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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름다운 부활

이소라가 던지는 두 번째 프로포즈의 의미

글·김유림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1. 05. 17

작고 아늑한 무대에서 ‘여러부운~ 안녕하세요~ 이소라예요’ 하는 인사말로 심야 시청자들을 포근하게 감싸준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9년 만에 부활했다. 가수 이소라의 편안하면서도 천연덕스러운 진행을 그리워하던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새롭게 태어난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는 어떤 모습일지, 미리 들여다봤다.

이소라가 던지는 두 번째 프로포즈의 의미

지난 4월 중순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 첫 녹화가 이뤄졌다. 이소라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수더분하면서도 유쾌한 말투로 매끄럽게 진행을 해나갔다. 이날 출연한 가수는 김태우, 팀, 이승환 등.



대중에게 쉽사리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가수 이소라(42)가 최근 연달아 반가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가수들의 진지한 노래 대결을 그리는 MBC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진행에 이어, 90년대 대표 심야 음악방송으로 꼽힌 ‘이소라의 프로포즈’ 2탄,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를 다시 맡게 됐다.
음악적 감수성을 극대화하는 데 ‘이소라 코드’만이 가진 매력은,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애청했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수더분한 옆집 언니 또는 누나가 자신만의 보물창고에서 달콤하고 쌉쌀한 ‘음악사탕’을 꺼내주듯, 그렇게 ‘이소라의 프로포즈’는 늦은 밤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치유를 선물했다.
KBS JOY에서 방영되는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는 과거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만든 PD와 작가들이 다시 의기투합해 만든 방송으로 진행 방식 또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예정이다. 4월 중순, 녹화 첫날 만난 이소라는 오래전 헤어졌던 애인을 다시 만나듯 9년 만에 만난 관객들 앞에서 살짝 긴장하는 눈치였다.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 MC 제안은 지난겨울에 받았다. 당시 지인들과 저녁을 먹다가 ‘이소라의 프로포즈’가 부활한다는 얘기를 듣고 “로맨틱한 기분이 들었다”고 한다.
“저 자신이 9년 전과 같지 않기에 똑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내지는 못하겠지만, 지금의 저로서 좋은 느낌의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어요. 잠들기 직전에 볼 수 있는, 포근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안겨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두 번째 프로포즈’를 할 수 있게 된 건 다 시청자들 덕분이에요. 지금까지도 ‘이소라의 프로포즈’ 홈페이지를 찾아 글을 남기면서 그때를 추억해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의 마음이 제작진에게도 전달된 거라 생각해요.”
그렇다면 9년 전 프로포즈와 지금의 프로포즈는 무엇이 다를까. 이소라는 “우선 과거에 비해 살이 많이 빠져서 후덕한 이미지도 많이 빠져나간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지며 “어차피 사람 안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기 마련이기에 지금의 내가 품고 있는 따뜻함을 최대한 꺼내놓고 싶다”고 말했다.
드레스 코드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어깨가 강조되는 벨벳 소재 롱드레스가 이소라의 트레이드마크였는데, 이번에는 좀 더 가볍고 편안한 의상을 입을 거라고. 그러면서 이소라는 “그동안 다른 방송(MBC ‘나는 가수다’를 가리키며)에 신경을 너무 많이 쓰느라 프로포즈 팀이 나를 빼고 회의도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다. 이제부터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같이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최근 이소라는 ‘나가수’와 관련해 한 차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방송 초반 김건모가 탈락하자 진행을 거부하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면서 ‘MC답지 못한 행동이다’라며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 급기야 촬영이 한 달 정도 중단됐는데, 마침 이날 MBC 측에서 ‘나가수’ 촬영 재개와 백지영을 제외한 나머지 도전자들이 다시 노래 대결에 참여하기로 했음을 알리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와 관련해 이소라는 재출연을 결심한 이유에 대해서도 짧게 언급했다.

