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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drink #guide

여름밤 낭만 메이트 NATURAL WINE

EDITOR 한여진 기자

2019. 08. 12

구름마저 깊고 푸른 밤하늘, 살랑 불어오는 기분 좋은 바람, 여기에 혀끝을 상큼하게 자극하는 와인이 더해지면 여름밤은 더욱 감미로워진다.

여름밤을 즐길 수 있는 놀이는 다채롭다. 심야영화 관람, 액티비티 활동, 나이트 쇼핑, 캠핑 등 아날로그 놀이부터 디지털 즐길거리까지 지금도 수많은 밤놀이가 업데이트되고 있다. 그럼에도 여름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는 것은 바로 술 한잔 아닐까. 핫 플레이스뿐 아니라 조용한 주택가에서도 편의점 테이블마다 술잔 기울이는 이들이 가득한 것을 보면, 여름밤은 술이 정답이다. 

에디터는 한때 홍대 술집 지도를 내비게이션처럼 꿰고 있을 정도로 술 좀 마시던 애주가였다. 특히 여름에는 물 대신 맥주를 마셨을 정도. 하지만 결혼 후 육아에 돌입하며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비주류(非酒流)가 되었다. 그리고 올여름 드디어 주류를 선언하고 술을 즐기고 있다. 싱글일 때와 달라진 점은 술이라면 무조건 마시는 것이 아닌 단 한잔을 마셔도 몸에 좋은 술, 음식과 어울리는 술을 찾는 진정한 애주가로 거듭났다는 것. 

이런 에디터가 최근 빠져든 주종은 바로 내추럴 와인이다. 레드와인, 화이트와인도 어려운데, 내추럴 와인은 또 뭘까. 와인을 생산하는 과정은 포도를 재배하는 단계와 발효 및 숙성하는 단계로 나뉘는데, 이 과정에서 인공적인 요소를 첨가하느냐 아니냐에 따라 일반 와인, 오가닉 와인, 바이오다이내믹 와인, 내추럴 와인으로 구분한다. 일반 와인은 포도 재배와 숙성 단계에서 모두 인공적인 요소 및 화학적 첨가물을 사용하는데, 특히 보존제인 이산화황이 첨가된다. 단, 이런 성분은 건강에 해가 되지 않도록 기준치를 밑도는 선에서 사용되므로 안전에 대한 걱정은 금물. 오가닉 와인과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은 포도 재배 과정에서는 제초제나 비료 등 화학적 요소를 사용하지 않으나 숙성 단계에서 일반 와인과 같이 첨가물을 사용한다. 

마지막으로 내추럴 와인은 오가닉 와인이나 바이오다이내믹 와인처럼 지속가능한 유기농 방식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숙성 단계에서도 화학적 첨가물을 배제한다. 와인이 상하지 않게 하는 이산화황도 넣지 않거나 소량만 넣는다. 즉 포도를 제외한 첨가물을 거의 넣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 만든다. 

내추럴 와인이라고 하면 일반 와인보다 고급스럽고 풍미가 가득할 것 같지만, 맛을 좋게 하는 첨가물이 일체 들어가지 않아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난다. 에디터가 즐겨 마시는 뱅 드 프랑스 피노 드 라 루아르 내추럴 와인도 일반 화이트와인에 비해 거친 향과 맛이 느껴지며, 끝맛으로 청주 향이 맴돈다. 하지만 풍미가 덜하거나 ‘싼티’ 나는 맛은 절대 아니다. 정겨운 시골 촌뜨기 같은 맛이랄까.



같은 와인도 다른 맛이 나는 내추럴 와인

고고학자들은 BC 9000년경 신석기 시대부터 인간이 포도주를 먹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내추럴 와인의 역사를 굳이 따지자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포도즙을 발효시켜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이때부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지 20세기 산업화 후 와인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화학 물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잊히다, 1980년대 와인 과학자 쥘 쇼베(Jules Chauvet)가 자연 그대로의 방식으로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면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내추럴 와인이 다시 생산되기 시작한 것. 

내추럴 와인이란 명칭은 프랑스 파리의 장 피에르(Jean Pierre)라는 사람이 내추럴 와인 바 ‘랑주 뱅(L’Ange Vin)’을 열면서 사용해, 지금은 전 세계적인 와인의 한 종류로 통하고 있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호주, 미국 등 다양한 와인 생산지에서 내추럴 와인을 생산하고 있으며, 일반 와인처럼 품종과 와이너리, 만드는 방식에 따라 맛과 향이 달라진다. 내추럴 와인은 인간의 간섭을 최소화하다 보니 실제로 일정한 품질 관리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같은 와인도 매년 같은 맛이 아닐 수도 있다는 뜻. 심지어는 같은 생산연도의 와인인데 병마다 맛이 다르기도 하다. 마치 엄마 장맛이 매번 다른 것처럼 말이다. 내추럴 와인 마니아들은 이 또한 내추럴 와인의 매력이라고 말한다. 

이 여름이 가기 전, 내추럴 와인의 매력에 빠져보면 어떨까. 인싸들이 즐겨 찾는 멜랑즈, 에세테라 등 내추럴 와인 바를 방문해도 좋고, 쉐이크쉑에서 버거와 함께 내추럴 와인을 마셔도 좋겠다. 홈술족이라면 공덕동 와인샵친친, 연희동 비노테카, 논현동 미스터와인 등에서 내추럴 와인을 구입해 심야영화 보며 마시길 권한다. 내추럴 와인의 촌스러운 풍미가 당신의 인생 술일지도. 하나 더, 내추럴 와인은 머리를 아프게 하는 이산화황 성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아 와인만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이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여름밤 낭만 더하는 내추럴 와인 리스트

White Wine
프랑스 루아르, 13%


뱅 드 프랑스 피노 드 라 루아르 2017
목 넘김이 좋고 상쾌한 향이 입안에 감돈다. 라임과 허브 향이
코와 입안을 즐겁게 하고, 과일이나 치즈, 샐러드, 해산물 요리와 잘 어울린다.
750ml 5만원대.


RED Wine
스페인 페냐피엘, 12.5%



아만다 2018
산딸기, 감귤류와 향신료의 조화가 좋은 레드와인으로, 타닌과 산의
훌륭한 구조감을 느낄 수 있다.
750ml 5만원대.


RED Wine
이탈리아 피에몬테, 14%


벨로티 로쏘 2016
매우 깊고 맑은 보라색을 띠며, 푸룬과 블랙베리, 다크초콜릿, 페퍼 향이 입안에 꽉 차게 느껴진다.
잘 익은 딸기 맛의 마무리가 인상적이다.
750ml 가격미정.


sparkling Wine
이탈리아 움브리아, 11.5%



무스티코
과일 맛이 나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고유 효모가 있는 병을 사용해 자발적으로 발효되는 것이 특징이다.
750ml 가격미정.





사진 홍태식 디자인 이지은 요리&스타일링 김상영(noda+쿠킹스튜디오) 도움말 김수희(소믈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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