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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박훈희의 섹스 코치

신혼여행 후 처박은 슬립을 꺼내라

왜 섹스가 심드렁할까?

사진·현일수 기자

2011. 05. 31

일상의 편안함은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섹스에서는 더욱더. 추리닝을 입은 아내에게 더 이상 성욕을 느끼지 못하는 유부남은 이렇게 부탁한다. 슬립 입고, 아이 얘기는 제발 좀 하지 말라고.

신혼여행 후 처박은 슬립을 꺼내라


총각과 유부남의 차이. 총각은 커플 사이의 섹스리스를 문제라고 느끼지만, 유부남은 부부 사이의 섹스리스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얼마 전 나이 마흔인 노총각 한 명과 동갑인 유부남 한 명, 그리고 동거를 오래 해오고 있는 동거남 한 명을 만나, 남자들의 수다에 끼었다. 흥미로운 건, 한 여자친구와 오래 사귄 노총각일지라도 유부남과는 섹스에 대한 애티튜드가 상당히 다르다는 사실. 유부남이 “와이프가 첫날밤에 내가 짐승인 줄 알았대. 계속 이러면 어떻게 하나 했다나. 저녁에도 하고, 아침에도 하고, 점심에도 했으니까. 그런데 신혼여행에서 돌아오니까 섹스가 시들해지더라”라고 말하자, 노총각 왈 “섹스가 시들하다고? 의무방어전? 너만 그런 거 아니야? 여자가 오케이해주면 무조건 고마운 거 아냐?”라고 반박했다.
더 재미있었던 건 옆에 있던 동거남이 유부남을 두둔하듯 이렇게 말했던 거다. “네가 결혼을 안 해봐서 그래. 여자랑 함께 살아보지 않아서”라고. 이쯤 되자 유부남은 한 술 더 떴다. “몸은 섹스를 원하는데, 아내와는 하기 싫을 때도 있어. 바람을 피우고 싶은 것과는 기분이 달라. 다른 여자를 만나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니까.” “그렇지! 그럴 때 자위를 하는 거지.” “점심시간에 안마방에서 섹스하는 유부남이 그렇게 많다잖아. 아내가 싫은 것도 아닌데 아내와의 섹스는 심드렁한가 봐.”
동거남과 유부남은 일심동체인 듯 대화가 이어졌다. 어이쿠! 왜 남자들은 결혼을 하는 즉시 아내에게 흥미를 잃는 걸까? 애인과의 섹스는 그리도 갈망하면서 애인이 아내가 되는 순간 섹스도 심드렁해지는 걸까? 도대체 이유가 뭘까? 유부남과 동거남은 입을 모아 말했다. “추리닝 입은 여자랑 어떻게 섹스를 해?”
오래된 커플이 권태기를 겪는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모든 남자가 결혼과 동시에 아내를 돌로 보게 된다면, 사실 그보다 더 절망적일 수는 없다. 유부남의 섹스리스를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유부남의 성욕을 깨우는 순간은 언제일까? 아내가 야한 속옷을 입었을 때? 페로몬이 강한 향수를 뿌렸을 때? 화장을 곱게 했을 때?
물론 이 모든 노력을 안 하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하룻밤 야한 속옷을 입는다고 남편이 알아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향기? 누누이 말하지만, 남자들은 향기에 둔하다. 여자 몸에서 불쾌한 냄새만 나지 않으면 잘 모르는 게 남자. 둔한 남자에게 향기로 어필하는 건 효과적이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건 역시 시각적인 변화다. 유부남이 말했다.
“사실 후줄근한 티셔츠 안으로 야한 속옷 입었다고 뭐가 달라지냐고! 그런데 얼마 전에 와이프가 호텔 숙박권을 받았다고 해서 5성급 호텔에 간 적이 있어. 아내가 샤워를 마치고 호텔 가운을 입고 나오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괜히 후끈하더라. 벗기고 싶은 거지. 그때 느낀 건데, 시각적인 게 중요하다는 거야. 집에서는 나도 반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아내도 아무 바지나 입잖아. 그렇게 일상적인 모습만 보면 성욕이 사라지는 거지. 나는 신혼여행 때 빼고는 아내가 슬립 입은 걸 한 번도 못 봤다니까.”
일리 있는 말이다. 나조차도 슬립을 입고 잔 적은 거의 없으니까. 슬립의 보드라운 감촉이 남자를 자극한다는 걸 모르지 않으면서도 말이다. 섹스 후 알몸 그대로 밤을 보내면 새벽녘에 남자친구가 두세 번 섹스를 청하지만, 섹스가 끝나자마자 옷을 주워 입은 날에는 아침까지 그대로 잠만 잔다. “신기하게도, 여자가 아내가 되면 성욕은 강해지는데 예뻐지려는 노력은 하지 않아. 남자에게 섹스 어필은 하지 않고 불만만 많아지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똑똑한 여자랑 대화하다 보면 성욕이 생기더라”

