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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Green Life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삼척 산골 아낙네가 보내온 편지

기획·한여진 기자 글&요리&제작·김희진 사진·박정용

2011. 07. 01

“시골에 와서 알았어요. 나무를 심는다는 것은 세월을 심는다는 것을. 무엇 하나 쉬이 열매 맺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시골로 온 첫해 매실나무 20그루를 심었습니다. 농사에 대해 몰랐던 우리 부부는 나무를 심으면 그해 바로 열매가 열리는 줄 알았지요. 집터를 제대로 닦지 않아 강가에 매실나무를 심었다가 다음 해 햇볕이 잘 드는 언덕으로 옮겼습니다. 나무를 캐고 있는데 순간 목 뒷덜미가 굉장히 뜨끔했습니다. “아 뭐지?” 계속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아찔하면서 목과 머리가 아팠습니다. 그때 남편이 뒤에서 소리를 질렀어요.
“빨리 나와. 벌이야.” 저는 손으로 목과 머리 부분을 휘저으면서 안경까지 벗어던지고 뛰쳐나왔습니다. 말로만 듣던 땡삐(땅벌)였던 거지요. 어질어질하면서 정신이 없고 마비가 오는 듯했습니다. 어찌할 바를 몰라 하다가 남편이 부축해서 동네 보건소로 향했지요.
주사를 맞고 와서 온종일 누워 있었습니다. 대여섯 군데나 물렸는데, 남편은 그만하기 다행이라며 땡삐보다 제가 더 독종이라 놀렸습니다. 아무튼 그날 이후 벌이라면, 그것도 땡삐라면 뒷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서워졌지요. 그렇게 죽음을 무릅쓰고(?) 옮긴 매실나무는 3년 동안 열매를 맺지 못하다가 작년부터 조금씩 매실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실이야! 매실!” 매실을 발견하던 날 너무 신이 나 마당에서 팔짝팔짝 뛰었답니다. 그 매실을 정성스레 따서 매실효소와 장아찌를 담갔습니다. 매실효소는 매실과 설탕을 1:1 비율로 재워놨다가 설탕이 어느 정도 녹으면 가끔 저어서 바닥에 깔린 설탕을 녹여야 합니다. 1백 일 정도 지난 뒤 매실을 꺼내 씨앗을 제거한 뒤 장아찌를 담그죠. 그런데 매실이 쪼글쪼글해서 아삭하게 씹히는 맛이 덜하고 씨앗 빼기도 힘들더군요. ‘왜 맛이 없을까’ 궁금하던 차에 시어머니가 만드신 매실장아찌를 맛보았는데 아삭아삭 새콤한 맛이 일품이더라고요. 여쭤봤더니, 효소 담그고 남은 매실을 사용하지 않고 생매실을 이용해 장아찌 담그는 비법을 알려주셨어요. 매실을 소금물에 3시간 정도 담갔다가 건져서 방망이로 톡 치면 2조각으로 갈라져 씨앗이 쏙 빠진다네요. 그 매실을 설탕이나 꿀에 재웠다가 먹을 때 고추장을 넣고 버무리면 맛있다고 하더군요. 바로 집에 가서 시어머니의 비법대로 매실장아찌를 담갔습니다. 그해 여름은 새콤달콤 입맛 살리는 매실장아찌로 반찬 걱정이 없었답니다. 며칠 전 매실나무를 보니 작년보다 매실이 더 많이 열렸어요. 곡식은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지요? 나무도 그렇다네요. 따뜻한 눈길을 주고 매일 한 번씩 말을 걸어주면 나무가 잘 자란다고 합니다. 말을 걸어서가 아니라 매일 나무에게 말을 걸다 보면 나무가 어디 아픈지, 꽃이 너무 많이 피었는지, 거름은 모자라지 않은지 체크할 수 있어서 아닐까요? 사람도 나무도 사랑을 먹어야 잘 자라는 게 분명합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더 많은 매실이 달리지 않을까요?
이번 주말엔 매실을 따고 잠시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봄부터 시작된 일들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고, 본격적인 휴가철이면 정신없이 바빠질 테니 그 전에 모처럼 가족여행을 하기로 한 거지요. 몇 년 전에 구입한 낡은 모자를 코치닐로 염색해둔 꽃분홍 모시로 코르사주를 만들어 리폼하고, 아삭아삭한 매실장아찌와 마늘종장아찌, 주먹밥으로 도시락을 싸서 계곡에 돗자리 깔고 조카들이랑 맛있게 먹을 겁니다.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멸치김치주먹밥 만들기
“주먹밥은 만들기 간편하고 먹기도 좋아 도시락 메뉴로 딱이죠. 멸치와 김치를 들기름에 볶다가 밥을 넣은 뒤 주먹밥을 만들었어요. 여기에 매실장아찌를 곁들이면 어른이나 아이 모두 좋아하는 맛있는 도시락이 완성됩니다.”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준비재료
멸치주먹밥(잔멸치·들기름·깨소금 20g씩, 밥 1공기, 김 약간), 김치주먹밥(배추김치 50g, 들기름 20g, 식초 1작은술, 밥 1공기, 깨소금 10g, 김 약간), 김 적당량
1 멸치는 들기름을 두르고 팬에 살짝 볶아 밥과 깨소금, 김을 넣고 섞는다.
2 김치는 들기름을 두른 팬에 볶다가 식초를 넣고 김치가 어느 정도 익으면 밥을 넣어 볶다가 깨소금과 김을 넣는다.
3 ①과 ②의 밥을 동글동글하게 뭉쳐 부순 김을 입히면 완성!



