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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플러스 알파

영어 중국어 동시 교육 노하우

내 아이 코스모폴리탄 만들기 프로젝트!

글·오진영 사진·조영철 기자

2011. 01. 06

어릴 때 시작할수록 효과가 좋다는 외국어 교육. 최근에는 영어는 기본이고 경제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어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국제유치원, 가정방문 학습지 등을 통해 하나도 벅찬 외국어를 두 개나 정복하는 노하우 & 이중 언어 교육 전문가의 조언.

영어 중국어 동시 교육 노하우


모국어처럼 외국어 익혀요~ 싱가포르 국제유치원 ‘쉐리하트코리아’

서울 역삼동 주택가에 위치한 ‘쉐리하트코리아’는 싱가포르의 이중 언어 교육과정을 도입한 유치원이다. 2010년 3월 문을 연 이 곳에서는 4∼6세 아이들이 각각 원어민으로부터 영어와 중국어 수업을 받는다. 중국 사범대 출신 교사가 표준 중국어 만다린으로 수업하는 교실에서 중국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이 달에는 오전에는 영어, 오후에는 중국어로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오후에는 아이들 집중력이 떨어지는 편이라 한 달씩 순서를 바꿔가며 진행하고 있어요.”
쉐리하트코리아 역삼 본원 김현지 원장의 설명이다. 싱가포르는 1960년대부터 영어와 중국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이중 언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 국민의 80%가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세계 영어 교육 5위, 전 세계 토플 평균 성적 3위를 차지하는 등 영어 경쟁력도 뛰어난 편. 김현지 원장은 “영어 교육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중국어의 위상이 갈수록 높아져 가는 한국 사회에서 두 개 언어를 가장 효과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을 찾다 만난 것이 싱가포르의 이중언어 교육”이라고 말했다. 쉐리하트는 싱가포르 유아교육 기관으로 현재 말레이시아, 베트남, 홍콩 등 7개국에 해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언어 능력이 발달하는 시기라고는 하지만 4~5세 아이들이 영어와 중국어를 동시에 배우는 게 가능할까. 이에 관해 박선영 원감은 “5세까지 아이들은 모국어와 외국어의 구분이 없이 모든 언어를 우뇌에서 받아들이기 때문에 다중 언어 교육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4세에 시작한 아이들의 교육 효과가 가장 좋아요. 5세까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를 다 같은 언어로 받아들여서 구분 없이 사용하지요. 그러다 여섯 살이 넘어가면서 영어와 중국어를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개원 이래, 이 곳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서 유치원이라는 새로운 환경 자체를 낯설어해 어려움을 겪은 경우는 있어도 두 가지 언어를 오전, 오후로 번갈아 가르치는 수업을 힘들어한 아이는 없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아이들이 영어보다 중국어를 더 빨리 익혀요. 중국어에 리듬과 운율감이 있어 재밌어 하기도 하고요. 또 영어는 주변에 잘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중국어 잘하는 아이는 드물고, 그 때문에 부모님들이 조금만 잘 해도 칭찬을 하니까 아이들이 더 자신감을 갖는 것 같아요.”
쉐리하트의 수업은 여느 유치원 과정과 다를 바 없다. 아이들은 그림과 인형 등을 보면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를 부르며 간단한 글자를 배운다. 다르다면 수업이 영어와 중국어로 이루어진다는 것뿐이다. 글자 모양을 익히고 쓰는 것도 게임과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유도한다.
제2외국어 학습에 대한 크라센(Krashen)의 모니터 이론은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을 ‘습득’과 ‘학습’으로 나누고 있다. 크라센에 따르면 습득은 무의식 속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이고 학습은 의식적으로 법칙과 이론을 첨가해 노력과 암기를 통해 얻어지는 것이다. 외국어는 학습보다는 자연스러운 환경 속에서 이루어지는 습득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것이 쉐리하트의 제2외국어 교습 방식이다. 언어를 학습 대상으로 접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과 연계하여 우리말처럼 자연스럽게 익히고 받아들이게 한다는 것이다.