이소라가 던지는 두 번째 프로포즈의 의미


“제 모습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했어요. 노래도 다 못 했고요. 그래서 저의 잘못된 모습이 좋은 모습으로 비칠 때까지 탈락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래하고, 진행도 하려고 해요. 될 수 있는 한 오래 할 수 있길 바라고, 앞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도록 노력할 겁니다.”
그동안 방송 출연을 자제해온 그가 갑자기 진행을 두 개나 맡게 된 데는 나름의 심경 변화가 있을 법한데 정작 그는 “나는 그렇게 계획적인 사람은 아니다”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뭔가를 의도적으로 시작하거나 치밀하게 계획하고 움직이는 철저한 사람이 못 돼요. 매일 눈앞에 닥친 일을 하다 보면 한 시간이 가고, 하루가 가고 하거든요. 올해 갑자기 ‘나가수’를 비롯해 ‘두 번째 프로포즈’까지 맡게 된 건 제가 좋아하는 PD들이 제의를 해왔기 때문이에요. 좋아한다는 것이 단순하게 좋아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제가 음악을 하고 방송을 하면서 닮고 싶은, 존경하는 분들이라는 의미예요. 사실 ‘나가수’도 프로그램 내용을 다 알지 못한 채 시작하게 됐고, ‘프로포즈’도 그분이 뭔가 하자고 하면 하는 게 제 인생에 매번 도움이 되더라고요. 결국 사람에 대한 믿음 덕분에 한꺼번에 두 프로그램을 맡게 됐어요.”

김건모·박정현·윤도현… ‘나는 가수다’ 출연 가수 꼭 초대하고 싶어



이소라는 앞으로 프로포즈 무대에 초대하고 싶은 가수로 ‘나가수’ 출연자들을 꼽았다. 그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정이 쌓인 우리 가수들을 시간 되는 대로 꼭 한 분씩 모시고 싶다”며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그 자신은 프로포즈 무대에 가수로 자주 설 계획은 없다고 한다. 첫 녹화에서도 제작진은 그가 노래를 부르길 바랐지만 이소라는 “조금만 시간을 달라”며 역으로 제작진에게 사정했다. 이는 노래에 대한 중압감 때문인데,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그가 노래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온다. 사실 무대 위에서 긴장하는 모습은 ‘나가수’를 통해서도 여실히 드러났는데, 베테랑 가수가 긴장하는 모습이 오히려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동안 방송에도 잘 안 나오고 노래하는 걸 미루는 게 노래를 잘 못해서 그래요. 자신이 없어서요. 저는 제 노래에 대해 늘 낯설고 싶어요. 음…, 어떻게 설명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는데, 똑같은 노래를 천 번 불러서 굉장히 잘 부르고 싶지 않아요. 제 마음속에는 항상 ‘내 노래의 주인이 되지 말자’는 생각이 있거든요. 제가 굉장히 애써서 노래를 부를 때 사람들은 가수의 노래를 듣는 게 아니라 각자 자신의 노래를 듣는 거라 생각해요. 슬픈 사랑 노래를 들으면서 자신의 아픈 사랑을 떠올리기도 하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기억해내기도 하잖아요. 가수의 노래를 들으면서 ‘저 사람 정말 노래 잘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저 사람은 나야’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가수이고 싶어요. 그러려면 능숙하게 한 곡을 해치우듯 부르는 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한 곡을 토해내야 하죠. 그래서 여전히 노래 부르는 게 쉽지 않아요.”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는 무대와 관객 간의 사이가 불과 30cm도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소극장 분위기인데, 이소라는 “음악을 즐길 줄 모르는 관객을 초대하고 싶다”며 편안한 분위기의 진행을 약속했다.
“공연장에는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분들이 오셔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저희 무대는 반대예요. 사실 즐기지 못하는 분들이 더 많거든요. 박수도 작게 치고, 일어나야 하는지 아닌지 망설이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적극적으로 공연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들이요. 누구보다 제가 그분들의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조용하게 있다 가시더라도 마음속으로는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무대를 만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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