은 ‘조명’
소품이 많은 주방과 아이방 인테리어의 핵심은 그것들을 ‘잘 숨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디에 그 많은 잡동사니를 숨겨야 할까. 우선 주방에선 아일랜드 식탁을 별도로 구매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아일랜드 식탁은 요리와 식사를 위한 용도뿐 아니라 소가전 수납용으로도 좋고, 복잡한 주방 공간을 적절히 분리하는 데도 활용도 만점이다. 디자인과 브랜드, 기능별로 제품이 다양한데, 조 대표는 평소엔 접어두고 손님이 오면 펼 수 있는 익스텐션이 가능한 것을 추천했다.아이방은 대개의 경우처럼 하얀색 플라스틱 박스에 장난감을 모조리 집어넣고 쌓아두면 이삿짐처럼 보이기 십상이다. 카페 등에서 볼 수 있는 커피 푸대 등 예쁜 그림이 그려진 자루를 박스 대신 이용하면 수납과 디자인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다 쏟아서 놀기 때문에 굳이 각진 수납함이 필요하진 않다. 특히 조 대표는 “아이만을 위한 가구를 굳이 살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장롱은 손잡이만 따로 구입해 키에 맞게 달아주거나 침대는 가드만 설치해주면 처음부터 성인용 가구를 써도 무리가 없단 뜻이다. 알록달록한 장난감과 동화책 등 컬러 포인트 요소가 많기 때문에 가구는 파스텔 톤으로 선택하면 좋다.
한편 공간에 상관없이 조 대표가 가장 중시하는 인테리어 요소는 ‘조명’이다. 어떤 색깔의 조명을 어느 곳에 비추는지에 따라 집 안의 모습을 전혀 다르게 연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조명은 단순히 빛을 내는 물건이 아니다. 대부분 바닥에 치우친 가구로부터 시선을 분산해 인테리어 전체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한다. 겨울철엔 카펫 등을 활용한 웜 인테리어를 하라고 하는데 전구 컬러만 바꿔도 연출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이유로 공사를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 전세 가구라면 조명은 더없이 좋은 인테리어 아이템이다. 예산이 빠듯하거나 깔끔한 인테리어를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의 경우에도 ‘원픽’은 조명이다. 큰 가구를 먼저 배치하고 소가구는 나중에 배치하는 게 인테리어의 원칙이지만 조명만큼은 우선순위에서 예외를 둬도 좋다.
요즘은 전기배선 공사 없이 설치할 수 있는 펜던트 조명과 충전식 조명도 많다. 최근 인기 많은 갓 없이 전구 모양을 그대로 드러낸 일명 ‘에디슨 전구’로 집 안을 꾸미는 방법도 무척 다양하다. 식탁 위에는 펜던트 조명 하나만 달고 나머지는 스탠드와 테이블 조명을 적절히 배치하면 된다. 비슷한 디자인을 한꺼번에 모아 하나의 그룹처럼 달면 더욱 트렌디하게 보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조 대표는 첫 인테리어에 앞서 조바심을 버릴 것을 당부했다. 컬렉션을 만들어가듯 조금씩 집 안을 디자인해가다 보면 자신만의 스타일이 완성된다는 조언이다.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취향대로 인테리어를 하는 것 자체가 트렌드가 됐어요. 한곳에서 모든 가구를 구입하던 시대도 지났죠. 빈티지 재킷에 명품 브로치 하나만 달아도 패셔너블해지듯이 인테리어도 저렴한 아이템과 명품 아이템을 다양하게 매치하는 게 팁이에요. 인테리어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은 한 번에 ‘짠’ 하고 보여주고 싶어 하죠. 스스로의 취향을 알아가면서 조금씩 집 안을 바꾸다 보면 어느새 자신만의 컬렉션이 만들어질 거예요.”
기획 한여진 기자 사진 김도균 디자인 이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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