영어 중국어 동시 교육 노하우


따라서 쉐리하트는 언어 교육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신체·정서·인성 등 전 영역에 골고루 걸친 전인 교육 환경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이 외국어가 아이들에게 스며들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영어권 국가와 중국의 명절을 체험하는 행사, 다른 나라의 음식에 대해 알아보는 쿠킹, 재활용 물품으로 만들기를 하는 미술 시간 등 다양한 커리큘럼 안에서 공부라는 부담이나 지루함 없이 외국어와 접촉하는 환경이다.
박선영 원감은 “국제유치원이라면서 외국어 공부는 안 하고 아이들이 놀기만 하냐?”고 물어오는 학부모들에게는 “언어 교육이 우선이 아니라 교육의 첫 걸음인 유치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인성과 창의성 교육, 통합 교육에 중점을 두고 만들어진 커리큘럼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부모님께 아이들에게 ‘중국어로 이게 뭐니?’ 라는 식의 테스트성 질문을 하거나 아이가 지루해하는데도 자꾸 외국어 비디오를 틀어주는 것은 피하라고 말씀드려요.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외국어에 부담감을 갖게 되고 그러면 교육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거든요. 부담 없는 환경에서 모국어처럼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인 다중 언어 교육법입니다.”

영어 독학, 방문학습으로 중국어 하는 이지원 학생 공부법



영어 중국어 동시 교육 노하우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이지원양(경인초 5학년)은 2010년 3월부터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책을 읽으면서 외교관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고, 그러려면 영어 외에도 외국어를 하나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 학원을 다닐까도 생각하다가 방문 학습을 택했다. “영어와 중국어, 두 외국어에 같은 비중을 두기는 어려우니 중국어는 지금부터 시작해 고등학교 때까지 장기전으로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것이 엄마 최은영씨의 설명이다. 시중에는 5~6개 방문 중국어 학습지가 있는데 지원이는 중국어 교육전문기업인 대교 차이홍의 방문 학습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원어민 선생님과 공부한 지 8개월 만인 지난 11월에는 차이홍에서 주최하는 말하기 대회에도 참가할 만큼 실력이 늘었다.
“중국어에는 4성의 높낮이가 있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요. 처음에는 잘 안 됐는데 선생님 발음을 자꾸 따라 하다보니 차이가 들리는 것 같아요. 한자 쓰기가 가장 어려워서 열심히 연습하고 있어요.”
중국어와 영어는 어순이 비슷해서 영어 공부를 좋아하고 많이 해둔 것이 중국어를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한다. 일 년 정도 후에는 어린이 중국어 자격증을 따고 간단한 뉴스를 이해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원이는 7세 때부터 학원에 다니며 영어를 배웠는데 얼마 전부터 학원을 그만 두고 혼자 공부하는 중이다. 요즘은 사전에서 영어 단어를 찾아가면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고 있다. 아직은 80% 정도 이해하지만 그 정도면 책 읽는 재미를 느끼기에 충분한 편이라고 말한다.
“영어를 처음 배울 때 ‘트루 스토리’라는 교재가 많이 도움이 됐어요. 풍선을 의자에 달고 하늘을 나는 이야기 등 별나고 신기한 실화를 쉽고 간단한 문장으로 써놓은 이야기를 읽으면서 영어 읽기에 재미를 붙였죠. 영어 학원에서 하는 할로윈 파티나 영어 퀴즈 대회 같은 이벤트에 참가해서 상을 타고 칭찬 받는 게 좋아서 열심히 공부했어요.”

영어 중국어 동시 교육 노하우


그렇게 시작한 영어 읽기의 속도를 붙이는 데는 ‘틴 타임즈’나 ‘키즈 타임즈’ 같은 어린이 영자 신문 구독이 많은 도움이 됐다. 영자 신문을 구독해 온라인 등록을 하면 네이티브가 읽어주는 기사 지문을 속도 조절해가며 들을 수 있어 혼자 공부하는데 편리했다고 한다.
“5학년 여름 방학 때 캐나다 캠프에 다녀왔어요. 한 달 동안 캐나다 친구들, 교포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영어를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캠프가 끝날 때 3백명 참가자 전체 앞에서 영어로 발표도 했답니다.”
지원이는 사람들 앞에서 외국어로 말하거나 대회에 나가는 경험을 할 때마다 실력이 느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아직 중국어로 이야기책을 읽을 실력이 안 되지만 지난 번 말하기 대회에서 중국어 전래 동화 한 편을 다 외워 발표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앞으로도 말하기 대회나 자격증 시험 같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도전하면서 실력을 늘려 중국어로도 재미있는 이야기책을 읽고 싶다고 말한다.

