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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의미 있는 만남

“고맙고 고마운 마음” 고현정 20년 만의 사랑 고백

글 김유림 기자 사진 문형일 기자

2010. 07. 16

스타는 언제나 신비의 대상이며 만나고 싶은 존재다. 그런 스타가 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만남’ 그 자체가 아닐까.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고현정이 생애 처음으로 팬미팅을 열어 팬들에게 사랑을 고백했다.

“고맙고 고마운 마음” 고현정 20년 만의 사랑 고백


2009년은 고현정(39)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드라마‘선덕여왕’으로 연말 연기대상을 거머쥐었고, CF 섭외 1순위 자리도 다시 꿰찼다. 결혼 후 한동안 연기 활동을 접었음에도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건 그의 뒤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팬들 덕분이다. 팬이 없으면 스타도 없다는 불멸의 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고현정은 지난 6월 중순 데뷔 20년 만에 처음으로 팬미팅을 가졌다. 소속사의 권유가 아니라 순전히 자신의 의지로. 고현정은 팬미팅을 시작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고마운 마음이 목까지 꽉 찼을 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자리는 처음이라 조금 민망하기도 하고 팬들 얼굴을 직접 볼 생각을 하니까 떨려요. 저는 줄곧 친절한 연예인이 아니었어요. 팬서비스가 전혀 없었거든요. 신인일 때는 팬레터 받는 것도 신기하고 감사했는데, 요즘은 팬들이 어떻게 알고 촬영장까지 찾아오시더라고요. 복귀 후 6년 동안 팬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언젠가는 고마운 마음을 꼭 전해야지 했어요. 그러다 지난해 ‘선덕여왕’을 하면서 정말 뜨거운 사랑을 받았고, 이제 때가 됐다 싶더라고요. 또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자리를 마련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어요.”
이날 팬미팅에는 고현정이 결혼생활을 접기 3년 전 만들어진 팬카페 ‘그녀를 기다리는 소나무’를 통해 선발된 5백여 명이 참가했다. 다시 연기를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를 추억하러 모인 사람들이기에 고현정은 이들에게 더욱 애정이 간다고 한다. 회원 모두의 이름을 알 수는 없지만 그중 몇 년 동안 안부를 주고받던 팬들의 이름은 기억하고 있다고.
“오늘 그분들이 다 와주셨을지 모르겠어요. 자신의 연애 시절부터 결혼, 임신, 출산을 경험할 때마다 소식을 전해준 팬도 있는데, 그분이 낳은 아이는 정말로 제가 이모인 줄 알더라고요(웃음). 팬은 저를 있는 그대로 봐주시는 분들인 것 같아요. 제가 뭘 해도 오해하지 않고…, 사실 제가 그동안 오해받을 행동이나 말을 많이 했잖아요(웃음). 그럴 때마다 팬들이 있어 든든하고 편안했어요.”
고현정은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더 많다. 성격도 그와 비슷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한다. 자신이 쑥스러워하는 걸 알고 현장에 와서도 먼발치에서만 보고 가는 경우도 많다고. 그럴 때마다 그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알은체하지 않아도 섭섭해하지 않는 팬들이 고맙다고 한다.
그동안 신비주의를 고수해오던 고현정이 유일하게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는 곳 또한 팬카페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이혼 후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지난 2007년 아이들을 향한 그리움을 팬카페 게시판에 올려 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수다4’라는 제목의 글에서 그는 “오늘은 문득 몇 년 전 일기장을 보게 된 날입니다. 꽤 두꺼운 일기장을 열었더니 제 아이들 사진이 있네요. 보는 건지 마는 건지, 한참을 들고 있다가 옆에 있던 김치김밥을 먹었어요. 배가 고프더라고요. 그래서 한 줄을 꿀꺽했습니다. 지금은 일기장을 저 깊이 넣어놓고 글도 아닌 글을 쓰고 있습니다. 때 아닌 일기장을 들고 설쳤더니 좀 균형이 깨지나 봅니다. 다시 읽으면 또 지우고 못 올릴 것 같아 그냥 올립니다”라며 아무에게나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인 큰아들 해찬군은 지난 3월 숭의초등학교 전교 어린이회장에 당선되는 등 밝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전언에 의하면 해찬군은 유머 감각이 뛰어나 아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고, 아빠와 함께 한 달에 한 번씩 고아원이나 양로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어린이회장 선거에서도 해찬군은 자신을 ‘봉사의 달인’으로 소개한 포스터를 제작했다. 사진 속의 모습은 아빠를 쏙 빼닮아 있다.
이날 팬미팅은 김제동의 사회로 진행됐다. 고현정은 무대에 서자마자 팬들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본 뒤 “정말 다 와줬구나” 하면서 감격스러워했다.
첫 번째 초대손님은 ‘선덕여왕’에서 미실의 아들로 출연한 김남길. 현재 드라마 ‘나쁜 남자’에 출연 중인 그는 장미 꽃다발을 한아름 들고 등장했다. 고현정의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팬미팅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촬영 중 잠시 시간을 내 들렀다고 한다. 김남길의 의리 있는 모습에 고현정은 “바쁠까 봐 일부러 연락 안 했는데…, 멋지네요. 그런데 군대 언제 가지?” 하며 폭소를 자아냈다. 이어 김제동이 김남길에게 “다음에 고현정씨와 어떤 작품으로 만나고 싶냐”고 묻자 “격정적인 멜로”라고 답해 팬들의 환호가 터져나왔다.

속마음 털어놓는 유일한 창구, 팬카페
팬들과의 대화에서는 솔직하고 털털한 입담으로 팬들을 감동시켰다. “왜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냐”는 한 팬의 질문에 “사실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때 수영복도 입었는데, 미니스커트를 왜 못 입겠나. 입으려면 얼마든지 입을 수 있지만 불편해서 힘들다. 팬들이 원한다면 공식 행사장에 짧은 옷도 입고 나오겠다”고 약속했다.
팬미팅 후반부에는 자신의 애장품인 구찌 브라운 재킷을 추첨을 통해 팬에게 선물했다. 또 그는 요즘 읽는 책이라며 ‘풍장의 교실’도 들고 나왔다. 팬미팅 마지막 순서가 되자 팬들이 가수 고유비의 ‘사랑한다 말하면’을 합창했고, 이를 본 고현정은 끝내 눈물을 터뜨렸다. 고현정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하는 고현정. 모두에게 평생 잊지 못할 만남의 자리가 아니었을까 싶다.

“고맙고 고마운 마음” 고현정 20년 만의 사랑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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