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토, 정말 놀아도 될까요?
“헉! 이 일을 어떡해요? 1학기 영어 수학 학원 스케줄을 전부 다시 짜야겠어요.”
서울 마포구 C사립초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미숙 씨는 1학기 시간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토요일 수업이 없어지는 바람에 1주일에 1회였던 7교시 수업이 2회로 늘어난 것.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오후 4시다. 그동안 오후 3시부터 듣던 월·수·금 영어, 화·목 수학 등 학원 스케줄을 전면 조정해야 했다. 이씨는 정신없이 바쁜 3월 아이를 데리고 이 학원 저 학원 돌아다니며 레벨 테스트를 받았다.
지난해 법에서 정한 수업 일수는 2백5일 이상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 주 5일 수업제가 전면 실시되면서 전국 대부분의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일수가 1백95일로 운영된다. 그런데 학교 가는 날이 적어졌다고, 공부 시간이 함께 줄어든 것은 아니다. 학년별 수업 시간은 지난해와 같기 때문에 없어진 토요일 수업은 그대로 평일로 옮겨 이뤄진다. 평일 수업 시간은 더 늘어난 셈이다. 1·2학년은 5교시 수업이 일주일에 하루에서 이틀로 늘었다. 3·4학년은 6교시가 매주 2번으로 늘었으며, 5·6학년의 경우 수요일 5·6교시가 생겨나 4교시만 마치고 하교하는 날이 사라졌다.
지나치게 무거운 평일 수업 부담을 덜기 위해 자율 휴업 일수가 줄어든 것도 특징이다. 명절과 징검다리 연휴 사이에 끼인 평일을 휴일로 정하는 자율 휴업일은 대개 한 해 5~6일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개교기념일을 포함해 자율 휴업일이 1~4일 정도로 줄었다. 다만, 방학 일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맞벌이 엄마는 어떨까. 서울 서초구 J초교 학부모 손미진 씨도 분통을 터뜨렸다. 손씨는 그동안 자신이 퇴근할 때까지 자녀를 소위 말하는 ‘학원 뺑뺑이’로 돌렸는데, 이제는 토요일까지 학원에 보내야 해서 부담이 더 늘었기 때문이다.
“직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중에 드는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았어요. 하지만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으니 노는 학원이든 체험 학원이든 또 학원을 보내야 하는 것이 현실이에요.”
손씨는 저렴하다는 학교 토요 프로그램도 부담이 되기는 마찬가지라고 하소연했다. 교과부는 3월 한 달간 학교에서 실시하는 토요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은 전체의 13.4%라고 밝혔다. 토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 수는 전체 1만1천2백49개교 중 89.2%인 1만37개교다. 프로그램별로는 토요 돌봄교실에 3만6천9백35명, 토요 방과 후 학교에 70만5천4백87명, 토요 스포츠데이에 19만3천4백91명의 학생이 참여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주 5일 수업 실시 후 일부 학교의 사전 준비 및 홍보가 부족해 참여율이 다소 저조했으나, 앞으로 학교 교육 과정이 정상적으로 운영되면 참여율이 증가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공부 더 시키고 싶다면 수학이나 내신 위주!
학부모들이 혼란스러워하는 반면 학원가는 활기가 넘친다. 서울 양천구 목동의 K논술학원 앞 카페에서 만난 김은숙 씨는 “주중에 논술 스케줄을 짜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매주 토요일 오전은 논술과 사고력 수학, 오후는 운동으로 시간표를 짰다. 아이를 위한 프로그램이 완전해진 것 같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토요일에는 아이도 쉬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묻자 “글쓰기와 사고력, 운동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이어서 아이가 큰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집에서 뒹굴뒹굴해봤자 어차피 공부는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럼 일요일에는 무엇을 할까. 토요일 프로그램을 빡빡하게 구성한 엄마들은 한목소리로 답한다. “요즘 아이들이 놀 시간이 어디 있나요? 일요일에는 그 다음 주에 학교에서 배울 내용을 예습해야죠.”
열성맘들의 적극적 구애에 힘입어 학원은 토요 수업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일부는 발 빠르게 일요일 프로그램도 선보였다. 학원의 ‘제2 전성시대’가 오는 듯하다. 목동 H학원은 이달부터 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국·영·수 단과 강좌를 강화했다. 특목고 입시를 노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위해 토요 집중 강좌도 새로 만든 것.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30분까지 수학·과학 선행학습과 심화논술을 중심으로 수업 시간표가 빡빡하다.
대치동 S학원은 토요일에 초·중학생용 논술반과 고교생용 주말 집중반을 신설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격주로 토요일을 쉴 때는 학원 수업을 이어가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지속적으로 할 수 있어 효과가 커졌다”고 말했다. 그는 “학원 강의가 오후 10시까지로 제한돼 있어 고교생은 평일에 학원에 나오기 힘들었다. 앞으로는 토요일에 하루 종일 학원에 있으면 평일에 2, 3일 나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어 전문 학원들도 토요 수업 확대에 나섰다. 서울 강남구의 C어학원은 초등학생이 수강하는 강의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한다. 서울 양천구의 P어학원은 초등학생 강의를 오후 9시까지 열어놨다. 영어 학원들은 토론(debate), 인터넷 기반 토플(IBT), 영작 집중반을 만들어 학생 모시기에 나섰다. 겨울방학 시작 무렵에 끝냈어야 하는 레벨 테스트를 다시 연 학원도 많다.
