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재기사

with Specialist | 박훈희의 섹스 코치

재미있는 섹스 위한 생각의 전환

게임보다 못한 섹스?

사진·현일수 기자

2011. 02. 07

내 남편은 원래 섹스에 소극적인 남자일까. 많은 여성이 이런 의문을 한번쯤 갖지만 원인은 단 하나, 섹스가 재미 없기 때문이다. 늦은 밤 ‘스타크래프트’에 열광하는 남편의 등을 보라. 과연 피곤해서 섹스를 못하는 것인지.

재미있는 섹스 위한 생각의 전환


며칠 전 “섹스보다 스크린 골프가 좋아”라고 외치는 남자 넷이 모인 자리에 동석했다. 유부남 두 명, 총각 두 명이었는데, 네 명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새벽에 친구가 스크린 골프 치러 가자고 전화하면 신나서 바로 나가는데, 젊은 여자가 만나자고 전화하면 안 나갈걸”이라고. “에이, 거짓말!” 솔직히 섹스보다 스크린 골프가 좋다는 말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섹스 라이프가 정기화되고, 또 장기화되면서 그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서운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오래된 연인의 섹스도 권태기에 접어들면 뜸해지게 마련인데, 부부의 섹스는 어떻겠나.
하지만 젊은 여자와의 섹스보다 골프가 좋다? 그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유부남 B의 얘기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B는 “젊은 여자와의 바람? 좋지. 만나자마자 섹스 할 수 있다면 골프보단 젊은 여자 쪽을 택하겠어. 그런데 여자랑 만나서 곧장 섹스 할 순 없잖아. 데이트도 해야 하고, 술도 좀 마셔야 하고, 침대로 모시고 가기까지 사탕발림도 해야 하고. 그건 피곤하고 귀찮다는 거지. 그러니 재미있게 몇 시간 즐길 수 있는 골프가 젊은 여자보다 더 좋은 거야”라고 말했다.
총각 C는 “난 솔직히 체력이 문제야. 나이가 드니까 섹스를 할 수 있는 횟수에 제한이 생기더라. 며칠 전에 한 친구는 피곤해 죽겠는데 와이프가 몸을 더듬기에 ‘너도 저번에 피곤하다고 그냥 잤잖아’라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나? 너무 이해가 되는 거 있지”라며 체력을 핑계 삼았다. 그러자 총각 D 왈, “형님들, 정말 나이가 들면 성욕이 줄어들어요?”
“술 마시고 바람피우는 것보다 스크린 골프나 게임 하는 남자가 더 낫지 않아?”라는 철없는 남자의 얘기를 들으며 나는 반문했다. “왜 바람이 아니면 게임인 거야? 왜 그렇게 양극단으로 나뉘어야 하는데? 술 마시고 바람피우는 대신 가족과 함께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거고, 그 시간에 섹스를 할 수도 있는 거지”라고. 그러자 남자 넷은 저마다 나를 비웃었다. 유부남 B는 “솔직히 회사 외의 시간은 거의 집에 있잖아. 집에 있을 땐 가족과의 시간이니까 내 시간이 없고. 남자도 내 시간을 갖고 싶은 거라고. 친구들과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지. 게다가 모처럼 성욕이 돋아 아내에게 눈길을 보내면 ‘피곤하다’며 돌아설 때가 있잖아. 남자가 섹스 하기를 원한다면 제발 거절하지 말라고 해. 여자가 한 번 거절하면 남자는 세 번쯤 거절하고 싶다고. 아내가 섹스를 거절하면 ‘누가 더 손해인지 보자’하고 은근히 앙심을 품게 된다니까”라고 말했다.
유부남 A 또한 “타이밍이 참 안 맞아. 내가 하고 싶을 땐 와이프가 피곤하다고 하고, 와이프의 눈치가 이상할 땐 내가 피하고 싶거든. 게다가 아이까지 생기니 둘의 타이밍이 맞아도 아이가 안 자면 그것도 곤란해”하고 하소연했다. 그들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생각했다. ‘남자들이 혼자만의 시간, 취미활동, 타이밍을 운운하지만 사실은 섹스보다 게임이 더 재미있는 게 문제가 아닐까?’
섹스리스 커플의 중심에는 항상 속궁합의 문제가 있다. 아무리 피곤하고 스트레스가 심해도 섹스가 짜릿하고 즐겁다면 섹스를 미루지 않을 테니까. 결혼한 지 석 달도 채 지나지 않은 후배 E는 “주변에서 신혼이니 밥 먹다가도 남편이 달려들지 않느냐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결혼 후 섹스 횟수가 더 줄었어요. 분위기가 제대로 잡히지 않으면 섹스를 안 하게 된다고 할까. 남편이 섹스 하자는 말을 잘 안 하고 섹스에 소극적이니까 불만스럽지만 먼저 말을 꺼내게 되진 않더라고요. 자존심 상하잖아요”라고 말했다. 나는 “남편이 섹스에 미치게 해봐. 자꾸 하고 싶게 만족시켜줘봐”라고 조언했다. E는 “남편이 섹스에 그리 집중하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그리 밝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라고 말했지만, ‘그가 당신과의 섹스에 집중하지 않는 게 아닐까?’라는 게 내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내 남자가 섹스에 소극적인 것이 취향이라고 오해하는 여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신기하게도 자제심이 많아’라고 생각했던 옛날 남자친구가 알고 보니 색골이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는 나와 속궁합이 맞지 않아서 바람을 피운 것이었다. 나는 그와 헤어질 때까지 그가 성욕이 약한 남자라고 오해했었다.