이중 언어 교육 전문가 정부연 원장 조언 “언어 민감기, 우뇌 적극 활용하라”

영어 중국어 동시 교육 노하우


“5세 이전에 시작해 6∼8세에 완성되는 언어 교육은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기회입니다. 그리고 이 시기 외국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가 즐겁고 재미있게 영어를 만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지요.”
‘엄마가 쉽게 가르치는 유아 영어’ 저자이자 이중 언어 교육 전문가 정부연씨(48·(주)국제어학개발원 대표)는 5세 전후 유아기의 외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언어 민감기로 알려진 이 시기에 습득하는 외국어는 아이의 잠재된 창의력을 키워주며 그 이후에 다른 외국어를 배울 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아이의 능력을 개발시켜 언어 영재로 키우기 위해서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탄탄한 우리말 교육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 외국어 교육에 가장 좋은 시기는 언제인가요?
“아이가 말을 시작하는 3세부터 5세까지, 개인에 따라 7세까지가 모국어와 외국어 구분이 없이 모든 언어를 우뇌로 습득하는 언어 민감기입니다. 브로커라는 학자가 발견한 ‘브로커스 에어리어(Broca’s area 모국어를 담당하는 영역)’에 언어가 저장되기 때문에 두 개 이상 언어를 배워도 모두 모국어처럼 말할 수 있지요. 이 시기 어린이는 기본적으로 우뇌를 사용해서 언어를 습득합니다. 문법과 규칙을 반복해 암기하는 것이 좌뇌를 활용한 외국어 학습이라면 우뇌를 통해서는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언어를 배우는 것이죠.”
- 우리말 외에 영어와 중국어 교육을 동시에 시키려면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일까요?
“여러 언어를 동시에 배우다 보면 자칫 우리말이 약해질 수 있어요. 언어 민감기에 우뇌를 통해 한 가지 언어를 제대로 익힌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제2, 제3의 외국어를 배울 때도 우뇌를 활용할 수 있죠. 따라서 두 가지 언어를 동시에 익히는 것보다는 한 가지 언어를 어느 정도 익힌 후에 다른 언어를 시작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 언어 습득 능력을 잘 개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뇌 영상물로 제작된 노래, 스토리, 게임, 퀴즈, 상호작용 CD가 포함된 멀티미디어 교재는 언어 민감기 아이들이 무의식적으로 말하기를 익히도록 도와줍니다. 이 때 모국어는 외국어를 해석하는 도구가 아니라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 언어 민감기가 이미 지난 아이들에게도 우뇌를 활용한 교육이 효과 있을까요?
“좌뇌가 앞서 있을 때도 우뇌의 능력은 제 자리에 있으니 이끌어내면 됩니다. 모국어로 말하고 읽는 능력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외국어를 배울 수 있어요. 아이의 능력을 믿고 적절한 단계를 밟아 재미있게 이끌어주면 모두 따라갈 수 있습니다. 외국어 문장이나 단어를 자기만의 이미지로 아이콘화해서 기억하게 하면 효과적이지요. 우뇌를 활용하면 장기 기억력을 10배 이상 끌어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우리말로 이야기해주고 질문을 하면서 아이의 상상력을 불러오면 어떤 언어든 배울 수 있는 우뇌의 능력을 일깨울 수 있지요. 무엇보다도 초등학교 이후의 외국어 교육은 ‘자발적인 동기부여’가 중요합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암기’를 통한 공부는 실제적인 언어 구사능력과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이 시기 외국어 교육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여러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모국어를 완벽히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국어는 개념을 잡아주는 언어이자, 사고력의 바탕이 되기 때문입니다. 모국어로 개념과 스토리를 알고 있으면 영어나 다른 언어는 쉽게 얹혀갈 수 있어요. 동기부여만 되면 아이들은 그들의 능력으로 언어의 전환을 쉽게 해냅니다. 또 한 가지 주의할 것은 아이들의 흥미와 상상력을 동원해 우뇌를 활용하는 영상물 교재는 쾌락을 동반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중독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멀티미디어 교재를 선택할 때는 중독을 예방, 치유하는 교육법도 포함하고 있는지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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