서울 양천구의 A학원은 이달 초 만든 홍보물에 ‘3월부터 주 5일 수업, 토요 심화반 신설’ 문구를 새로 넣었다. 이 학원은 주 5일 수업제에 따라 초등학생과 중학생 대상 ‘논술 토요반’ ‘심화수학 토요반’ 등을 새로 만들었다. 이 수업들은 매주 토요일 아침 9시부터 4시간 동안 이뤄진다.
학원 관계자들은 오후 10시 학원 수업 제한으로 학원들이 타격을 입었는데 주 5일 수업제에 맞춰 주중 밤 수업을 토요일로 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원생 수도 작년보다 20~30% 늘었다.
아이를 이왕 학원에 보낼 생각이라면 전략을 짜야 한다. 하늘교육 임성호 이사는 토요 학원 선택법에 대해 “초등학생은 수학과 논술, 중학생은 내신 대비 영어와 수학, 고등학생은 수시를 대비한 논술을 집중적으로 한다면 학업성취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생 영어는 토요 집중반보다 주중 3회 이상반이 가장 효과적이다. 언어는 단기간에 늘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은 토요일에 집중적으로 하기에 가장 적합한 과목이다. 선행, 복습, 심화를 단계별로 선택해 3시간 이상 집중적으로 할 수 있다면 굉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경시대회나 영재교육원 대비반도 효과적이다. 논술도 사실상 주중에 하기 힘들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는 토요일에 하면 좋다. 시간은 과목당 3시간 이상을 할애하는 것이 좋다.
중학생 내신 성적을 올려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특히 영어는 일반 어학원에서 내신을 준비하기 힘들기 때문에 특수목적고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은 학교 내신 대비 프로그램을 들으면 효과가 크다.
고등학생 수시 대비 논술 수업을 들어야 한다. 전체 학생의 70%를 수시로 뽑기 때문이다. 인문계와 자연계가 원하는 논술 방향을 진학하고자 하는 대학에 맞춰 미리 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학교 토요 프로그램은 무료거나 학원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서울시교육청 곽윤철 장학사는 “운동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면 좋다”고 말했다. 각 학교들은 배드민턴, 탁구 같은 운동 종목들을 토요 방과 후 프로그램에 적극 편성할 계획이다. 또한 축구나 농구, 배구 등 스포츠클럽은 지역 리그를 통해 전국 리그에 출전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된다.
곽 장학사는 “요즘 학생들은 자기 몸 안에 있는 에너지를 해소할 길이 없다”며 “부모들이 지나치게 지식만 강조하다 보니 아이들이 이런 에너지를 감추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체력은 인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학교 폭력을 걱정한다면 아이들에게 체력과 인성을 기를 기회를 주라고 권했다. 연세신경정신과 손석한 전문의도 “산만한 어린이들에겐 운동만 한 치료법이 없다”고 설명했다. 몸속 에너지를 표출해 마음을 치유할 수 있다는 뜻이다. 손 박사는 운동뿐만 아니라 음악 미술 같은 감성 활동이 토요일에 이뤄지면 주중에 훨씬 집중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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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전문가들은 늘어난 휴일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 운동을 꼽았다. 각 학교는 4월 이후 본격적으로 토요 방과 후 수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뭐니 뭐니 해도 부모와 함께 체험학습이 최고!
주 5일 수업제의 원래 목적은 평일에는 충실히 학업에 열중하고, 주말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 학교 안에서는 배우지 못한 즐겁고 유익한 체험학습의 기회를 갖고 가정 안에서의 돈독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는 체험학습에 참가하거나 가족이 함께 여행을 하는 것이 주 5일 수업제의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 또 굳이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부모가 약간의 노력만 기울이면 공짜로 아이에게 유익한 교육을 시킬 수 있다. 공교육 영역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가 운영하는 ‘전국학부모지원센터(www.parents. go.kr)’에서는 토요 프로그램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초기화면 오른쪽을 보면 ‘주 5일 수업제 토요 프로그램 안내’라는 배너가 있고 이걸 클릭하면 별도의 창이 뜬다. 창 안에는 주 5일 수업제 안내, 유관기관 토요 프로그램, 지역별 토요 프로그램, 상담 코너, 게시판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에서 유관기관 토요 프로그램을 클릭하면 체험 활동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각종 사이트들이 쭉 링크돼 있어 정보를 얻기 편리하다.
학교 밖 다양한 체험 활동을 시키고 싶으면 유관기관 토요 프로그램 중에서 ‘창의·인성교육넷(www.crezone.net)’을 클릭하면 된다. 2월 말 현재 총 3만 개 프로그램이 등록돼 있으며 대상별(유·초·중·고), 영역별(자율·동아리·봉사·진로), 활동별(교내·교외)로 검색이 가능하다. ‘지도로 찾기’를 클릭하면 우리 동네에서 어떤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성동구, 초등학교를 선택하면 박물관 역사 여행, 청계천 생태 탐방, 서울숲 탐방 활동 등 총 49개 유·무료 프로그램이 검색돼 나온다.
자원봉사 프로그램 정보를 얻고 싶으면 나눔포털(www. nanumkorea.go.kr)이나 청소년자원봉사활동센터(http:// dovol.youth.go.kr)를 이용하면 된다. 지역별, 성별, 기관별 다양한 자원봉사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청소년 관련 행사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청소년종합정보시스템(www.all4youth.net), 토요 법 체험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한국법교육센터(www.lawedu.or.kr), 전국 방과후아카데미 운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청소년방과후아카데미운영지원단(www.youthacademy.or.kr), 농촌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농촌정보문화센터(www.classfarm.com) 등에서도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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