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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박훈희의 섹스 코치

나 자신도 모르는 성감대 찾기 놀이

어디 어디 숨었니?!

사진제공·REX

2011. 03. 30

남편의 성감대를 세 군데 이상 알고 있는가? 설령 안다 해도 그의 성적 취향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남편 자신도 모르는 성감대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숨겨진 성감대를 찾아 재미난 숨바꼭질을 해보자.

나 자신도 모르는 성감대 찾기 놀이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는 섹스에도 해당된다. 상대의 성감대를 바로 알고, 내 성감대를 바로 알면 오르가슴에 이르지 못할 섹스란 없는 법. 그런데 문제는 ‘그’의 성감대는 고사하고 ‘나’의 성감대를 아는 이도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만지기만 해도 흥분이 되는 나의 성감대를 세 군데 이상 알고 있는가? 내가 좋아하는 체위를 세 가지 이상 알고 있는가? 나는 섹스에 얼마나 적극적인가? 나의 섹스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69체위는 괜찮아도 애널 섹스는 싫다?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그리고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스스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아는 셈이다. 설사 알지 못한다 해도 지금부터 알아가면 될 일이다.
섹스에 관한 한 자신의 취향을 충분히 안다 해도,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남는다. ‘나는 그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이다. 그의 성감대가 어디인지, 그가 열광하는 체위는 무엇인지, 그가 페팅·애무하기를 좋아하는 나의 신체 부분이 어딘지를 알고 있느냔 말이다. 그가 하룻밤에 얼마의 간격으로 몇 번까지 가능한지, 체력은 어느 정도인지, 섹스 직후 그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섹스 중 그를 흥분하게 만드는 교성과 신음소리의 정도는 어떤지, 그가 좋아하는 나의 페팅 방법은 무엇인지 등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속사포 같은 이 질문에 “그의 성감대쯤은 알고 있지”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이도 꽤 많을지 모른다. 그럼 마지막 관문이 남았다. 나는 그의 ‘섹스 판타지’를 알고 있는가다. 나는 그의 성적 페티시를 알고 있는가, 그는 가느다란 발목에 집착하는 남자인가, 하얀 목덜미에 집착하는 남자인가, 그가 열광하는 포르노 스타일은 알고 있나, 서양 포르노를 좋아하는지, 동양 포르노를 좋아하는지 말이다.

날마다 바뀌는 성감대 찾아나선 ‘섹스 탐험가’가 돼라
남자들은 묻는다. “여자들은 왜 원하는 걸 얘기하지 않나요? 성감대를 알려주면 좋잖아요”라고. 남자들이 그런 우매한 질문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온다. “여자의 성감대는 그때그때 달라요”라고 대답할 뿐이다. 물론 가슴, 귓불, 클리토리스 등 남자가 자극했을 때 아찔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여자의 성감대는 누구나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전혀 성감대가 아니었던 신체 부위에서 때로는 성감대만큼이나 아찔한 쾌감이 느껴질 때가 있다. 어떤 날에는 배꼽에 입김을 불어줄 때 머릿속이 하얘질 정도로 좋은데, 어떤 날에는 별 감흥이 없을 때도 있지 않은가. 또 어떤 날에는 그가 내 손가락을 가볍게 무는 것만으로도 너무 흥분해 허리 아랫부분이 뜨거워질 때가 있다.
하지만 평소에 손가락이 성감대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니 “내 성감대는 손가락”이라고 말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렇듯 섹스를 하는 그날 분위기에 따라, 때로 옆구리가 성감대가 되기도 하고 때로 등이 성감대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꼼꼼한 애무’가 꼭 필요하다. 그날의 성감대가 어디인지를 찾아 헤매는 과정, 그것이 진정한 섹스의 과정이며 오르가슴에 이르는 지름길일지도 모른다.

나 자신도 모르는 성감대 찾기 놀이


남자도 마찬가지다. 그의 성감대는 페니스 하나뿐일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남자도 그날 분위기에 따라 배꼽 애무에, 항문 애무에, 목 애무에 아찔한 흥분을 느낄 수 있고, 어느 날에는 페니스를 아무리 자극해도 속으로는 불평을 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성감대가 이토록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남녀 모두 ‘정서적 오르가슴’에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여자가 ‘책에서 보니 남자는 페니스를 자극하면 좋아한대’라고 생각하며 그의 페니스에 최선을 다하더라도, 남자는 몸으로는 흥분하지만 정서적으로는 ‘지금 뭐 하는 거지?’라고 느낄지도 모른다. 남자의 반응은 살피지 않고 여자가 자신의 행위만 열심히 하고 있을 때 특히 그렇다.
하지만 남자의 온몸을 애무하면서 그가 반응하는 곳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남자의 페니스를 톡톡 건드리면서 그의 미세한 반응을 즐긴다면 말이다. 또 남자의 반응에 따라 강약을 조절하면서 페팅을 하거나, “이건 어때?”라고 말하면서 항문 애무를 해준다면 더 좋다. 그는 페니스 집중형 애무보다 훨씬 더 짜릿한 오르가슴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꼼꼼히 애무하는 과정에서 그 스스로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성감대를 찾아낼 수 있다.
페니스 집중 공략형 섹스는 사정을 앞당긴다. 남자는 너무 빨리 사정해버려 여자에게 미안해지고, 여자는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전에 섹스가 끝나버리니, 페니스 집중 공략형 애무는 남녀 모두에게 좋지 않은 일. 여자 역시 아랫부분만 집중 공략하는 남자는 질색이지 않은가.
실제로 호감이 가는 남자와 섹스를 시작했지만 전희를 소홀히 하는 그의 행태 때문에 섹스를 멈춘 적이 있다. 물론 그 역시 나를 원망했겠지만 나는 몹시 불쾌했다. ‘빨리 흥분시키고 끝내버리려는 수작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몸은 피곤하지만 섹스는 하고 싶을 때, 남자들은 흔히 그런 방법을 쓴다.
그런데 여자뿐 아니라 남자들도 이와 비슷한 불평을 늘어놓는다. “여자들은 애무를 받을 줄만 알지, 자기가 해줄 줄은 몰라요. 가슴을 조금 애무하고 페니스만 집중적으로 만지면 애무를 다 한 줄 아나 봐요. 그러면서 우리가 전희에 소홀하면 어찌나 불평이 많은지”라고 말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리고 그들의 얘기에 어쩐지 공감이 된다.
실제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는 전희를 거의 안 해”라고 불평하는 여자친구들은 많았지만, 자신의 애무 실력을 자랑하는 여자친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자가 애무를 원하는지 모르는 여자들도 많다. 하지만 확실히 말하지만 남자도 애무를 바란다. 그리고, 그날그날 성감대도 다르다. 여자들이 남자가 꼼꼼히 애무해 ‘오늘의 성감대’를 찾아주길 바라듯, 남자도 여자가 ‘그날의 성감대’를 찾아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의 숨겨진 성감대를 찾았다고 만족하고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는 말이다. 그가 내게 바라는 것은 날마다 자신의 새로운 성감대를 찾아 헤매주는 ‘섹스 탐험가’일 거다.



박훈희씨는…
‘유행통신’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현재는 뷰티 ·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얼루어’ 피처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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