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당의 큰 별 지다
예당컴퍼니, 테라리소스의 변두섭 대표이사가 6월 4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향년 54세. 당시 예당 측은 사인을 ‘과로사’로 발표했지만 각종 언론에서 ‘자살’의 정황을 보도하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을 밝히며 ‘고인의 명예를 지켜드리고자 했다’고 말한 바 있다.
1982년 예당기획(현 예당컴퍼니)을 세운 후 30년 가까이 한국 연예계를 이끌어 온 변두섭 대표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에 연예계는 큰 충격에 빠졌다. 이와 함께 예당컴퍼니와 자회사 테라리소스의 주식이 급락했다. 이에 예당컴퍼니는 보도 자료를 통해 6월 4일 김선욱 이사(예당컴퍼니 사내이사로 2012년 3월 30일에 취임)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다고 공고하며 발 빠른 재정비에 나섰다. 바로 그 다음날인 6월 5일에는 변두섭 대표의 아내 양수경(46)이 ‘신임 대표이사를 도와 사업 전반에 나서 고인의 사업체를 수습할 것’이라는 골자의 보도 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보도 자료에는 “퇴근 후 집에서까지 밤잠을 설쳐가며 사업 구상에 몰두하던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며 양수경의 심정을 전하기도 했다.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낸 양수경은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에 넋을 잃은 상태였다.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그대는’ ‘당신은 어디 있나요’ ‘사랑은 차가운 유혹’ 등 많은 히트곡을 만들며 인기를 끌던 가수 양수경이 변 대표와 결혼 한 것은 1998년. 기획사 사장과 소속 가수의 만남이었다. 그 뒤 양수경은 연예 활동을 전면 중단하고, 하와이에 머물며 자녀를 키웠다. 지난 2011년 양수경의 동생 양미경이 지병으로 사망할 당시에도 양수경은 하와이에 머물고 있다 급거 귀국했다. 이번에는 지난 5월 중순 아이의 방학을 맞아 한국에 들어와 있었고 변두섭 대표 또한 5월 말 하와이에서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6월 6일 진행된 발인식에서 고인의 운구를 따르던 양수경은 ‘여보’라며 목 놓아 부르며 오열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 거대 그룹 예당,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
1959년 전남 화순에서 태어난 변두섭 대표는 음악다방 DJ를 거치며 연예기획자로 거듭났다. 1982년 예당기획을 설립해 최성수, 양수경, 조덕배 등 굵직한 히트 가수들을 배출하며 ‘예당’의 이름을 알렸다. 서태지, 이승철, 듀스, 룰라 등의 스타들이 변두섭 대표의 손을 거쳐 갔다. 그가 엔터테인먼트 외의 사업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위문공연 차 러시아를 방문한 후부터다. 한러문화교류협회를 설립한 데 이어 자원 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 2007년에는 러시아의 생산광구인 빈카사를 인수하고 2008년에는 테라리소스(당시 세고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를 인수하며 본격적으로 원전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하지만 인수 당시 양수경과 변두섭 대표 등의 명의로 총 57억 원의 테라리소스 주식을 매입했다 되파는 과정에서 큰 수익을 올려 구설에 오른 적이 있었다. 2008년 매입 당시 1주당 3백원 꼴이었던 주식이 2009년 매매 당시 2천원으로 뛰자, 부부가 이를 전량 매각하면서 주식이 폭락해 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고됐다. 또 2006년 무렵 하와이 호놀루루 기야무크가의 쇼핑센터와 콘도를 구입한 것이, 2010년 뒤늦게 밝혀지며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부부는 동업자와 회사를 설립, 총 5천여만 달러를 들여 6천6백㎡(약 2천 평)가 넘는 부지를 사들였고, 이중 3천만 달러를 대출로 충당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것은 자금 출처였다. 그 당시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매각해 하와이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고 현지 한인 갱 조직의 보스를 통해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을 환치기로 조달했다는 소문도 돌면서 자금 출처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변두섭 대표의 주력 사업은 연예엔터테인먼트였다. 2003년 예당온라인(현 와이디온라인)을 통해 게임 사업을 시작했고, 2005년에는 영화 투자배급사 쇼이스트와 영화제작사 이룸영화사를 자회사로 만들며 영화제작에 투자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ETN TV, 예당아트 TV 등 3개사를 합병해 토탈엔터테인먼트사로의 도약을 꿈꾸기도 했다.
12 예당미디어와 ETN TV가 들어선 빌딩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예당엔터테인먼트 빌딩을 마주하고 나란히 서있다. 3 예당엔터테인먼트와 예당컴퍼니가 입주해 있는 빌딩. 관계자는 “대표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회사 분위기는 예전 그대로”라고 했다. 4 고 변두섭 대표와 양수경이 살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빌라.
# 분실 주식으로 횡령 혐의
6월 12일, 예당 측은 변두섭 대표 사후 신임 대표이사인 김선욱 이사가 업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자회사인 테라리소스 지분 3천9백만 주가 사라진 사실을 알게 됐다고 공시했다. 그런데 사라진 줄 알았던 지분 중 1천7백만 주는 한 대부업체 관계자가 매도를 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담보 당시의 명시 금액보다 주가가 하락해 담보권자가 반대매매를 한 것. 이를 두고 예당 측은 “고인이 회사에 알리지 않고 개인적 채무로 담보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이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예당컴퍼니의 주권 매매거래를 정지한다고 공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6월 18일에는 “변 전 대표이사가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발견하고 자세한 내용을 파악 중”이라고 예당컴퍼니가 공시하면서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한편 변두섭 대표의 첫째 아들은 고인 생전부터 지금까지 예당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 딸 또한 예당엔터테인먼트에 같은 이름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관계자는 ‘동명이인’이라며 사실을 부인했다. 변대표의 동생 변차섭은 예당미디어와 ETN TV 대표이사이며, 또 다른 동생 변종은은 3월 22일 매니지먼트 회사 웰메이드 스타엠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했다.
변두섭 대표는 2000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예당 빌딩을 경매로 낙찰 받아 소유하고 있다가 2003년 네 차례에 걸친 가압류를 2004년 해제한 후 2005년 당시 동생인 변종은 대표가 운영하고 있던 웰메이드(현 웰메이드 스타엠)소속 연예인인 하지원(본명 전해림)에게 매매했다. 하지원은 7년 동안이나 예당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가 2012년에 팔았다.
현재까지 변두섭 대표 부부 명의의 국내 부동산 재산은 파악되고 있지 않다. 변두섭 대표가 생전 거주한 것으로 보이는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빌라 또한 변두섭·양수경 부부의 소유가 아니다. 예당엔터테인먼트, 예당컴퍼니, 예당미디어가 입주하고 있는 빌딩 역시 마찬가지. 하지만 하와이의 땅을 아직도 소유하고 있고 주식 재산도 상당한 것처럼 알려져 있다. 두 사람 모두 예당컴퍼니의 대주주이고, 예당미디어, 테라리소스 등의 주식을 대량 보유하고 있다. 이에 변대표가 소유했던 주식을 누가 이어 받느냐가 차기 예당 계열사 운영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