서로가 원하는 애무 기꺼이 해주는 센스!

재미있는 섹스 위한 생각의 전환


남자가 사정을 했다고 다 극도의 오르가슴을 경험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쯤은 이제 웬만한 여자들도 다 안다. 남자가 오르가슴을 느끼는 것과 만족감을 느끼는 것도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 즉, 오르가슴을 느끼고 사정을 했다 해서 섹스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 사정을 했어도 섹스 과정에 불만스러울 때가 있고, ‘미적지근하다’고 느낄 때가 있으며, ‘아, 그녀가 좀 더 적극적이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만약 남자가 섹스 할 때마다 오르가슴과 만족감을 느낀다면, 더군다나 신혼인데, 섹스를 좋아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나.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 남자가 열광하는 애무, 69 체위를 열심히 해주는 것만으로도 그가 섹스에 다시 흥미를 갖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럴 섹스가 아직도 어색하다고? 오, 노! 여자의 손길과 입김이 어디에 머무는가에 따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페니스의 변화가 재미있지 않나? 여자가 그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섹스를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마음을 가지면 섹스가 한층 즐거워지고, 남자 역시 즐거워진다.
오럴 섹스를 하는 것은 좋은데 커닐링구스를 받는 것은 민망하다고? 남자가 만족감을 느끼는 첫 번째 조건은 여자의 만족감이라는 것을 아는지. 내가 만난 수많은 남자들은 저마다 “‘남자는 자기만 좋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건 오해예요. 여자가 만족하지 않으면 섹스가 영 찝찝하거든요. 남자는 사실 자신의 만족보다 상대의 만족에 더 집중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여자가 남자에게 뭘 해주려고 하는 것보다 여자 스스로 잘 느껴주는 게 더 좋다고 할까? 제발 좋으면 좋다고 표현해주면 좋겠어요”라고 말할 정도였다.
어쨌든 섹스 횟수를 늘리고 싶다면 그가 원하는 섹스의 형태를 만들어주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평소 그가 간절히 원했지만 해주지 않았던 것, 그가 쉽게 흥분하는 어떤 점을 공략해야만 남자가 섹스의 즐거움을 새삼 깨닫고, 당신에게 ‘오늘 밤 어때?’라는 사인을 보내게 될 것이다. 섹스의 방식을 바꾸는 것은 섹스의 횟수가 충분해졌을 때여도 충분하다.
혹자는 묻는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따죠. 섹스를 하려고 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만족을 시켜요. 대체 남자들의 성욕을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섹시한 속옷이나 페로몬 향수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있다. 나는 “방향제를 사용하세요”라고 조언한다. 사실 남자들은 옷을 벗기는 그 순간에도 여자가 정성껏 뿌린 향수 냄새를 눈치채지 못할 때가 많다. 하지만 방에 들어갔을 때 야릇한 향기가 나면 재빨리 알아차린다. 그것이 연인 시절, 신혼 시절의 화끈한 섹스를 떠올리게 하는 향이라면 더욱더. 때로는 장소의 향기가 남자의 성욕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길.



박훈희씨는…
‘유행통신’ ‘앙앙’ 등 패션 매거진에서 10년 넘게 일했고 현재는 극장 CGV 웹진 ‘무비앤’을 편집하고 있다.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