매실장아찌 만들기
“몇 해 전 심은 매실나무에 열린 매실을 따서 장아찌를 담갔어요. 매실을 소금물에 3시간 정도 담갔다 씨를 제거하고 설탕이나 꿀에 한 달 정도 재워두면 돼요. 먹을 때 고추장을 조금 넣고 버무리면 새콤달콤 입맛 살리는 매실장아찌가 만들어져요. 올여름에도 매실장아찌 하나면 반찬 걱정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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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매실·설탕 1kg씩, 소금 100g, 고추장 적당량
1 매실은 소금물에 3시간 절인 뒤 깨끗이 헹궈 물기를 제거한다.
2 매실을 하나씩 세워 방망이로 내리쳐 2등분으로 갈라지면 씨를 제거한다.
3 매실 과육만 설탕에 재운다.
4 ③의 설탕이 녹으면 매실을 고추장에 버무린다.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꽃분홍 모시 코르사주 모자
“물놀이 가려고 바캉스용품을 정리하다가 몇 년 전에 구입한 모자가 눈에 띄었어요. 유행이 지나고 낡아 다시 구입할까 하다가 얼마 전에 코치닐로 염색한 꽃분홍 모시로 코르사주를 만들어 리폼하기로 했어요. 빨강 모시로 띠를 만들고 꽃분홍 모시 코르사주를 달았더니 한층 화사하네요.”

준비재료 모자, 분홍 계열 모시 6×6cm·7×7cm·8×8cm 3장씩, 빨강 모시 7×54cm 1장, 비즈 약간
1 분홍 계열 모시는 반으로 두 번 접어 꽃 모양으로 모서리 부분을 자른다.
2 크기가 다른 ①의 꽃 모양 모시를 겹쳐 가운데를 홈질하면서 앞쪽에는 비즈를 꿰고 뒤쪽에는 옷핀을 단다.
3 빨강 모시는 반 접어 박음질한 뒤 모자에 띠로 두르고 시침질한다.
4 모자 옆쪽에 ②의 코르사주를 달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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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양파로 물들인 면 스카프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일교차가 큰 강원도는 7월에도 얇은 스카프가 필수죠. 도시에서도 에어컨을 사용하기 때문에 스카프 하나 가방에 넣고 다니다 사용하면 좋을 것 같아 여름용 스카프를 만들어보았어요. 면이나 리넨, 마를 양파 껍질 끓인 물에 10분 정도 담그면 은은한 노란색이 나는 스카프가 완성됩니다.”

준비재료 양파 껍질 200g, 물 20ℓ, 명반 10g, 면 60×180cm, 녹반 5g
1 양파 껍질은 물 10ℓ에 담가 1시간 정도 끓인 뒤 체에 밭쳐 물만 식힌다.
2 명반은 물 5ℓ에 넣고 녹인다.
3 면은 따뜻한 물에 담가 몇 번 헹구다가 ②에 넣고 10분 정도 담근 뒤 맑은 물에 살짝 헹궈 물기를 꼭 짠다.
4 냄비에 ①과 ③을 넣고 은은한 불에 데우면서 20분간 염색한다.
5 ④를 바로 물에 헹궈 말리면 노란색이 되고, 녹반을 녹인 물 5ℓ에 넣었다가 헹궈 말리면 카키색으로 변한다.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오늘은 매실장아찌 담그는 날


김희진씨(40)는…
7년 전 강원도 삼척 산골로 귀농해 남편은 천연염색을 하고, 그는 규방공예를 하며 살고 있다. 초보 시골 생활의 즐거움과 규방공예의 아름다움을 블로그 (http://blog.naver.com/meokmul)를 통해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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