신혼여행 후 처박은 슬립을 꺼내라


그런데 내 뒤통수를 때린 것은 그다음 얘기였다. 남자들이 의외로 대화에 목말라한다는 사실.
“집에 들어가면 와이프가 아이 얘기만 하잖아. 지겨워서 듣고 싶지도 않아. 차라리 뉴스에서 본 정치 얘기라도 하면 좋겠어. 그러면 대화가 될 텐데. 대화를 나눠야 섹스도 되는 거지, TV 보고 있다가 갑자기 섹스를 할 수는 없잖아. 바라보기만 해도 성욕이 생기는 건 신혼 때 얘기지”라고 했다. 동거남이 강하게 동의했다.
“능력 있는 여자가 섹시해 보여. 여자친구가 만날 똑같은 얘기만 하면 얘기를 흘려듣게 되거든. 집안일과 나와의 관계에 대한 얘기만 하면 지겹잖아. 그런데 생산적인 얘기를 하는 여자를 보면 어쩐지 성욕이 생기더라. 똑똑한 여자가 섹시하게 느껴지는 거지.” 그 말에는 총각 역시 동의했다.
“똑똑한 여자를 보면 정복하고 싶은 욕구가 생기지. 꼭 내 여자친구가 아니라도, 그 여자와 대화를 하다가 섹스를 상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유부남도, 동거남도, 그리고 총각까지 모두 ‘똑똑한 여자와의 섹스’에 강한 욕망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 남자가 반드시 능력 있는 여자, 똑똑한 여자를 원하는 건 아니다. 적어도 대화가 되는 정도였으면 하는 것. 동거남은 한 마디 덧붙였다.
“외국 부부들은 섹스리스가 거의 없잖아. 그들을 보니까 여자가 아이에 대해 크게 집착하지 않고, 대화를 많이 하더라. 그리고 둘이서 자연스럽게 포르노를 보는 거지. 밤마다 안할 수가 있냐?”
섹스를 원치 않을 때 남편은 일을 핑계대고, 아내는 아이를 핑계댄다. 대화를 원할 때 남편은 일 얘기만 하고, 아내는 아이 얘기만 한다. 남녀 사이에 섹스와 대화는 같은 것이다. 그 순간만큼은 남편은 일에서 자유로워져야 하고, 아내는 아이에게서 자유로워져야 하는 건 아닐까? 오래된 커플일수록, 부부일수록, 서로에게 익숙해질수록 성욕은 감소한다. 남녀의 대화가 일상을 떠나 좀 더 사회적이고 발전적인 형태라면, 두 사람의 섹스도 좀 더 섹시해지지 않을까? 서로에게 존경하는 마음이 커질수록, 성적인 호감이 극대화될수록, 오르가슴도 커질 테니까.



박훈희씨는… ‘유행통신’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현재는 뷰티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얼루어’ 피처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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